[섬박람회 폐막] ① 끝없는 논란…주먹구구 지자체 국제행사 전형

손상원

2026-11-01 08:00:06

콘텐츠·먹거리·여론 대응 등 총체적 부실에 조롱까지
관람객 200만 돌파·시민 참여 등은 긍정 평가
2026 여수 세계섬박람회 주행사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야간 공연 [2026 여수 세계섬박람회 조직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주 = 말 많고 탈 많았던 2026 여수 세계섬박람회가 61일간 여정을 마치고 4일 폐막합니다. 섬박람회는 세계 최초 섬을 주제로 한 박람회를 표방하며 의욕적으로 출발했지만, 섬의 가치를 공유·확산한다는 취지를 구현하기에는 크게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부실한 운영으로 논란과 비난을 양산하기도 했습니다. 연합뉴스는 섬박람회 준비에서 개·폐막까지 과정을 돌아보고, 무분별한 지방자치단체 국제 행사 관행을 끊을 수 있는 제언을 담은 3편의 기사를 송고합니다.]

(여수=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공사장인데 여길 왜 데려오신 걸까요?", "섬박람회 저는 사실 묻히기 싫긴 해요. 저도 브랜드 이미지가 있고, 나름대로 이미지를 챙기는 사람이거든요."

'충주맨' 김선태씨는 4월 3일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올린 '여수 홍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이렇게 말한다.

영상 속 주행사장은 개막을 불과 5개월 남은 시점인데도 '공사장'으로 불려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허허벌판이었다.

옛 전남도와 2026 여수 세계섬박람회 조직위원회가 8천만원을 지불하고 제작한 이 영상은 430만명 이상이 시청했다.

홍보가 아닌 고발 영상으로 불리기도 한 이 영상을 계기로 섬박람회는 무관심에서 관심과 우려의 영역으로 편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4월 14일 국무회의에서 "현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중앙 정부 차원의 준비 상황 점검과 지원을 지시했다.

국무총리·행정안전부 장관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의 현장 방문이 이어졌고, 여수 돌산읍 진모지구 주행사장은 서둘러 모습을 갖춰갔다.

9월 5일 개막과 함께 뚜껑을 열어보니 부실한 콘텐츠가 문제였다.

키오스크에서 표를 뽑는 게 전부인 미래 교통수단 체험, 1t 트럭에 천을 씌워 배 모양을 연출한 거문도 뱃노래 공연, 주 행사장 내 식당에서 판매한 1만4천900원짜리 게장백반의 허술한 구성 등에 대한 비판이 꼬리를 물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723억원에 달하는 투입 예산과 대비해 "부산 북항에 공짜로 나타난 상어 부캉이만 못하다"고 조롱받기도 했다.

주행사장 시설 조성·대여에 참여한 업체들은 대금 수십억원을 받지 못해 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업체들은 종합 실행계획 대행사인 A사와 컨테이너, 이동식 화장실, 냉방 기기 등 17억원 규모 시설 계약을 했으나 성능이나 재질을 상향하고 공급 물량을 늘리면서 추가된 비용을 받지 못했다.

모두 30여개 업체가 35억원을 지급받지 못했다고 업체 측은 주장했다.

공직자들의 관람 시 연가를 사용하지 않고 출장 처리할 수 있도록 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지침, "융프라우 정상에서 먹은 라면 맛은 최고였다"는 보고서를 남긴 여수시 공무원의 출장 실태도 비난을 부추겼다.

여수시는 택시 기사들을 비방의 진원으로 지목하고 자제를 당부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논란을 일으켰다.

그나마 후반부 들어 안정을 찾으면서 단체 관람객 등 방문이 이어져 누적 관람객 200만명을 넘어서며 초반 흥행 부진을 만회했다.

다만 액면 그대로 행사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척도로 보기에는 어렵다.

80% 이상은 무료 입장객이었으며 사전 판매된 입장권의 70% 이상은 사용되지 않았다.

전시 콘텐츠보다는 인기 가수 공연 등 섬과 동떨어져 보이는 이벤트 관람객이 상당수를 차지해 섬의 가치를 공유한다는 취지를 구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섬박람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촉구하는 시민 결의대회,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자발적 공연 참여 등은 행사를 떠받친 동력으로 평가된다.

뜻하지 않게 정치권 주변의 진영 논리에 휘말리면서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지역 비하로까지 이어진 과도한 비난은 경계해야 한다는 인식도 있다.

전남광주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가수들을 불러 사람들을 모으는 데만 몰두하고 행사 취지나 정체성은 뒷전인 지자체 행사의 전형으로 남을 것 같다"며 "지역의 품격을 끌어올릴 기회에 오히려 이미지를 실추시킨 과정은 폐막 이후에라도 면밀히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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