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박람회 폐막] ③ '제2의 잼버리' 오명…'제2의 섬박람회' 막아야

손상원

2026-11-01 08:00:08

국제행사 승인 더 엄격하게…'광역단체 차원 국제행사 심의기구' 제안도
평가 반전 기회 남아…"알차게 시설 사후 활용하자"
여수 세계섬박람회 주행사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순천만 국가정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 편집자주 = 말 많고 탈 많았던 2026 여수 세계섬박람회가 61일간 여정을 마치고 4일 폐막합니다. 섬박람회는 세계 최초 섬을 주제로 한 박람회를 표방하며 의욕적으로 출발했지만, 섬의 가치를 공유·확산한다는 취지를 구현하기에는 크게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부실한 운영으로 논란과 비난을 양산하기도 했습니다. 연합뉴스는 섬박람회 준비에서 개·폐막까지 과정을 돌아보고, 무분별한 지방자치단체 국제 행사 관행을 끊을 수 있는 제언을 담은 3편의 기사를 송고합니다.]

(여수=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2026 여수 세게섬박람회는 2023년 전북 새만금에서 열린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 빗대 '제2의 잼버리'라는 별칭을 얻었다.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잼버리에 비할 바는 아니라는 반박도 있지만, 무분별한 지방자치단체 국제 행사 사례라는 평가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유치에서 개최까지 과정 전반을 돌아보고, 패인을 반면교사 삼아 '제2의 섬박람회'를 방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제행사 승인을 더 엄격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김영미 동신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국제 박람회는 BIE(국제박람회기구) 등록 엑스포나 정부 승인 국제행사로 나뉜다"며 "전자는 유치해야 할 대상으로 볼 수 있지만 후자에서는 예산 낭비가 우려되거나 목적이 불분명할 경우 국제행사로 승인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광역단체 차원에서 국제행사 심의기구를 만들어 정부 승인 전 한 번 더 사전 점검하는 장치를 두는 것도 필요하다"며 "행사 취지를 구현하고, 도시 품격을 올리고, 레거시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기초·광역단체의 협업도 더 유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수십억∼수백억원대 시설 투자를 하고 행사 후에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전례를 거울삼아 기존 시설을 활용해 세금이 새는 것을 막고 콘텐츠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섬박람회는 바다를 품은 데다가 KTX역 등 기반 시설을 이미 갖춘 여수 세계박람회장을 두고도 매립지인 돌산읍 진모지구에 주행사장을 새로 조성했다.

공사 비용 대신 섬과 사람, 미래를 잇는다는 취지를 담은 콘텐츠에 예산을 집중 투자할 기회를 버린 셈이다.

여수와 인접한 순천시는 2023년 순천만 국제 정원박람회에 900만명 이상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순천만 정원은 3년 연속 연간 300만명 이상이 찾은 지역 대표 관광 명소이자 일상 휴식 공간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순천시 관계자는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려면 시설(하드웨어), 콘텐츠(소프트웨어), 홍보(관람객 유치) 등 3박자가 유기적으로 맞아떨어져야 한다"며 "지자체와 조직위도 확실히 역할을 분담해 상호 지원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섬박람회는 개막 직후 시설, 콘텐츠가 관람객의 기대에 못 미친 데다가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비판적인 바이럴까지 겹치면서 대응에 어려움을 겪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실패의 경험을 반전시킬 기회는 아직 있다.

주행사장 활용 방안을 잘 마련해 새로운 관광 거점, 시민 여가 공간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다.

여수시는 12월까지 연구 용역을 거쳐 섬박람회 행사장 사후 활용 계획을 확정하기로 하고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주행사장을 주제섬, 섬테마존, 열린 문화공간 등 존치시설을 중심으로 '빛섬 파크', 도시 숲, 파크 골프장 등과 연계해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김기웅 여수시민협 사무국장은 "기반 공사가 이뤄진 주행사장에서 야간에는 빛을 쏘는 경관을 연출하고, 휴양·전시 관람이 가능한 시설을 갖춘다는 계획으로 알고 있다"며 "관광객뿐 아니라 세대 구분 없이 시민 모두 즐길 수 있는 시설과 프로그램을 알차게 운영한다면 섬박람회가 감수해야 했던 비판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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