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레저] 외국 기자들도 푹 빠진 '부산병' ②
성연재
2026-11-05 08:00:13
(부산=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세계적인 여행 플랫폼들이 잇따라 부산을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여행 사이트들이 선정한 '2027 올해의 여행지'에서 부산이 세계 5위에 오른 데 이어 외국인 관광객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여행객들이 부산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를 수 있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바다와 골목, 음식과 일상의 풍경이 외국인의 눈에는 특별한 여행 경험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일본·대만·싱가포르 기자들은 부산의 어떤 모습에 주목했을까. 부킹닷컴이 마련한 해외 언론인 초청 팸투어에 동행해 외국인의 시선으로 부산을 다시 들여다봤다. 그 과정에서 관광 명소의 화려함보다는 도시 곳곳에 스며든 생활문화와 미식, 여유로운 일상이 부산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 다도에서 나이트 라이프까지
일정에서 특히 기억에 남은 곳은 바다를 바라보며 다과를 즐길 수 있었던 달맞이길의 디저트 카페였다. 창밖으로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차와 디저트를 천천히 맛보는 동안, 부산의 여유가 한층 느긋하게 다가왔다. 이곳에서는 다도에 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차를 내고 마시는 순서와 마음가짐, 차를 통해 손님과 시간을 나누는 방식에 대해 배우며 평소 무심코 마시던 차를 새롭게 바라보게 됐다. 특히 지리산 자락 하동에서 자란 녹차를 맛보며 차의 향과 맛이 산지와 계절, 우리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도 알게 됐다. 바다를 바라보며 다과를 즐기고 차에 대해 배우는 시간은 부산 여행에 조용한 깊이를 더했다.
밤에는 해운대의 다른 얼굴을 만났다. 일정에 포함된 한 찜질방에서는 물과 휴식을 즐기는 시간에 해변의 야경이 더해졌다. 유리창 너머로 건물의 불빛이 이어졌고, 낮에 보았던 해안선이 어둠 속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같은 바다를 두고도 객실과 열차, 카페, 휴식 공간에서 경험하는 부산은 달랐다.
저녁 늦게 찾아간 수영구의 한 칵테일 바에서는 또 다른 놀라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직원들은 유창한 영어와 일본어로 외국 기자들을 응대했고, 자연스럽고 세심한 서비스에 일행 모두가 감탄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칵테일의 창의성이었다. 익숙한 재료를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한 칵테일들이 잇따라 나왔고, 한 잔마다 색과 향, 맛의 구성이 달랐다. 부산의 밤은 단순히 술을 마시는 시간이 아니라, 언어와 감각을 통해 여행객을 환대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 관광지답지 않은 뜻밖의 공간과 체험들
이튿날에는 동백섬 산책에 이어 부킹닷컴과 부산관광공사가 마련한 미디어 브리핑에 참석했다. 해외 여행지로서 부산이 지닌 매력과 여행객들의 달라지는 여행 방식이 의제였다. 일본·대만·싱가포르에서 온 기자들이 한자리에 앉아 부산을 관광 목적지로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일본 기자들은 대체로 부산의 안전에 대한 부분을 높이 평가했고, 말레이시아 출신의 싱가포르 기자는 할랄 레스토랑 등에 대한 대비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다.
해운대를 벗어나 찾은 복합공간 F1963에서는 부산의 또 다른 표정을 볼 수 있었다. 공장 건물의 형태가 남아 있는 공간 안으로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고 식사하러 들어왔다. 높은 천장과 드러난 구조물은 일반적인 카페와 달랐다. 바다와 해변을 먼저 떠올렸던 부산에 공장이라는 풍경이 더해졌다.
공장형 카페의 넓은 공간을 둘러본 뒤에는 대나무 숲길을 걸었다. 건물을 보며 걷던 시선이 이번에는 곧게 솟은 대나무를 따라 올라갔다. 해변에서는 수평선까지 시야가 열렸지만, 이곳에서는 가까운 잎과 줄기가 길을 둘러쌌다. 같은 도시에서 바닷길과 대나무 숲길을 번갈아 걷는 경험이 흥미로웠다.
부산을 바다 하나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해운대의 호텔과 해변열차가 여행의 익숙한 즐거움을 제공한다면, 옛 공장과 카페, 대나무 숲은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보탰다. 도시를 여행하는 재미는 대표 명소를 확인하는 데서 시작하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종종 이런 뜻밖의 공간이다.
외국 관광객은 왜 부산에 열광하는 걸까. 외국 기자들은 가까운 거리와 안전함을 이야기했다. 그들과 함께 다닌 뒤에는 그 대답에 한 가지를 더하고 싶어졌다. 부산에서는 바다를 보러 나선 여행자가 어느 순간 바닷가 사람들의 여유까지 바라보게 된다. 객실 창 아래를 걷던 사람들, 잔디에서 반려견과 시간을 보내던 사람들처럼, 잠시 이 도시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어지는 것이다.
치하루 오하타 부킹닷컴 PR·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해외 언론인들의 시각에서 부산의 관광 매력을 새롭게 조명하고자 이번 투어를 마련했다"며 "특히 K-팝이나 콘서트뿐 아니라 미식과 문화, 자연 등 부산이 지닌 다채로운 매력을 알리고 싶었는데, 참가 기자들도 이러한 가능성에 주목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6년 11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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