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 하나로 달라진 나무와 풍경…이명호의 20여년 사진 탐구
박의래
2026-10-27 09:55:24
사비나미술관서 '장막과 장면 사이 혹은 너머'…12월 13일까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자연 속 나무 뒤에 흰 캔버스를 세우고 사진을 찍으면 풍경 속 나무는 하나의 독립된 존재이자 초상처럼 다가온다.
사진가이자 현대미술가인 이명호(51)는 이처럼 캔버스를 활용한 독창적인 작업으로 사진이 대상을 재현하는 방식과 예술의 본질을 탐구해 왔다.
서울 진관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이명호 개인전 '장막과 장면 사이 혹은 너머'가 열리고 있다.
작가가 2004년부터 이어 온 '사진-행위 프로젝트'(Photography-Act Project)를 중심으로 주요 연작을 소개하고, 작품을 탄생시킨 질문과 작업 사이의 연결 관계를 조명하는 전시다.
전시 제목에서 '장막'은 캔버스를, '장면'은 피사체를 가리킨다. 캔버스와 대상 사이에 형성되는 관계를 넘어 새로운 사유와 가능성을 발견하려는 작가의 시선을 담았다.
대표작 '나무'(Tree)는 야외의 나무 뒤에 거대한 흰 캔버스를 설치해 촬영한 연작이다.
풍경의 일부였던 나무를 캔버스 위에 그려진 그림처럼 보이게 해 나무 한 그루의 형태와 존재감을 부각한다. 사진과 회화, 설치와 행위가 결합한 작업으로, 실제 대상과 이미지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기후위기와 공동체의 삶을 다룬 '키리바시'(KIRIBATI) 연작도 만날 수 있다. 태평양 섬나라 키리바시에서 주민들과 함께 구조물을 세우고 촬영한 작업이다.
기후변화로 삶의 터전이 위협받는 현실을 지역의 재료와 기술, 협업의 과정을 통해 드러낸다. 사진 한 장에 담긴 풍경을 넘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작업에 참여한 이들의 시간까지 보여준다.
완성된 작품뿐 아니라 작품의 개념과 연작의 관계를 정리한 작가의 개념도도 함께 선보여 20여년간 이어진 탐구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은 "작가 개념도는 20여년간 축적된 작업의 내용과 형식, 연작 사이의 관계를 한눈에 보여주는 지도"라며 "완성된 이미지와 그 이미지를 탄생시킨 생각의 구조를 함께 살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명호는 중앙대 사진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그의 작품은 미국 게티미술관과 프랑스국립도서관, 호주 빅토리아국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기관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12월 1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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