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 가족도·함께한 PD도…"친정아버지, 삼촌, 형님 다 어울린 분"

장진리

2026-10-30 11:01:01

'수사반장' 이연헌 PD "최불암과 인연은 운명…함께 작업해 프라이드"
'전원일기' 김 회장 차남 유인촌 "첫 드라마서도 아들, 아버지이자 어른의 표상"
'그대 그리고 나' 父子 호흡 박상원 "우린 ??
배우 최불암 [K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배우 최불암의 출연작 '전원일기'의 한 장면 [MBC '파하, 최불암입니다'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최불암 [예술의전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배우 최불암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진리 정래원 고가혜 박원희 조윤희 기자 = "최불암 씨는 (배우로) 노력도 많이 하셨지만, 날 때부터 연기자로 태어나신 분이 아닐까요. 대한민국 불멸의 스타입니다."

배우 최불암과 '대원군'(1972), '강남가족'(1974), '꽃사슴'(1976∼1977), '정부인'(1978), '안국동 아씨'(1979∼1980) 등 많은 작품을 함께했던 표재순(89) 감독은 3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그를 "어떤 역할을 줘도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는 좋은 연기자"라고 떠올렸다.

표 감독의 작품에서 최불암은 내시 김처선으로 색다른 연기 변신을 시도하는가 하면, 구수한 가장,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둔 아버지 영조, 아내 없이 두 딸을 키우는 아버지 등을 연기하며 안방극장을 빛냈다.

표 감독은 "(최불암을) 딱 한 마디로 줄이면 국민의 아버지"라며 "친정아버지 같기도 하고, 삼촌 같기도 하고, 아저씨, 할아버지, 형님, 아우님 무슨 호칭을 붙여도 다 어울리는 연기자"라고 말했다.

이어 "'수사반장'의 박 반장과 '전원일기'의 김 회장 두 연기를 그렇게 맛깔스럽게 할 수가 없다. 최불암 씨만이 할 수 있는 연기 폭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며 "그래서 국민들께 많은 사랑을 받은 연기자가 아닌가"라고 회상했다.

첫 드라마 '강남가족'과 국내 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1980∼2002)에서 최불암의 아들을 모두 연기한 유인촌은 "평소에도 우리('전원일기'에 출연한 배우들)가 아버지라고 했다"며 "몇 차례 (병원에) 면회를 가려 하니 '퇴원해서 보자, 9월엔 만날 수 있을 거야'라고 하셨는데 살아계실 때 뵙지 못한 게 안타깝다"고 슬퍼했다.

그를 "어른의 표상"이라고 회고한 유인촌은 "일일이 잔소리를 하시기보다 선생님이 촬영장에서 보여주신 행동으로 우리가 배운 게 많았다"며 "리얼한 생활 연기의 표본을 보여주셨다"고 떠올렸다.

'전원일기'에서 '응삼이(故박윤배) 엄마' 역을 연기하며 고인과 호흡을 맞췄던 김영옥은 "가슴 아픈 소식"이라며 "그리 빨리 가실 줄은"이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다 어쩔 수 없이 맞는 마지막 길이니 편히 영면하시길 바란다"며 "가족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하겠다. 모두에게 힘든 이별"이라고 고인과의 작별을 가슴 아파했다.

최불암의 대표작인 '수사반장'(1971∼1984, 1985∼1989)과 '전원일기'의 연출을 맡았던 이연헌 PD는 그와의 인연을 "운명"이라고 했다.

이 PD는 "한 프로그램으로 그렇게 롱런하는 것은 참 고마운 운명"이라며 "최불암 씨와 했던 모든 건 뭐든지 다 자랑하고 싶었는데, 사실 일하는 동안에는 자랑할 겨를도 없이 일을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많은 시간을 의기투합 해서 그 시대에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는 것에서 우연이 아닌 운명적인 가치를 생각하게 된다"며 "최불암 씨를 존경하고, 제 이름으로 같이 작업한 것을 제 내면의 프라이드(자부심)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최불암의 또 다른 대표작인 '그대 그리고 나'(1997∼1998)에서 맏아들을 연기하고, 올해 5월 다큐멘터리 '파하, 최불암입니다'에서 프리젠터(발표자)를 맡았던 박상원도 슬픔을 토로했다.

그는 "연기자로서 모든 면에서 우리가 배울 만한 분"이라며 "대중에게 최불암 선생님처럼 가까이 있었던 분도 많지 않으실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선생님께서 '우리는 광대다. 광대는 대중이 걸어갈 길의 가시덤불을 치우는 사람이다' 이런 말씀을 하셨다"며 "이제는 대중을 위해 헌신하지 마시고 당신을 위해 편안한 곳에서 영면하셨으면 좋겠다"고 애도했다.

최불암이 오랜 기간 전국후원회장을 지낸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그의 영향으로 어린이를 위한 활동을 이어온 코미디언 이홍렬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홍렬은 "최불암 회장님은 재단의 크나큰 기둥이시며 아버지 역할을 해오셨다. 그분을 대신할 분은 정말 없었다"며 "어린이들을 위해 해오신 일은 말로 글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라고 회상했다.

그는 "많은 기간 허리 수술 후 아프셨다. 저도 오래전 병원으로 찾아뵌 것이 마지막이었다"며 "최불암 후원회장님의 사랑을 받은 국내 그리고 전 세계 어린이들과 함께 명복을 빈다"고 추모했다.

최불암이 14년간 진행한 '한국인의 밥상'의 바통을 이어받은 최수종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고인을 향한 깊은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는 "한평생 배우라는 이름을 넘어 대한민국 이웃들의 땀방울과 밥상 위의 삶을 가장 깊이 경외하고 아껴주셨던 선생님"이라며 "선생님이라는 커다란 그늘 아래에서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했고 감사했다"고 전했다.

작곡가 윤일상은 "어린 시절부터 우리 곁에 늘 계셨기에 마치 영원히 함께하실 것만 같았다"며 "'수사반장'의 정의로운 반장님으로, '전원일기'의 따뜻하고 든든한 아버지로, 선생님은 오랜 세월 우리 삶의 한 부분이셨다"고 떠올렸다.

그는 "특유의 호탕한 웃음과 깊고 따뜻한 목소리,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인간에 대한 애정은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을 것"이라며 "한 시대를 연기하신 분이 아니라, 한 시대를 함께 살아주시고 우리 모두의 마음에 온기를 남겨주신 분이셨다"고 애도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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