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주박 모양 장식·유리잔…2천년 전 흉노 무덤에 남은 교류사

김예나

2026-11-06 09:48:55

국립중앙박물관, 몽골 도르릭 나르스 유적 내 160호 무덤 조사 마무리
흉노 세력 기울던 시기 변화 주목…"초원-한반도 잇는 고대 교류사 연구"
도르릭 나르스 160호 무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약 2천년 전 흉노 제국의 교류 활동을 보여주는 흔적이 한국과 몽골 고고학자들의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몽골 과학아카데미 고고학연구소, 몽골 국립박물관과 함께 2023년부터 약 4년간 몽골 동부의 도르릭 나르스 유적 160호 무덤을 발굴 조사한 결과, 총 413건의 유물을 찾아냈다고 6일 밝혔다.

발굴 조사 현장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흉노는 기원전 3세기∼기원후 2세기경 초원을 호령한 세력이다.

몽골고원을 중심으로 최초의 유목 제국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성기 때는 중국 한나라에 버금가는 위세를 떨치기도 했다.

160호 무덤에서 출토된 수정 감입 은제 장식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고조선·낙랑 등 한반도 고대 사회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남아 있는 기록이 거의 없어 흉노의 역사는 알려진 게 많지 않다.

이에 박물관은 몽골 당국과 함께 1997년 공동 조사단을 꾸려 흉노 무덤을 조사했으며, 2006년부터 도르릭 나르스 무덤 일대를 조사해왔다.

발굴 조사에서 찾은 유물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널 바닥에서 출토된 옥벽, 수정 감입 원형 금제 장식, 손잡이 달린 유리잔, 말다리 모양 금동 칠상 다리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중 160호 무덤은 몽골에서 확인된 최대 규모의 흉노 무덤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사단은 지하 14.5m 깊이까지 쌓은 돌을 걷어내며 구조를 확인했다.

올해 조사에서는 흉노의 활발한 교류사를 엿볼 수 있는 유물이 잇달아 발견됐다.

수레 출토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얇은 은판을 두드려 표주박 모양으로 만든 은제 말 장식(말띠드리개)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평양 석암리 219호 무덤 출토 낙랑 계통의 유물과 비슷하다.

수정 아래에 금박과 붉은색·파란색 물질을 더해 빛과 색이 은은하게 비치도록 한 둥근 금장식의 경우, 흉노 무덤에서 처음 확인된 것이다.

지난 8월 발굴 현장을 찾은 몽골 대통령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널 바닥에 겹쳐 놓인 옥 15점은 한나라에서 장례용으로 쓰던 옥벽(玉璧)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추정되나, 표면에 정교한 문양을 새긴 점이 돋보인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런 차이점에 대해 "한나라의 장례 문화를 받아들이면서도 그 형태를 새롭게 바꾼 것으로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손잡이가 달린 투명한 유리잔은 로마 제국에 속한 지역에서 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 박물관 측은 추후 성분 분석 등 과학적 조사로 제작지를 밝힐 예정이다.

한-몽골 공동 학술 조사단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박물관은 "이번 조사는 2천 년 전 흉노가 로마에서 한반도에 이르는 넓은 교류망과 닿아 있었음을 잘 보여주는 성과"라고 강조했다.

공동 조사단은 4년에 걸친 조사를 통해 160호 무덤의 구조도 확인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몽골 도르릭 나르스 유적 내 160호 무덤 조사 마무리 (서울=연합뉴스) 국립중앙박물관은 몽골 과학아카데미 고고학연구소, 몽골 국립박물관과 함께 2023년부터 약 4년간 몽골 동부의 도르릭 나르스 유적 160호 무덤을 발굴 조사한 결과, 총 413건의 유물을 찾아냈다고 6일 밝혔다. 사진은 도르릭 나르스 160호 무덤. 2026.11.6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160호 무덤은 남쪽으로 뻗은 무덤길까지 고려하면 길이가 약 73m에 이르며, 땅을 계단 모양으로 깎아 내려간 뒤 9차례 돌무더기를 쌓아 무덤을 메웠다.

박물관 관계자는 "거대한 무덤은 주인이 지닌 권력과 위상을 보여준다"며 "무덤 중심부 위에 묻은 옻칠한 마차 역시 높은 신분을 드러내는 상징물"이라고 설명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몽골 도르릭 나르스 유적 내 160호 무덤 조사 마무리 (서울=연합뉴스) 국립중앙박물관은 몽골 과학아카데미 고고학연구소, 몽골 국립박물관과 함께 2023년부터 약 4년간 몽골 동부의 도르릭 나르스 유적 160호 무덤을 발굴 조사한 결과, 총 413건의 유물을 찾아냈다고 6일 밝혔다. 사진은 발굴 조사 현장 모습. 2026.11.6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웅장한 겉모습과 달리 무덤 주인을 묻은 중심부가 작고 얕은 점은 눈에 띈다.

160호 무덤이 만들어진 기원후 1세기 후반∼2세기는 흉노의 세력이 기울던 시기로, 그 무렵 흉노 사회가 겪은 변화를 보여 주는 단서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국립중앙박물관, 몽골 도르릭 나르스 유적 내 160호 무덤 조사 마무리 (서울=연합뉴스) 국립중앙박물관은 몽골 과학아카데미 고고학연구소, 몽골 국립박물관과 함께 2023년부터 약 4년간 몽골 동부의 도르릭 나르스 유적 160호 무덤을 발굴 조사한 결과, 총 413건의 유물을 찾아냈다고 6일 밝혔다. 사진은 160호 무덤에서 출토된 수정 감입 은제 장식. 2026.11.6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무덤의 널 안에서 찾은 치아, 머리카락 등도 추후 분석할 예정이다.

한국과 몽골의 공동 조사는 도르릭 나르스 유적을 포함한 흉노 무덤이 올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는데 밑거름이 됐다고 박물관 측은 평가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몽골 도르릭 나르스 유적 내 160호 무덤 조사 마무리 (서울=연합뉴스) 국립중앙박물관은 몽골 과학아카데미 고고학연구소, 몽골 국립박물관과 함께 2023년부터 약 4년간 몽골 동부의 도르릭 나르스 유적 160호 무덤을 발굴 조사한 결과, 총 413건의 유물을 찾아냈다고 6일 밝혔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널 바닥에서 출토된 옥벽, 수정 감입 원형 금제 장식, 손잡이 달린 유리잔, 말다리 모양 금동 칠상 다리. 2026.11.6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이번 조사 성과는 6∼7일 강릉에서 열리는 '제50회 한국고고학회'에서 소개된다.

박물관은 "향후 종합 연구를 거쳐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라며 "몽골과의 협력을 이어가며 초원과 한반도를 잇는 고대 교류사를 밝혀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몽골 도르릭 나르스 유적 내 160호 무덤 조사 마무리 (서울=연합뉴스) 국립중앙박물관은 몽골 과학아카데미 고고학연구소, 몽골 국립박물관과 함께 2023년부터 약 4년간 몽골 동부의 도르릭 나르스 유적 160호 무덤을 발굴 조사한 결과, 총 413건의 유물을 찾아냈다고 6일 밝혔다. 사진은 수레 출토 모습. 2026.11.6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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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몽골 도르릭 나르스 유적 내 160호 무덤 조사 마무리 (서울=연합뉴스) 국립중앙박물관은 몽골 과학아카데미 고고학연구소, 몽골 국립박물관과 함께 2023년부터 약 4년간 몽골 동부의 도르릭 나르스 유적 160호 무덤을 발굴 조사한 결과, 총 413건의 유물을 찾아냈다고 6일 밝혔다. 사진은 8월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이 발굴 현장을 찾은 모습. 2026.11.6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국립중앙박물관, 몽골 도르릭 나르스 유적 내 160호 무덤 조사 마무리 (서울=연합뉴스) 국립중앙박물관은 몽골 과학아카데미 고고학연구소, 몽골 국립박물관과 함께 2023년부터 약 4년간 몽골 동부의 도르릭 나르스 유적 160호 무덤을 발굴 조사한 결과, 총 413건의 유물을 찾아냈다고 6일 밝혔다. 사진은 한-몽골 공동 학술 조사단이 기념 촬영하는 모습. 2026.11.6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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