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깊은 사색과 마주한 순간…손민수 피아노 리사이틀
조윤희
2026-10-28 17:13:04
(서울=연합뉴스) 조윤희 기자 = 클래식 음악, 특히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작품은 촘촘한 구조와 엄격한 질서 탓에 다가가기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손민수의 리사이틀은 클래식에 관한 깊은 지식 없이도 연주 자체의 집약된 에너지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만드는 무대였다.
이번 공연은 영국의 클래식 레이블 '하이페리온'과의 전속 계약 이후 처음 선보인 음반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1권 발매를 기념해 진행되는 월드투어의 일환이다.
손민수가 연주한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1권은 24개의 서로 다른 조성을 두루 거치며 완결성을 갖춘 고전 음악사의 대표 작품이다. 수많은 피아니스트에게 일종의 '성전'이자 거대한 과제로 꼽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손민수는 스승인 고(故) 러셀 셔먼이 남긴 악보를 연구하며 오래전부터 이번 녹음과 투어를 차분히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스승의 손길이 남은 악보를 짚어 나가며 바흐라는 거대한 유산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셈이다.
이날 무대에서 손민수는 총 24곡에 달하는 방대한 프로그램을 차분하고 정교한 해석으로 이끌어갔다.
1부에서 1번부터 12번까지의 전주곡과 푸가를 절제된 에너지로 정돈해 나간 그는, 이어진 2부에서 한층 더 과감하고 밀도 높은 연주를 선보였다.
건반 위를 오가는 그의 손끝에는 진중함이 묻어났고, 곡이 진행될수록 콘서트홀 내부의 고요함도 점점 깊어졌다.
콘서트홀에 침묵과 긴장감이 감돈 가운데, 공연 후반부로 갈수록 한층 더 깊이 몰입하는 연주자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연주에 집중한 그의 머리에서는 땀이 뚝뚝 떨어졌고, 모든 곡을 마친 후에는 무대 위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낸 듯 한동안 여운이 감도는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 음이 잦아들고 손을 뗐을 때, 그가 보여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에 객석은 박수갈채로 화답했다.
쉼 없이 이어진 전주곡과 푸가의 흐름 속에서 관객들은 고전이 지닌 정갈한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번 무대는 화려한 기교보다는 연주자의 성실한 탐구와 집중력이 돋보였다. 형식의 틀에 갇히지 않고 온몸으로 뿜어내는 손민수의 호흡에는 관객을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바흐라는 고전적 텍스트를 담담히 써 내려간 그의 연주는 클래식에 낯선 관객들에게도 연주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밀도 높은 시간을 제공했다.
손민수의 리사이틀 투어는 31일 하남문화예술회관 공연 이후 미국 뉴욕 카네기홀을 비롯해 미국 주요 도시와 캐나다,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순회하는 월드투어를 이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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