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오갤러리 서울서 12월 26일까지…회화·조각 39점 선보여
![안창홍 개인전 '지상낙원' 전시 전경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korean-vibe.com/news/data/20261104/yna1065624916276943_748_thum.jpg)
![안창홍 개인전 '지상낙원' 전시 전경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korean-vibe.com/news/data/20261104/yna1065624916276943_405_thum.jpg)
![안창홍 작 '지상낙원 2024 19'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korean-vibe.com/news/data/20261104/yna1065624916276943_208_thum.jpg)
![안창홍 개인전 '지상낙원' 전시 전경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korean-vibe.com/news/data/20261104/yna1065624916276943_485_thum.jpg)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거대한 얼굴에 포탄이 사선으로 박혔다.
높이 약 3m, 무게 1.1t의 무쇠 두상은 피를 흘리지도, 비명을 지르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 묵직한 침묵은 전쟁이 짓밟은 한 인간의 고통을 고스란히 전한다.
안창홍(73)의 신작 '눈먼 자들 - 전쟁'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관람객이 이 얼굴 앞에서 '거대한 침묵의 비명'을 듣길 바란다"며 "보지 못하는 거대한 얼굴이 관객을 압도할 때, 관객은 오히려 자신의 비겁한 시선을 자각하는 윤리적 통증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창홍의 개인전 '지상낙원'이 4일부터 서울 원서동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열린다.
회화 38점과 조각 1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문명과 번영의 이면에 가려진 폭력, 그 아래 희생되는 생명을 돌아보게 한다. 지상낙원이라는 제목은 우리가 누리는 평화가 누구의 고통 위에 세워졌는지를 되묻는 역설이다.
'박제' 연작은 인간의 폭력성과 자본주의의 이기심이 얼마나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지 지적한다.
출발점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문을 닫은 영세 자연사박물관의 동물 박제들이 쌓인 창고였다. 작가는 목이 부러지고 눈이 빠진 동물 박제들이 방치된 처참한 모습을 촬영했다.
화면에는 동물들의 상처와 훼손된 몸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작가는 사진의 사실성을 유지하면서 그 위에 물감을 더해 회화적 표현을 살렸다. 죽은 동물의 눈에 눈물을 그려 넣고 주변에는 노란 나비를 배치했다. 희생된 생명에 대한 애도의 표시다.
작가는 "한 번 죽임을 당한 동물들이 박제라는 껍질 속에서 영원히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며 "인간의 이익과 자본의 논리 속에서 동물도, 사회적 약자도 쉽게 희생되는 점을 고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름도 없는'과 '얼굴' 연작은 역사의 주변부에서 이름 없이 사라져 간 평범한 사람들을 기리는 작업이다. 수많은 익명의 얼굴은 주류 역사에 가려진 개인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얼굴' 연작은 작가가 호미로 땅을 얼굴 모양으로 파고, 시멘트를 부어 굳힌 뒤 다시 캐내는 방식으로 만든 부조를 촬영해 회화로 옮긴 작품이다.
작가는 "이름 없는 얼굴들을 발굴한다는 마음으로 작업했다"며 "역사의 상처를 다시 끌어올리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밀양에서 태어난 안창홍은 회화와 조각 등을 넘나들며 폭력에 내몰린 개인을 다뤄왔다.
입시 미술을 거부하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그는 한때 학생을 가르치며 생계를 꾸렸으나, 자신이 거부한 입시 미술로 돈을 버는 것이 맞지 않는다며 이를 그만뒀다.
한때 맨드라미꽃 그림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을 작품으로 전하는 길을 택했다.
작가는 "예술가는 시대의 관찰자이자 증언자로서 사람들이 외면하거나 보지 않으려는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야 한다"며 "그것을 마주한 관객이 사회적 부조리를 자각하고, 자신이 보고 있는 현실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2013년 이중섭미술상, 2009년 이인성미술상 등을 받았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전시는 12월 26일까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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