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이용 복합문화공간도 조성…"지역경제 활성화 이끌 마중물"
![빠삐용Zip에서 기념 촬영하는 관람객들 [촬영 민현기]](https://korean-vibe.com/news/data/20261031/yna1065624916273424_258_thum.jpg)
![죄수복 둘러보는 관람객 [촬영 민현기]](https://korean-vibe.com/news/data/20261031/yna1065624916273424_290_thum.jpg)
![수용자들이 지냈던 공간 돌아보는 관광객들 [촬영 민현기]](https://korean-vibe.com/news/data/20261031/yna1065624916273424_940_thum.jpg)
![빠삐용Zip 전경 [촬영 민현기]](https://korean-vibe.com/news/data/20261031/yna1065624916273424_995_thum.jpg)
[※ 편집자 주 = 저출산·고령화와 청년 유출로 지역 소멸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연합뉴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각 지역의 숨은 자랑거리와 이야깃거리를 재발견하는 기획을 시작합니다. 문화·경제·사회 전반에서 인물, 음식, 문화재, 특산물, 관광지 등은 물론 차별화된 경쟁력을 지닌 다양한 아이템을 발굴해 매주 토요일 송고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지역의 자부심 제고, 관광 활성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등을 추진함으로써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장흥=연합뉴스) 민현기 기자 = "가까이하기조차 어려웠던 교도소였는데, 지금은 그 안을 걸어 다니고 감방까지 들어가 본다는 게 신기해요."
전남광주 장흥군 옛 장흥교도소에 조성된 문화예술복합공간 '빠삐용Zip'.
40년간 수용자들이 생활했던 교정시설은 이제 관광객과 주민들이 찾는 문화공간으로 바뀌었다.
옛 교도소의 철창과 감시탑 등을 그대로 보존한 공간에서는 관광객들이 수감 생활을 간접 체험하고, 주민들이 참여하는 장터와 문화행사도 열린다.
영화·드라마 촬영장으로 활용되던 폐교도소가 이색 관광지로 탈바꿈하면서 관광객 유입은 물론 주변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철창·감시탑 그대로…수용자 대신 관광객 발길
빠삐용Zip은 높은 담장 위로 감시탑이 솟아 있고, 정문 안쪽에는 수용동과 여사동 등 40년간 교정시설로 사용된 건물들이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정문을 지나 수용동으로 들어서자 좁은 복도 한쪽으로 감방들이 줄지어 있고, 출입문마다 촘촘한 굵은 쇠창살도 그대로다.
성인 6∼7명만 들어서도 비좁은 감방에는 수용자의 생활을 감시하고 출입을 통제하던 교도소 특유의 구조가 보존됐다.
화장실 출입문 위쪽은 투명창으로 돼 있어 밖에서도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고, 감방의 두꺼운 철문은 안에서 열 수 없고 바깥쪽에서만 열리는 방식이다.
수용자들이 외부인을 만나던 접견실과 실외 활동을 하던 운동장도 당시 형태를 유지한 채 관광객들에게 개방됐다.
과거 수용자들의 출입을 통제하던 철문 안으로 이제는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드나든다.
감방에 들어선 방문객들은 비좁은 내부를 둘러보며 쇠창살을 만져보거나 철문의 구조를 유심히 살폈다.
처음에는 낯선 수용시설에 긴장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던 사람들도 이내 휴대전화를 꺼내 철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겼다.
교도소의 옛 시설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옛 차고지에서는 죄수복을 입고 피의자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하고, 실제 감방에서는 일정 시간 외부와 단절된 채 글쓰기에 집중하는 '글감옥' 체험이 이뤄졌다.
친구들과 함께 빠삐용Zip을 찾은 김은지(33) 씨는 "영화에서만 보던 교도소의 내부를 실제로 둘러볼 수 있어 특별했다"며 "아이들도 감방과 철창을 신기해해 장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주민 장터에 영화제까지…지역경제 활성화 마중물 기대
빠삐용Zip은 관광객을 위한 체험시설을 넘어 지역 주민 문화활동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교도소 밖 옛 경비교도대 시설을 개조한 '서로살림터'에서는 매월 셋째 주 토요일마다 주민과 지역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장터 '서로살장'이 열린다.
지역 농산물과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장터에 죽공예·자원순환 체험, 공연 등이 더해져 주민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올해 4월부터 열린 서로살장과 관련 워크숍에는 8차례에 걸쳐 2천240명이 참여했다.
지난 7월에는 교도소 옛 청사동에 지역 활동가들이 커피와 음료, 빵 등을 판매하는 '감옥당 주말마켓'도 들어섰다.
주민들이 별도 점포 없이 직접 만든 제품을 판매하며 창업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다.
동시에 교도소 안팎에서 각종 문화행사도 이어진다.
올해 어린이날과 한글날 행사에는 각각 1천783명과 1천216명이 참여했고, 16∼17일 열린 남도영화제 장흥 프레 행사에도 2천410명이 찾았다.
인근 상인들은 빠삐용Zip 개관 이후 관광객뿐 아니라 장기간 머무는 영화·드라마 촬영팀의 방문도 이어져 주변 상권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근처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최영준(62) 씨는 "예전에는 외지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올 일이 없었다"며 "지금은 관광객도 찾아오고 주민들도 장터를 열면서 동네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지역상권과 경제를 활발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 영화 촬영장서 문화관광 거점으로…폐교도소의 재발견
관광객과 주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지금과 달리 장흥교도소는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던 시설이었다.
1975년 문을 연 장흥교도소는 약 40년간 교정시설로 사용되다가 2015년 폐쇄됐다.
이후 감시탑과 수용동 등 주요 시설이 그대로 보존돼 주로 영화·드라마 촬영장으로 활용됐다.
영화 '1987'과 '프리즌',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더 글로리' 등 120여편의 영상물이 이곳에서 촬영됐으며, 촬영 대관으로 연간 약 1억원의 수익도 올렸다.
영화 제작진들만 주로 찾던 이곳에 일반 관광객과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한 것은 장흥군이 문화 재생 사업에 나서면서부터다.
지역 내 관광·문화시설이 부족했던 장흥군은 교도소의 독특한 구조와 촬영지로서의 특성을 활용해 새로운 관광자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유휴공간 문화재생사업에 선정된 군은 103억원을 투입해 약 22개 동 가운데 영화 촬영에 사용하던 시설은 보존하고 나머지 공간을 전시·체험시설과 주민 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지난해 7월 25일 정식 개관한 뒤 인기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입소문을 타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개관 이후 올해 10월 27일까지 누적 방문객은 5만9천850명으로 집계됐다.
장흥군은 앞으로 정기 행사 위주의 운영에서 벗어나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상시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계획된 체험 프로그램 4개 가운데 1개만 운영 중인 만큼 나머지 프로그램도 활성화하고, 영화·드라마 촬영 대관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운영 수익을 확보할 방침이다.
장흥군 관계자는 31일 "매월 정해진 행사 때만 찾는 공간이 아니라 주민들이 평소에도 찾아와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영화 촬영 대관도 활성화해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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