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호루몽' 포스터 [엣나인필름·익스포스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korean-vibe.com/news/data/20261105/yna1065624916279215_305.jpg)
![영화 '호루몽' 속 한 장면 [엣나인필름·익스포스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korean-vibe.com/news/data/20261105/yna1065624916279215_550.jpg)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산다는 것은 이기는 것입니다. 살아남았다는 것은 그 자체가 찬가입니다."
차별과 혐오에 맞서 싸워온 재일 동포 3세 인권운동가 신숙옥의 신념이 담긴 말이다. 그의 삶을 통해 재일동포 100년의 역사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호루몽'이 11일 개봉한다.
영화 '카운터스', '모어'를 연출한 이일하 감독의 신작으로, 신숙옥이 일본 방송 제작사를 상대로 벌인 법정 투쟁과 외할머니 이백란, 어머니 케이코로 이어지는 3대 여성의 역사를 교차해 보여준다.
영화는 일제강점기 일본의 공장으로 보내져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이백란과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재일동포라는 이유로 차별을 겪은 케이코, 인권운동가로서 차별과 혐오에 맞서온 신숙옥의 삶을 따라간다.
이를 통해 일본 사회의 차별과 배제가 가족 내부의 가부장적 억압과 폭력으로 이어지는 과정까지 들여다보며, 재일동포 여성들이 겪어온 고통과 저항의 역사를 조명한다.
제목인 '호루몽'은 일본어로 곱창 등 내장 부위를 뜻한다. 과거 일본 사회에서 버려지던 내장을 먹거나 팔아 생계를 이어간 재일 동포들의 생존 역사를 상징한다.
신숙옥은 배급사를 통해 공개된 인터뷰에서 "(호루몽은) 재일 코리안의 역사를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라며 "'몽'은 '꿈'이라는 뜻으로도 읽을 수 있어 궁극적으로 꿈을 버리지 말라는 역설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1959년 도쿄에서 태어난 신숙옥은 사업가로 자립한 뒤 일본 사회의 인종차별에 맞서는 인권운동가로 활동했다.
2017년 일본 방송 프로그램 '뉴스여자'가 신숙옥을 북한의 지령을 받아 일본을 혼란에 빠뜨리려는 인물이란 취지로 묘사한 이후 그는 살해 협박과 스토킹에 시달렸다.
이후 그는 제작사 DHC 텔레비전 등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 2023년 최종 승소했다.
영화는 신숙옥이 미행과 협박에 시달리고 가족의 안전까지 위협받으면서도 법정 투쟁을 이어가는 과정을 상세히 담았다. 거침없이 차별에 맞서던 그가 오랜 싸움 끝에 승소 판결을 듣고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는 장면도 포착했다.
신숙옥은 "지금까지도 협박은 끊이지 않는다"면서도 "당시에는 무섭고 당황스러웠지만 지금은 극복해야 할 일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일하 감독은 일본 유학 시절 토론 프로그램에서 극우 논객의 주장을 반박하는 신숙옥의 모습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반차별 운동을 취재하며 인연을 이어가던 중 그가 협박을 피해 독일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접하고 영화 제작을 결심했다.
신숙옥은 이 감독과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2013년 처음 만났을 당시 일본에서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시위가 격렬했지만, 이런 일들이 제대로 기사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감독은 늘 시위 한가운데에서 취재하고 있었다"며 "두려움 없이 기록하고 취재하는 모습에 감동하고 놀랐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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