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 크기 '칼새', 하루에 서울~부산 왕복 거리 비행

엄남석 / 2021-05-21 16: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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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최대 830㎞ 9일간 비행…뒤바람 등 효율적 비행 전략 구사
▲ 하늘을 나는 칼새 [Davide D'Amico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칼새(swift)는 몸집이 작은 철새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이주하는 새로 꼽힌다. 새끼를 기르지 않을 때는 하루의 80% 이상을 하늘을 날아다니는 이 새는 하루 평균 약 500㎞를 이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웨덴 룬드대학 동물학 교수 수전 오케슨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소형 위치추적기로 칼새의 이주를 추적한 끝에 이보다 훨씬 더 긴 하루 최대 830㎞ 이상 비행하는 것을 확인해 과학 저널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발표했다.

몸길이가 20㎝, 날개폭이 17~18㎝ 불과하지만, 서울~부산 왕복 거리를 하루 만에 비행한다는 것이다.

아이사이언스 발행사 '셀 프레스'(Cell Press)와 외신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칼새(Apus apus종)가 특정 번식지를 고수하는 점을 이용해 지난 2010년과 2012~2013년 이주기 때 유럽 북단의 칼새 성체 45마리를 붙잡아 소형 위치추적기를 달았다. 위치추적기는 칼새 몸무게의 3% 미만으로 비행 속도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 칼새 [Aron Hejdstrom, CAnMove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위치추적기를 단 칼새 중 모두 24마리를 다시 붙잡아 이동 경로와 속도 등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중 20마리는 봄과 가을 이주 기록을 모두 갖고 있었다.

그 결과, 칼새는 가을에 20일간 22곳을 거치며 약 9천900㎞를 날아 사하라 사막 남부로 이주하고, 봄에는 15일에 걸쳐 5곳에 들르며 직선거리로 약 7천900㎞ 날아 유럽 북부로 돌아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이동 거리는 약 570㎞로 이전에 알려졌던 것보다 70㎞가량 길었다. 특히 비행 조건이 맞을 때는 9일에 걸쳐 하루 최대 832㎞를 이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칼새가 이동 경로 상에서 날아다니는 곤충을 잡아먹고 뒤바람을 타고 비행하는 등의 효율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 칼새 이주 경로 [iScience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칼새가 어떻게 최적의 바람 조건을 예견하고 이에 맞춰 비행하는지는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주변의 기상에 따른 기압 변화를 이용해 바람 조건을 미리 확인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연구팀은 칼새가 가을철보다는 봄철 이주 때 뒤바람의 도움을 20%가량 더 받는 것으로 분석하면서 사하라 사막과 지중해를 건널 때 더 가속이 붙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칼새가 가장 빨리 비행하는 철새로 꼽히지만, 장거리 비행에서만큼은 '큰뒷부리도요'(Limosa lapponica)에는 미치지 못한다. 큰뒷부리도요는 지난해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 1만2천854㎞를 11일간 한 번도 쉬지 않고 날아간 것으로 학계에 보고돼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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