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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툰 '도박중독자의 가족' [카카오웹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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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툰 '도박중독자의 가족' 단행본 표지 |
[웹툰 픽!] 주식투자 중독이 불러온 파국…'도박중독자의 가족'
'카산드라' 이하진 작가의 팩션…코인·주식투자 열풍 뒤 묵직한 시사점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그리스·로마 신화 속 트로이의 공주인 '카산드라'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을 받았지만, 동시에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 저주에 걸렸다.
카산드라는 그리스군이 숨어 있는 트로이의 목마를 성내에 들이는 것을 반대했지만, 불길한 예언만 한다고 조롱받고 조국이 멸망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웹툰 '도박중독자의 가족'의 주인공도 신화 속 카산드라와 비슷한 처지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당시 주식 투자로 시어머니의 아파트와 빌린 돈, 형제들의 돈을 모두 날린 시동생이 도박중독자가 아닌지 일찌감치 의심하지만, 시댁 식구들은 물론 남편까지도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4형제의 장남인 남편은 "가족 간에 돕는 게 나쁜 일이 아니다"라며 면박을 준다. 시댁 식구들도 남편이 어머니의 빚을 적극적으로 갚지 못하게 한 주인공을 원망한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시어머니의 전화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전화에 주인공은 정신과 약을 먹다가 자신에게 공동의존증(중독자와 자신의 삶을 분리하지 못하는 것) 기미가 보인다는 것을 깨닫는다.
시댁 식구 중 아무도 믿지 않던 불길한 예언은 곧 현실이 된다.
시동생은 개인회생을 몰래 포기하고, 부동산 사기와 명의 위조 대출 등을 통해 나머지 형제들의 돈과 신용까지 모두 털어 투자하다가 쪽박을 찬 사실이 드러난다. 결국 막냇동생은 이혼, 둘째는 개인 워크아웃 절차를 밟는다.
극적인 해피엔딩은 없다. 다만 주인공은 시어머니의 인생과 자신의 인생을 분리해내고, 육아와 마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서서히 가정을 다시 궤도에 올려놓을 뿐이다.
가상화폐와 주식투자 붐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현시점에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한층 묵직하게 느껴진다.
작가는 주식 중독이 도박중독자 중 학력이 높고 공부를 열심히 하던 사람에게 나타나며, 큰돈을 벌어본 사람일수록 중독이 되기 쉽다고 설명한다.
또 도박중독은 질병이기 때문에 선하든 악하든 상관없이 걸릴 수 있지만, 통념상 윤리적 타락의 결과로 보기 때문에 중독자가 원래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가족들은 문제로 인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혹시라도 코인·주식시장이 호황이던 최근 2∼3년 새 큰돈을 벌었던 기억을 바탕으로 현재의 손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돈을 끌어오던 독자가 있다면 스스로가 투자자인지 아니면 중독자인지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이 작품은 웹툰 '카산드라'를 그린 이하진 작가가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카산드라를 그린 계기는 물론 그간 왜 장기 휴재와 비정기 블로그 연재를 했는지에 대한 간접적인 대답이 되지 않을까.
작품은 카카오웹툰에서 볼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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