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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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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 크루그먼 교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

폴 크루그먼 "부자 감세, 기후변화 부정은 '좀비 아이디어'"
'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 번역 출간…'21세기 첫 20년' 정책 진단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코로나19 부정론은 기후 변화 부정론이나 감세 옹호론처럼 '좀비 아이디어'였다. 반증(反證)에 의해 이미 쇠멸됐어야 하는데 여전히 비척비척 걸어 다니며 사람들의 뇌를 파먹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69)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신간 '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부키)에서 실패했는데도 '좀비'처럼 죽지 않고 계속 살아남아 사회를 지배하는 생각을 '좀비 아이디어' 또는 '좀비 정책'으로 규정한다.
크루그먼은 21세기 첫 20여 년간 시행된 여러 정책을 살핀다. '공공 지식인'을 자처하며 칼럼 등으로 사회에 의견을 밝혀온 그는 "진실을 규명하고, 정의를 실현하고, 좀비를 추방하려는 투쟁을 담았다"고 설명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기고한 글을 주제별로 분류하고 일부 글을 추가했다.
그가 책을 쓴 주된 목적은 실패가 검증되고 틀렸다는 증거가 나와도 죽기를 거부하는 좀비 아이디어와 사상을 밝혀내 무덤 속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크루그먼은 정책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객관적으로 성패가 검증되는데, 실패 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보란 듯이 다시 귀환하는 건 문제라고 본다.
크루그먼은 "가장 끈질긴 좀비는 부유층에 세금을 물리는 일이 경제 전반에 막대하게 해악을 입히며, 고소득층에 매기는 세금을 낮추면 경제 성장을 누리게 될 거라는 주장이다. 이 신조는 현실에서 늘 실패를 거듭해 왔다"며 부자 감세 옹호론을 직격한다.
그는 1980년대 초 레이건 정부의 감세안, 200년대 초 조지 W. 부시 정부의 감세 정책, 2017년 트럼프 정부의 감세안까지 부자 감세가 공화당의 주요 집권 정책이라고 분석한다. 크루그먼은 "공화당을 꽉 틀어쥐고 있어 당 내부에서 누구도 부자 감세에 회의적 표현을 입에 올리기조차 못한다"고 지적한다.
부자들과 대기업의 세금을 줄여주면 경기가 부양돼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에 혜택이 돌아간다고 보는 이른바 '낙수 효과'는 감세의 주된 논거이지만, 역대 사례를 보면 미국 경제에 성장을 가져오지 못했고 재정을 악화하거나 소득 불평등을 확대했다는 게 크루그먼의 생각이다.
크루그먼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2019년 부유세인 이른바 '대부호세'(ultra millionaire tax)를 제안한 것을 언급하며 "급격한 부자 증세안은 아직도 미국 유권자들에게 극좌파로 비친다고들 여기지만 여론 조사는 부자 증세에 대한 압도적 지지를 말해준다"고 강조한다.
그는 "기후 변화는 거짓말이며, 기후 변화에 대해 조치하는 건 일자리를 없애고 경제 성장을 망친다"는 부정론자들의 주장도 반박한다. "논리도 증거도 전혀 없다"라거나 "그릇된 믿음에 바탕을 두고 주장을 편다"며 "도널드 트럼프가 기후 변화 부정이라는 악행을 대표하는 본보기"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크루그먼은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오염 물질 배출에 세금을 부과하거나 오염물 배출 허가증을 사고팔 수 있는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미국의 온실가스는 전기 발전과 교통수단에서 배출된다며, 석탄 사용을 중단하고 재생 에너지 사용을 확대하자는 제안도 내놓는다.
책은 "미래 세대에게 그만 훔쳐라" 같은 구호를 내걸면서 사실상 저소득층 지원을 줄이고 실업률을 방치하면서 경기 회복에는 순기능을 하지 못하는 '긴축 좀비', 경제적 불평등은 인정하면서도 4차 산업혁명과 기술 발전 때문에 발생하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기술격차 좀비' 등에 관해서도 설명한다.
그는 코로나19 대유행 시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역시 좀비 아이디어라고 주장한다. 초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국민들의 활동을 제약하는 대신 실업 수당이나 보조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엄청난 참사였고, 다 좀비 탓"이라고 말한다.
김진원 옮김. 664쪽. 2만5천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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