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도 안 돼 안방극장으로…한국영화, VOD로 빨라진 발걸음

오보람 / 2022-02-24 11: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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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최고 흥행 '해적 2' 35일만에 넷플릭스 공개…'경관의 피'는 23일 만
"극장서 볼 사람 다 봤다" 판단 시기 짧아져…수익창구 재빨리 전환
▲ 영화 '해적: 도깨비깃발'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경관의 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 시내 한 영화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 영화 '강릉' 포스터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 달도 안 돼 안방극장으로…한국영화, VOD로 빨라진 발걸음

올 최고 흥행 '해적 2' 35일만에 넷플릭스 공개…'경관의 피'는 23일 만

"극장서 볼 사람 다 봤다" 판단 시기 짧아져…수익창구 재빨리 전환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을 찾는 관객 수가 급감한 가운데, 국내 신작이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주문형 비디오(VOD) 출시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공개를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전이라면 흥행작에 등극하거나 '중박' 정도의 성적을 기대했을 법한 작품들이 쫓기듯 VOD 시장으로 진입해 수익 창구를 전환하는 모양새다.

올해 나온 한국 영화 가운데 최다 관객을 기록한 '해적: 도깨비깃발'(약 129만명)은 다음 달 2일 넷플릭스에서 동시 공개된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지 35일 만이다.

제작비 200억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작치고는 신속하게 OTT로 향했다. '해적'의 손익분기점은 4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개봉한 설경구, 이선균 주연의 '킹메이커'는 이보다도 빠른 29일 만에 VOD를 출시하고 온라인과 IPTV 시장으로 향했다.

비슷한 시기 극장에 걸린 조진웅, 최우식 주연의 '경관의 피'(68만명)와 박소담 주연의 '특송'(44만명)은 앞서 각각 23일, 30일 만에 VOD를 내놨다.

이 밖에도 지난해 하반기 개봉한 '유체이탈자'(27일), '연애 빠진 로맨스'(23일), '장르만 로맨스'(21일) 등도 한 달도 못 가 VOD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각각 82만명, 61만명, 52만명의 관객을 모은 작품들이다.

VOD 시장을 향한 극장 개봉작의 발걸음은 국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과 비교하면 다소 빠른 편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관객 수가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만큼, 예년이라면 영화 1편당 관객 수가 지금보다 최소 3배에서 많게는 4∼5배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68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경관의 피'는 보통 때라면 못 해도 200만명 이상은 모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2019년 관객 수 200만∼300만여명을 기록한 '악인전'(42일), '가장 보통의 연애'(41일), '블랙머니'·'사바하'(35일), '말모이'·'증인'(34일) 등의 사례를 보면 '경관의 피'(23일)보다 11∼19일 늦게 VOD가 나왔다.

최신 한국 영화가 더 빨리 VOD 시장으로 가는 까닭은 극장을 찾는 관객 자체가 급감하면서 티켓 판매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간이 짧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배급사가 '극장에서 볼 사람은 다 봤다'고 판단하는 시기가 앞당겨진 셈이다.

과거에는 중간 정도의 성적을 낸 작품이라도 한 달간은 극장을 통해 꾸준히 관객을 모았지만, 최근에는 정점을 찍고 난 뒤 관객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추세다.

'해적'의 경우 개봉 첫 주말이자 설 연휴 기간인 1월 29일∼2월 2일 일일 관객 12만∼13만명을 모았다가, 바로 다음 주말에는 6만명 대로 뚝 떨어졌다. 이후 3주 차 주말에는 2만명대, 4주 차 주말에는 1만명대까지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VOD 진출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돌파구로 여겨진다. 극장 찾기를 꺼리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시장을 안방으로 발 빠르게 확대하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TV VOD 시장의 매출액과 인터넷(OTT·웹하드) VOD 시장 매출액은 각각 2천479억원, 1천67억원으로, 둘을 합치면 극장 매출액(3천845억원)에 육박한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극장만을 고집해봤자 더 이상의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VOD 시장이 매력적인 대안이기 때문에 신작들이 점점 더 빨리 VOD로 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극장 성적은 저조했지만, VOD에서는 뜻밖의 흥행을 거두는 경우도 생긴다.

일례로 21일 만에 VOD로 나온 장혁, 유오성의 '강릉'(30만명)은 지난해 12월 온라인상영관(IPTV 3개사·디지털케이블TV)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이용 건수는 총 30만여건으로 '베놈2:렛 데어 비 카니지'(19만여건), '007 노 타임 투 다이'(9만여건) 등 할리우드 대작들을 제쳤다.

영화계 관계자는 "일부러 극장을 찾아서 보고 싶은 정도는 아니지만, 집에서 부담 없이 볼 만한 영화들은 오히려 VOD로 수익을 더 낼 수 있다"며 "'강릉'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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