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원작 발판 삼아 확장한 '드라이브 마이 카'

한미희 / 2021-10-08 12:4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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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각본상 수상작…부산영화제서 공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우연과 상상'까지 두 편 초청
▲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우연과 상상' 중 '한 번 더'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하루키 원작 발판 삼아 확장한 '드라이브 마이 카'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작…부산영화제서 공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우연과 상상'까지 두 편 초청

(부산=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50여 페이지에 불과한 간결한 단편 소설은 어떻게 세 시간 분량의 장편 영화로 만들어졌을까.

지난 7월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2014)에 실린 단편 '드라이브 마이 카'를 발판으로 삼았다.

같은 책에 실린 다른 단편 '셰에라자드'까지 덧붙여 출발한 이야기는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 '바냐 아저씨'와 원작에 없던 주인공의 로드 무비가 더해지며 하마구치 감독만의 새로운 세계로 확장했다.

죽은 아내에 대한 상처를 가진 배우 가후쿠(니지시마 히데토시)와 전속 드라이버가 된 미사키(미우라 토코)의 관계는 이야기의 뼈대로 원작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같은 배우 출신인 아내는 성관계 도중 이야기를 늘어놓는 버릇이 있다. 이 설정과 이야기의 내용은 '셰에라자드'에서 따왔다. 그러나 아내는 자신이 한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하고, 가후쿠가 기억해 다시 들려주는 이야기로 각본을 써 드라마 작가로 성공했다.

출장 일정이 갑자기 바뀌어 집으로 돌아왔다가 아내의 외도 장면을 목격한 가후쿠는 조용히 자리를 피하고 계속 모른 척한다. 할 말이 있다는 아내의 말에 밖에서 시간을 보내다 늦게 돌아온 어느 날, 아내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원작 소설의 설정과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초반부가 끝나는 시점에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듯 크레딧이 흐른다.

2년의 세월이 흐르고 지방 연극제의 연출가로 초청받은 가후쿠는 그곳에서 전속 운전사 미사키를 만나고, 아시아 각국의 배우들과 함께 연극 '바냐 아저씨'를 준비한다.

그들 중에는 아내의 외도 상대였던 젊은 일본 남자 배우도 있고, 들을 수는 있지만 말을 하지 못해 수어를 사용하는 한국 여성 배우도 있다.

한국, 대만, 일본 등 각국의 배우들은 각자의 언어로 대사를 하고, 가후쿠는 연기 연습 대신 무미건조하게 대사를 읽는 훈련을 반복한다. 가후쿠 자신도 예전의 버릇대로 미사키가 운전하는 동안 생전 아내가 녹음해 준 테이프를 틀어놓고 대사 외우기를 계속한다.

연극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리며 자연스럽게 '바냐 아저씨'의 대사를 곱씹는 한편, 가후쿠는 아내의 외도 상대와 한국 배우 부부를 따로 만나며 마음속에서 크고 작은 파동을 겪는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연극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자 생각할 곳이 필요했던 가후쿠는 미사키가 떠나온 고향으로 향하고, 두 사람은 어느새 서로의 가장 깊은 곳에 묻어둔 상처를 꺼내 보듬는다.

'드라이브 마이 카'와 함께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우연과 상상'은 지난 3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옴니버스 영화다. '우연'을 주제로 뜻밖의 만남을 다룬 세 편의 단편 '마법', '문은 열어 둔 채로', '한 번 더'가 이어진다.

'우연과 상상'은 이날 오후 열리는 제15회 아시아필름어워즈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로도 올라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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