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알렉스 갈런드 감독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 |
| ▲ 영화 '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 |
| ▲ 영화 '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 |
| ▲ 알렉스 갈런드 감독(오른쪽)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멘' 알렉스 갈런드 감독 "남성성의 재생산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 만들며 오히려 배운 느낌…전통적 호러와는 다른 영화"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공포영화 '멘'의 마지막 10분은 충격적이고 논쟁적이다. 영화 내내 번갈아 하퍼(제시 버클리 분)를 괴롭힌 남자 여러 명이 서로를 낳고 또 낳는다. 누구나 경험했지만 그렇게 자세히, 그리고 천천히 보지는 못한 출산 모습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는 이 작품을 올해 개막작으로 택하면서 "신체의 변형을 통해 계속해서 재생산되는 남자의 모습은 아무리 저항해도 소멸되지 않는 가부장의 힘 같기도 하다"고 평했다.
국내 개봉일인 지난 13일 화상으로 만난 알렉스 갈런드 감독은 "전형적인 남성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재생산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당연하게 여겨지는 생각과 관습을 관객 자신도 갖고 있었음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감독이 말하는 전형적 남성성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해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하퍼에게 공포와 분노를 유발한다. 툭툭 던지는 말들은 불쾌하거나 위협적이고 신체적 공격을 가하기도 한다. 자살하겠다고 협박하다가 추락사한 남편은 '사랑'을 요구했지만, 하퍼는 이혼을 원했다.
갈런드 감독은 열다섯 살인 자신의 딸이 겪고 있는 성적 불쾌감의 경험에 비춰보면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에 비해 영화의 수위가 낮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화가 묘사하는 전형적 남성성에서 자신도 예외가 아니라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문제가 있을 때 싸우고 때리는 법을 배웠습니다. 폭력이 내적 문법이 된 거죠. 남성들을 가르치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영화를 만들면서 제가 스스로 학습하는 느낌이었어요. 거의 대부분 장면에서 개인적 배움이 있었습니다."
'007 시리즈' 빌 테너 역의 로리 키니어가 1인 9역으로 하퍼 주변 남자들을 연기했다. 시골 저택 관리인과 하퍼를 따라다니는 의문의 남자 '그린맨', 목사, 경찰관, 술집 바텐더 등이다. 감독은 이 같은 연출을 두고 "왜 배우 한 명이 여러 역할을 했는지 관객에게 궁금증을 자아내길 바랐다"고 말했다. 키니어에 대해서는 "주변에서 매일 볼 수 있는 흔한 느낌"이자 "배우들이 존경할 만큼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했다.
하퍼 역시 공포영화의 전형을 깨는 캐릭터다. "보통 호러영화에서 몬스터나 초자연적 존재가 점점 강력해지면서 주인공을 괴롭히고 궁지에 내몹니다. 하퍼는 처음엔 무서워하기도 하고 도망치기도 하지만 점점 강해집니다. 상대가 가장 무섭고 강력한 존재가 된 상태에서 비명을 지르지도 않고 점점 침착해져요. 전통적 호러 서사와는 반대죠."
15년 전 작품 구상의 출발점이 된 그린맨은 원래 유럽에서 생명과 자연에 대한 동경 또는 남성의 힘을 가리키는 상징물이다. 하퍼와 그린맨은 모두 정원의 사과를 따 먹는다. 추락사한 남편의 모습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닮았다. 하퍼를 괴롭히는 남성 역시 몸이 찢긴다.
갈런드 감독은 영화 속 종교·신화적 상징들에 대해 "해석은 각자의 몫으로 두고 싶다"면서도 "남자들의 찢긴 신체를 통해 남편이 추락했을 때 하퍼의 생각과 감정이 다시 나타나는 점이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갈런드 감독은 전작 '엑스 마키나'(2015), '서던 리치: 소멸의 땅'(2018)에서 독특한 비주얼의 SF로 인간의 본질을 탐구했다. 영화계에 발을 들인 건 좀비 영화 '28일 후'(2002) 각본을 쓰면서였다. 영화감독 이전에 소설가이기도 하다. 그는 "내가 어떠한 형식을 갖고 있는 작가주의 감독이라면 이번 영화가 전환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처음에 영화 작업을 호러로 시작했다"며 "금기시된 행동에서 일이 생긴다는 공포영화의 전형적 공식을 반박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끝)
(C) Yonhap News Agency.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