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산' 욕설 대사 소화한 김현주 "감정 신나게 폭발시켜"

황재하 / 2024-01-23 15:3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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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물로 연기 영역 확장…"스릴러 연기, 재미와 부담 공존"
▲ 드라마 '선산' 배우 김현주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드라마 '선산' 배우 김현주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드라마 '선산' 배우 김현주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드라마 '선산' 배우 김현주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선산' 욕설 대사 소화한 김현주 "감정 신나게 폭발시켜"

장르물로 연기 영역 확장…"스릴러 연기, 재미와 부담 공존"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사실 대사에 욕설이 들어가는 연기를 한 건 '선산'이 처음이에요. 대외적으로는 지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면서도 내면에는 그렇지 않은 모습이 있는 인물이라는 걸 (대사를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죠."

지난 1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선산'에서 배우 김현주는 수시로 욕설을 내뱉는 주인공 윤서하를 연기했다. 그것도 구수하거나 웃음을 주는 욕설이 아니라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인 작품의 분위기에 맞는 건조하고 팍팍한 말투의 욕설이다.

김현주는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갖춘 배우이지만, 그가 욕하고 분노를 드러내는 모습은 이전까지 볼 수 없던 새로운 모습이었다.

2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김현주는 "대본에 없는데도 상황에 맞게 즉흥적으로 욕설을 섞어 연기를 한 부분도 많았는데, 많은 분량이 삭제됐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번 드라마에서 김현주는 억눌린 감정을 한 번에 크게 분출하는 모습을 실감 나게 연기했다. 욕설뿐 아니라 노래방에서 소리를 지르는 장면, 남편과 몸싸움을 벌이며 크게 다투는 장면 등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인지 김현주는 이번 '선산'에서 연기한 서하를 두고 "제가 처음으로 신나게 감정을 폭발시킨 캐릭터였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선산'은 작은아버지가 갑작스레 돌아가셔서 대대로 내려온 선산의 상속자가 된 서하의 이야기다.

극중 서하는 점점 답답한 처지에 몰린다. 대학 시간 강사인 서하는 전임 자리를 따내기 위해 권력을 쥔 교수에게 충성을 바치지만 결국 전임은 다른 강사 차지가 된다. 요가 강사인 남편은 외도에 빠져 있는데, 이 일로 서하와 크게 다툰 남편은 누군가가 쏜 총에 맞아 숨진다.

김현주는 서하의 답답한 심경을 선명하게 표현했다. 남편의 외도를 추궁하면서 좁은 승용차 안에서 몸싸움을 벌여 가며 고성을 지르고 싸우는 장면, 이후 남편이 죽은 뒤 옷장에 남편의 옷을 걸다가 옷걸이 봉이 떨어지자 신경질을 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특히 옷걸이 봉이 떨어지는 바람에 옷들이 바닥에 널브러지는 장면에서 김현주는 "왜 나한테, 나한테! 왜! 왜!"라고 소리치며 답답한 감정을 표현했다. 이 대사는 원래 대본에 없었던 김현주의 애드리브였다고 한다.

김현주는 "서하는 계속 불행한 삶이 아버지와 어머니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 평범하게 잘살아 보겠다는 마음으로 자신을 억누르며 살아온 것 같다"며 "결혼도 사랑 때문이 아니라 남들처럼 가정을 이루고 싶은 마음에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 모든 참아온 감정이 한순간 터지는 느낌이 있었고, 거기서 감정을 터뜨려야 뒤에 이어지는 장면들도 힘이 실리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옷이 쏟아질 때 제가 다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화를 내다 보니 '서하한테는 억울한 마음이 컸구나, 버려진 마음도 있고 부모의 부재나 결핍도 느꼈겠지만, 결국 얘한테는 억울한 마음이 가장 컸구나' 싶었죠."

이처럼 궁지에 몰린 서하는 남편의 죽음을 이복동생인 김영호(류경수 분)의 소행으로 의심한다. 작은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처음 만난 영호는 자신이 서하의 이복동생이라며 선산에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하는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격렬한 감정을 분출하면서 김영호를 향한 적개심을 드러내고, 급기야 폭력을 써서 김영호에게서 '선산을 포기한다'는 서류에 지장을 받아내려 한다.

김현주는 "뒷부분으로 갈수록 서하의 상황이 안 좋아지는데, 좀 더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지금까진 제가 감정을 억누르는 연기를 많이 해왔다면, 이번에는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저 자신을 버리고 폭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나중에는 왜 선산을 가지려고 했는지조차 잊어버리고 영호와의 싸움에서 이기겠다는 생각, 다시는 누군가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앞선 것 같다"고 인물의 심리를 분석했다.

'선산'은 잇달아 서하의 주변에 의문스러운 사건들이 벌어지고 그 단서를 하나씩 쫓는 과정에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후반부에 밝혀진 이야기는 윤리적으로 용인하기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고, 이를 두고 평가와 호불호가 엇갈리고 있다.

김현주는 이를 두고 "저도 그 부분을 우려했다"며 "그런데 그런 (논란이 될 만한) 점을 이야기하려는 작품이 아니고 소재로 사용된 것이어서 출연할 수 있었다"고 짚었다.

김현주는 1996년 가수 김현철의 '일생을'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처음 연기를 시작하고 이듬해 MBC '내가 사는 이유'로 드라마에 처음 출연했다. 어느새 데뷔 30년을 바라보고 있다.

특히 1990년대와 2000년대 '햇빛속으로', '그 여자네 집', '유리구두', '토지' 등 숱한 인기 드라마에 출연했고, 2020년대 들어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스릴러 드라마 '지옥'과 SF 영화 '정이'에 출연해 연기 영역을 한층 넓혔다.

역시 장르물인 '선산'에서는 종전에 보여주지 않았던 격렬한 감정 연기를 선보여 호평받고 있다.

김현주는 "장르물 연기가 저한테 쉽지는 않은 것 같다"며 "미스터리, 스릴러에서 긴장감을 주는 역할은 재미와 부담감이 모두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또 "과거엔 그런 걸 도전해보려는 용기가 없고 안전하게 제가 해왔던 것들을 하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더 신경 썼던 것 같다"며 "지금은 전보다 마음에 여유가 조금 더 생겼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김현주는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대한의 선택을 하겠다"고 대답했다.

"한 작품 한 작품 하다보니 이만큼 시간이 흐른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그러지 않을까 생각해요. 뭘 하고 싶다고 그것만 쫓는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닌 것 같고요. 앞으로도 최선의 선택을 하면서 재미있게 일하고 싶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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