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울림 주는 여성 예술가들의 목소리 '예술가의 초상'

송광호 / 2021-12-15 16:12:20
  • facebookfacebook
  • twittertwitter
  • kakaokakao
  • pinterestpinterest
  • navernaver
  • bandband
  • -
  • +
  • print
그래픽 디자이너 휴고 우에르타 마틴이 쓴 인터뷰집
▲ 케이트 블란쳇 [앤의서재 제공 ⓒ휴고 우에르타 마틴. 재판매 및 DB금지]

▲ 오노 요코 [앤의서재 제공 ⓒ휴고 우에르타 마틴. 재판매 및 DB금지]

▲ 아녜스 바르다 [앤의서재 제공 ⓒ휴고 우에르타 마틴. 재판매 및 DB금지]

▲ 책 표지 이미지 [앤의서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묵직한 울림 주는 여성 예술가들의 목소리 '예술가의 초상'

그래픽 디자이너 휴고 우에르타 마틴이 쓴 인터뷰집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예술은 철학적인 질문뿐만 아니라 가능한 모든 질문을 제기해야 합니다. 답이 없는 질문이라도 던져야 해요."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말이다. 1997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그는 의심할 바 없는 이 시대의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이다.

예술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휴고 우에르타 마틴이 쓴 '예술가의 초상'(앤의서재)은 아브라모비치를 포함해 25명의 여성 예술가와의 대담을 엮은 인터뷰집이다.

영화배우 케이트 블란쳇, 가수 겸 사회운동가 애니 레녹스, 패션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 설치 미술가 타니아 브루게라 등과 나눈 대화를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저자는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은 후 삶과 아름다움, 예술세계에 대해 여러 질문을 던지며 그들의 예술세계를 지면으로 끄집어낸다.

연기파 배우 케이트 블란쳇은 배우에 대해 "결국 배우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이라며 "배우가 전달하는 이야기는 대개 사회의 건강이나 상태와 관련 있다"고 말한다.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겉모습을 꿰뚫고 날 것 그대로 보이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예술에 관해선 "위험한 대화가 이어지게 만드는 도발"이라고 밝힌다.

음악의 출발이 되는 아이디어는 "묘목처럼 강인해야 하고, 본질이 들어있어야 한다"는 그래미상 수상자 애니 레녹스의 발언도 눈길을 끈다.

"아름다움이 아니라 진짜 삶을 패션에 넣고 싶다"고 말하는 미우치아 프라다, "반복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시도로 관객들에게 색다른 걸 선사하는 게 예술가의 목적"이라고 밝힌 오노 요코, "아름다움을 항상 공포와 불안, 고통, 폭력과 함께 묘사한다"는 사진작가 시린 네샤트의 발언 등도 집중해 들을 만하다.

이들은 예술, 아름다움, 욕망, 고통, 성공, 노출, 명성, 수치심, 종교, 인종, 영성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거침없는 답변을 내놓는다. 그들의 말에서는 오랜 시간 자기 일을 갈고 닦은 자들에게서만 드러나는 묵직한 힘이 느껴진다.

지난 2019년 작고한 프랑스 누벨바그 대표 감독 아녜스 바르다는 '아름다움'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런 답변을 내놓는다.

"카페에 가만히 앉아서 주위 사람들과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한번 보라고. 앞의 풍경을 마음의 프레임에 넣고 집중해봐요. 그 프레임에 뭐가 들어오고 뭐가 빠져나가는지.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는 것들에서 뭔가를 배워봐요. 가만히 앉아 눈앞의 프레임을 보는 것만으로 삶이 아름답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정지현 옮김. 380쪽. 3만8천원.

(끝)

(C) Yonhap News Agenc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