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전 지하소극장서 출발한 공간시낭독회, 500번째 낭송회

이은정 / 2022-03-15 16: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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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500회 기념행사…한경 회장 "1천회 넘어 계속되길"
▲ 고(故) 성찬경 시인 (서울=연합뉴스) 1979년 구상, 박희진 시인과 만든 '공간시낭독회'의 2월 모임에서 시를 낭독하는 고 성찬경 시인. 2013.3.17. [공간시낭독회 제공]

43년 전 지하소극장서 출발한 공간시낭독회, 500번째 낭송회

17일 500회 기념행사…한경 회장 "1천회 넘어 계속되길"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국내 최장수 시낭송 모임을 자부하는 '공간시낭독회'가 창립 43년 만에 500회 낭송회를 연다.

공간시낭독회는 오는 17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500회 기념 행사를 연다고 15일 밝혔다.

500회 행사는 축시와 시낭송, 음악 공연 등으로 진행된다. 행사에 맞춰 기념 시화집 '우주를 돌리는 손'도 발간하며 모임의 기네스북 등재 신청도 추진한다.

공간시낭독회는 1979년 4월 7일 구상, 성찬경, 박희진 등 세 명의 시인이 서울 종로구 원서동 소극장 '공간사랑'에서 시 낭독회를 열면서 시작됐다.

구상 시인과 친분이 있던 건축가 김수근 씨가 건축사무소로 사용하던 '공간'의 지하 소극장을 선뜻 내줘 낭독회 이름이 지어졌다. 시인들은 무대에 올라 자작시를 낭송했고, 교수, 학생, 주부 등 150여 명의 청중이 시를 감상했다.

매월 열린 공간시낭독회는 1988년 10월 100회, 1997년 2월 200회, 2005년 8월 300회, 2013년 11월 400회를 거쳐 500회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시를 낭독한 인원은 약 800명이며 현재 상임 시인은 38명이다.

낭독회 장소는 공간사랑을 시작으로 바탕골예술관, 북촌창우극장, 한국현대문학관 등으로 11번 옮겼다. 현재는 종로구 노스테라스빌딩에서 매월 첫째 주 목요일 오후 6시 시낭독회를 열고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피해갈 순 없었다.

공간시낭독회 한경 회장은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작년과 재작년 코로나19로 낭송 모임을 여러 차례 취소했다"며 "하지만 회원들의 의지로 한 번도 빠짐없이 매월 회지를 발간해서 모임을 대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세월이 흘러 원년 멤버인 세 분의 시인은 작고했지만, 이분들과 친분 있던 시인을 비롯해 최종고 서울대 명예교수, 고창수 전 외무부 국제문화협력담당 대사, 이동준 성균관대 명예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언어의 지나친 해체와 굴절이 흔해진 현대 사회에서도 공간시낭독회는 순수한 서정성과 실존적 가치를 추구하며 지속해온 만큼 앞으로도 정진해 600회, 1천 회를 넘어 낭독회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공간시낭독회는 문단과 소통하며 한국 현대시 발전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2015년부터 시인을 발굴해 '공간시낭독회 문학상'을 수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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