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영화 '램' 포스터 [오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 |
| ▲ 영화 '램' 속 한 장면 [오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 |
| ▲ 영화 '램' 속 한 장면 [오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기묘하고 아름다운 우화가 주는 여운…영화 '램'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한 편의 우화 같은 스토리 때문일까 아니면 쓸쓸하고도 목가적인 배경 때문일까. 어쩌면 '괴수'라기에는 너무 귀여운 주인공의 외양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발디마르 요한손 감독이 연출한 아이슬란드 호러 영화 '램'은 여운이 짙은 작품이다. 106분간의 러닝타임이 지나가면 공포보다는 주인공들이 겪은 비극의 무게감이 관객의 마음을 짓누를 것 같다.
마리아(누미 라파스 분)와 잉그바르(힐미르 스나에르 구오나손) 부부는 이웃 하나 없는 골짜기에서 양들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평온하지만 외로워 보이는 부부의 일상은 양 한 마리가 태어난 후 완전히 뒤바뀐다. 새끼 양은 머리와 가슴께까지는 양의 모습을, 그 아래와 한쪽 손은 사람의 모습을 한 '반인반수'다.
부부는 마치 친자식이라도 되는 것처럼 정성을 다해 그를 돌본다. 오래전 죽은 아이와 같은 '아따'라는 이름을 붙이고, 창고에 처박아 뒀던 요람을 꺼내 안방에서 아따와 함께 생활한다. 아따 역시 마리아와 잉그바르를 부모로 여기고 따른다. 식탁에 둘러앉아 사람 음식을 먹고 옷을 입는 등 생활 습관을 익히면서 점차 인격도 갖춘다.
아따를 낳은 어미 양이 새끼를 찾아 집 앞을 서성이는 일이 잦아지며 마리아의 신경은 날카로워진다. 마리아는 결국 장총을 꺼내 어미 양을 죽이고 땅에 파묻는다. 하지만 어미가 죽은 이후에도 숨을 가쁘게 내쉬는 짐승의 소리가 집 주위를 맴돌고, 잉그바르의 형 피에튀르(비욘 흘리뉘르 하랄드손)까지 갑작스레 들이닥치면서 가족의 평화는 위협받는다. 아따를 본 그는 동생에게 이 괴물은 무엇이냐고 묻고 잉그바르는 "행복"이라 답한다.
'램'은 전형적인 공포영화의 틀을 벗어나 있다. 이 영화를 배급한 A24의 작품 '유전'이나 '미드소마'가 주는 서스펜스와도 다르다. 악마와 살인마가 등장하기는커녕 강렬한 음향 효과나 어두운 배경, 잔인한 장면도 없다.
대신 동화책에서나 볼 법한 몽환적 이야기를 체험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아따라는 존재의 미스터리함에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언제 깨질지 모르는 가족의 행복에 마음은 조마조마해진다. 영화 대부분이 환한 대낮 배경이지만 긴장감이 내내 쫓아다니는 이유다.
모성과 정체성, 외로움, 자연의 섭리 등에 대한 메시지를 곳곳에 배치한 점도 매력적이다. '어린양'인 아따와 마리아를 유혹하는 피에튀르는 종교적 상징으로도 보인다. 제74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독창성상 트로피를 거머쥐며 뛰어난 창의성을 인정받았다.
오는 29일 개봉.
(끝)
(C) Yonhap News Agency.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