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운 삽살개로 드러낸 '탕평'의 뜻…두 왕이 꿈꾼 질서·화합(종합)

김예나 / 2023-12-07 16: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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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영조 즉위 300주년 기념 전시 '탕탕평평' 8일 개막
영조·정조 글씨 등 18세기 궁중 서화 한자리에…"글·그림의 힘 주목"
▲ '삽살개'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7일 오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영조 즉위 300주년 기념 특별전 '탕탕평평-글과 그림의 힘'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가 영조 때 궁중화가 김두량의 '삽살개'그림을 살펴보고 있다. 2023.12.7 mjkang@yna.co.kr

▲ 영조 즉위 300주년 기념전 '탕탕평평'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7일 오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영조 즉위 300주년 기념 특별전 '탕탕평평(蕩蕩平平)-글과 그림의 힘'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가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2023.12.7 mjkang@yna.co.kr

▲ 국보 '어첩을 봉안하는 행렬'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7일 오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영조 즉위 300주년 기념 특별전 '탕탕평평(蕩蕩平平)-글과 그림의 힘'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가 국보 '어첩을 봉안하는 행렬' 등을 살펴보고 있다. 2023.12.7 mjkang@yna.co.kr

▲ 박문수 분무공신 전신상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7일 오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영조 즉위 300주년 기념 특별전 '탕탕평평(蕩蕩平平)-글과 그림의 힘'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가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2023.12.7 mjkang@yna.co.kr

▲ 8폭 병풍 '화성원행도'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7일 오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영조 즉위 300주년 기념 특별전 '탕탕평평(蕩蕩平平)-글과 그림의 힘'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가 '화성원행도'를 살펴보고 있다. 2023.12.7 mjkang@yna.co.kr

▲ 8폭 병풍 '화성원행도'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7일 오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영조 즉위 300주년 기념 특별전 '탕탕평평(蕩蕩平平)-글과 그림의 힘'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가 '화성원행도'를 살펴보고 있다. 2023.12.7 mjkang@yna.co.kr

▲ 인사말하는 윤성용 관장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이 7일 오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영조 즉위 300주년 기념 특별전 '탕탕평평-글과 그림의 힘' 언론공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12.7 mjkang@yna.co.kr

사나운 삽살개로 드러낸 '탕평'의 뜻…두 왕이 꿈꾼 질서·화합(종합)

국립중앙박물관, 영조 즉위 300주년 기념 전시 '탕탕평평' 8일 개막

영조·정조 글씨 등 18세기 궁중 서화 한자리에…"글·그림의 힘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영조(재위 1724∼1776)는 조선의 왕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왕위에 있었지만, 그 삶은 순탄치 않았다.

그가 이복형의 뒤를 이어 즉위하는 과정에서 신하들은 편을 나눠 대립했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다는 뜻의 '탕평'(蕩平)을 정치 이념을 내세우며 인재를 고루 등용하고 왕위를 바로 세우고자 한 그의 노력에도 반대는 극심했다.

1743년 사헌부와 한참 갈등을 빚던 시기, 고개를 치켜든 채 사납게 짖는 삽살개 모습 옆에 영조가 남긴 시구에는 탕평책을 반대하는 신하를 향한 꾸짖음이 드러난다.

"사립문을 밤에 지키는 것이 네가 맡은 임무이거늘, 어찌하여 길에서 대낮에 이렇게 짖고 있느냐"(柴門夜直 是爾之任 如何途上 晝亦若此)

영조와 정조(재위 1776∼1800), 두 왕이 꿈꾼 '탕평한 세상'에 주목한 전시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영조 즉위 300주년을 맞아 18세기 궁중 서화를 다룬 특별전 '탕탕평평(蕩蕩平平)-글과 그림의 힘'을 8일부터 선보인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개막을 하루 앞둔 7일 열린 언론 공개회에서 "사회적 변화를 수용하고 새로운 사회를 지향했던 조선의 두 왕과 이들의 소통에 조명한 전시"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영조와 정조가 쓴 어필(御筆·임금이 쓴 글씨)을 비롯해 국보 1건, 보물 11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5건 등 총 54건 88점의 유물로 두 임금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해답은 탕평에 있다'는 문구가 관람객을 맞는다.

1728년 이인좌의 난을 진압한 뒤 펴낸 '감란록'(勘亂錄), 이복형인 경종(재위 1720∼1724) 독살설에 맞서 왕위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긴 책 등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박물관은 "자신의 국정 운영 방침을 널리 알리고자 서적을 간행한 일은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소통 방식"이라며 "영조는 한글로 풀어쓴 언해본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화가 김두량(1696∼1763)이 그린 '삽살개'는 일반 관람객에게 처음 공개된다.

탕평을 따르지 않는 신하를 눈을 부릅뜨고 아무 때나 짖는 개에 빗댄 이 그림은 그동안 자료로만 알려졌으나, 전시를 통해 일반 관람객과 만나는 건 처음이다.

영조의 탕평책을 뒷받침한 박문수(1691∼1756)의 38세와 60세 초상화, 김홍도(1745∼1806 이후)가 그린 '주부자 시의도'(朱夫子 詩意圖), 탕평의 뜻을 담은 비석 탑본 등도 함께 공개된다.

전시는 영조와 정조가 글과 그림으로 신하와 소통하려 한 노력을 비중 있게 다룬다.

정조는 평소 시로 자기 뜻을 전했는데, 지방으로 내려가는 신하에게는 '강산이 아무리 좋아도 과음만은 주의하게나'라고 당부한 점도 눈에 띈다.

1796년부터 1800년까지 심환지(1730∼1802)에게 비밀리에 보낸 편지는 297통이나 된다.

그중에는 신하의 건강을 염려하거나 선물을 보내는 내용도 있지만, 대부분은 조정에서 해야 할 행동과 말을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내용이라 흥미롭다.

이수경 학예연구관은 "정조의 가장 사적인 면모가 드러나면서 또 다른 정조실록으로 평해질 정도"라며 "이런 편지글에는 역사의 숨은 진실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의 마지막은 1795년 수원 화성을 방문한 정조의 여정이 장식한다.

8폭 병풍에 펼쳐진 '화성원행도'(華城園幸圖)에는 왕을 중심으로 신하들은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서 있지만, 백성들은 편안하게 즐기는 듯한 모습으로 표현돼 있다.

영조에 이어 정조가 완성하려 한 '탕평한' 세상이다.

이 학예연구관은 "인재를 고르게 등용하고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건 오늘날에도 유효한 보편적 가치"라며 "탕평의 뜻을 전하는 글과 그림의 힘에 주목해서 봐달라"고 말했다.

박물관은 '탕평'이라는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관람객들은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영조 역을 맡았던 배우 이덕화가 재능 기부로 참여한 음성 설명을 들을 수 있다. 10세 이상 어린이를 위한 별도 음성 안내도 준비돼 있다.

전시는 내년 3월 10일까지 열린다. 이달 8일부터 17일까지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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