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불교상은 한국 정신문화·전통문화의 주축"…30일 추대 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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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정 추대 성파스님 (양산=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새 종정으로 추대된 성파스님이 24일 오후 경남 양산시 통도사 해장보각에서 열린 '제15대 종정 추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파스님은 지난해 12월 종정으로 추대됐고, 종정 임기는 오는 26일부터 시작된다. 2022.3.24 image@yna.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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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정 추대 성파스님 (양산=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새 종정으로 추대된 성파스님이 24일 오후 경남 양산시 통도사 해장보각에서 열린 '제15대 종정 추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파스님은 지난해 12월 종정으로 추대됐고, 종정 임기는 오는 26일부터 시작된다. 2022.3.24 image@yna.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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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파스님 제15대 종정 추대 기자간담회 (양산=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새 종정으로 추대된 성파스님이 24일 오후 경남 양산시 통도사 해장보각에서 열린 '제15대 종정 추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파스님은 지난해 12월 종정으로 추대됐고, 종정 임기는 오는 26일부터 시작된다. 2022.3.24 image@yna.co.kr |
조계종 새 종정 성파스님 "말보다 실천"…백거이 일화로 일성
통도사서 기자간담회…"화목하고 지혜로써 두루 이롭게" 교시
"21세기 불교상은 한국 정신문화·전통문화의 주축"…30일 추대 법회
(양산=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26일 조계종 종정에 취임하는 통도사 방장 성파스님은 선수행을 넘어 교육·예술 분야에서 쌓아온 이력이 다채롭다.
1960년 출가한 스님은 통도사 주지 때인 1980년대 초 불교유산을 보존·전시할 성보박물관을 건립했다. 이곳은 국내 사찰에서 불교 문화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첫 불교문화박물관으로 자리했다.
통도사 영축문화원장으로 있는 동안에는 불교 독립운동사를 재정립하고, 서운암 주지 시절 태평양 전쟁 징용 한국인 3천명의 명단을 공개했던 일은 유명하다.
성파스님은 1990년 전통 한지에 바탕한 선서화로 선묵(禪墨)의 세계를 열며 본격적으로 예술가로서 면모를 드러냈다.
그의 끼는 염색과 옻칠에서 도드라졌다. 1997년 자연에서 채취한 염료로 모시, 명주, 무명, 삼베 등을 물들인 작품을 선보인 천연염색전으로 주목을 받았다.
옻과 안료를 활용해 그린 민화는 한국의 전통민화가 불교 역사 속에 함께 해왔음을 잘 보여줬다. 전통문화에 대한 사랑과 실천 속에 지난 30여 년간 선서화, 염색, 옻칠 민화 등으로 연 개인전만 20차례다.
성파스님은 된장, 고추장 등을 전통 방식으로 손수 담아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91년부터 2012년까지 10여 년에 걸쳐 팔만대장경을 도자로 구워 만든 '16만 도자대장경'을 조성한 일은 그의 집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24일 통도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도 전통문화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성파스님은 "앞으로도 우리 전통문화, 우리 민족문화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며 "조금도 지체 없이 그 일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왜 잘못됐습니까"라며 만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스님은 632년에 한국사 최초의 여왕이 된 신라 선덕여왕을 언급하며 "최근 서양에서 남녀평등, 여권신장운동 사상을 수입해 우리나라도 남녀평등을 해야 한다고 떠들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미 서양의 엘리자베스 여왕보다 (여왕 배출이) 1천 년이나 앞섰다"고 했다.
이어 "비록 AI(인공지능) 등 과학이 서양에서 더 발달했으나, 전통문화 예술이라는 것은 서양사람들에게 한치도 양보하고 싶지 않다"면서 "우리 문화가 대단히 우수하고, 수준이 높다. 그것만큼은 확신하는 바가 있다"고 말했다.
스님은 조계종단의 21세기 상을 얘기하면서도 "전통문화, 한국 정신문화의 주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예술가로서 면모가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일까. 친근한 리더십에 대한 기대가 많다. 전통예술로서 대중에게 다가섰던 것처럼 그가 새 종정을 맡은 것을 계기로 불교가 민심을 향해 한 발 더 가까이 갈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성파스님은 새 종정으로서 역할이나 종정으로서 어떤 가르침을 설하고 싶은지 묻는 말에 거창한 메시지 대신 솔직한 답변을 내놨다.
"앞으로 법을 어떻게 설해봐야 할지는 닥쳐봐야 알지."(미소)
그러면서 새 종정에 거는 기대에 짤막하게 생각을 전했다.
"개인으로 있을 때는 나름대로 개인으로서 하고 싶은 거 했지만, 종정이 되면 개인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래도 어떻게 해야겠다, 방향을 설정해놓고 있지 않습니다. 종단에 훌륭한 스님들 계시니 제가 이래라저래라하지는 않을 겁니다."
성파스님은 오는 5월 들어서는 새 정부에는 중국 당나라 때 시인인 백거이와 도림선사가 나눈 일화를 인용하며 말보다 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백거이는 불도(佛道)를 구하러 갔다가 도림선사에게서 '모든 악을 짓지 말고, 착한 것을 행하라'는 말을 듣고 '그것은 세상 모두가 아는 일 아니냐'고 반문한다.
이에 선사는 세 살 어린애도 알지만, 70∼80살 먹은 사람도 행하기는 어렵다며 아는 것을 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파한다.
스님은 "지금 사람들, 말을 얼마나 잘하는지, (제가) 입을 뗄 수가 없다"면서 "자기(그들)가 더 잘 알기 때문에, 말대로 얼마나 행하는지, 행하지 않는지 보고 있을 따름이다. 이래라저래라 당부해서 될 일도 아니고, 우리가 간섭할 일도 아니다"라고 했다. 언중유골(言中有骨)이다.
그는 역대 종정이 별도의 예경실(비서실)을 통해 여러 예우를 받아온 것과 관련해서는 종단 내부 문제라며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역대 종정스님이 예경실을 뒀으나, 종단하고 화합이 안 되는 수가 있다.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며 변화를 예고했다.
성파스님의 종정 임기는 5년이다. 26일 취임하고 30일에는 서울 조계사에서 종단 주요 소임자와 이웃종교 지도자, 각국 대사, 정관계 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추대 법회가 봉행된다.
그는 취임에 앞서 "항상 청규(淸規) 규율을 따르고, 화목하며, 지혜로써 두루 중생을 이롭게 하라"는 교시를 종도들에게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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