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빙빙 "공백기 동안 스스로 가라앉혀…인생 축적의 시간"(종합)

오보람 / 2023-10-05 17:5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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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야'로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주제는 '두려워 말라 여성들이여'"
이주영 "빙빙 언니에게서 받은 손 편지에 출연 결심"
▲ 부산국제영화제 찾은 판빙빙 (부산=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 두 번째 날인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영화' 녹야' 기자회견에서 배우 판빙빙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10.5 scape@yna.co.kr

▲ 판빙빙 '올 블랙 패션' (부산=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 두 번째 날인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영화 '녹야' 기자회견에서 배우 판빙빙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0.5 scape@yna.co.kr

▲ '녹야' 출연한 이주영 (부산=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 두 번째 날인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영화 '녹야' 기자회견에서 배우 이주영이 질문을 듣고 있다. 2023.10.5 scape@yna.co.kr

▲ 부산국제영화제 찾은 '녹야' (부산=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 두 번째 날인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영화 '녹야' 기자회견에서 배우 판빙빙(왼쪽부터), 한 슈아이 감독, 배우 이주영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0.5 scape@yna.co.kr

판빙빙 "공백기 동안 스스로 가라앉혀…인생 축적의 시간"(종합)

'녹야'로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주제는 '두려워 말라 여성들이여'"

이주영 "빙빙 언니에게서 받은 손 편지에 출연 결심"

(부산=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연기자는 때로는 시간을 가지고 자신을 침착하게 가라앉힐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를 7∼8편 찍으면 몇 년은 휴식할 시간 필요하지요."

한슈아이 감독의 '녹야'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중국 배우 판빙빙은 5일 해운대구 KNN 시어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몇 년간의 공백기에 관한 질문을 받자 이렇게 답했다.

판빙빙은 2018년 거액의 탈세 스캔들에 휘말린 뒤 중국 작품에 출연하지 않고 공백기를 보냈다. 한때 그가 공식 석상은 물론이고 일상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실종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인간의 생명 주기와 마찬가지로 인생 스토리나 삶의 기복은 누구에게나 있다"며 "그게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콘텐츠를 쌓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몇 년간 스스로 가라앉히고 생각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것"이라면서 "새로운 눈으로 다른 인생을 바라보고 다른 스토리를 생각하고 다른 인물을 만나면서 인생을 새롭게 대할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영화를 많이 보고 영화인들과도 교류를 많이 했다"며 "영화 수업도 듣는 등 예전에는 시간이 없어서 할 수 없던 색다른 경험을 하면서 인생을 조금 더 축적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판빙빙의 복귀작인 '녹야'는 인천항 여객터미널 검색대에서 일하는 중국 여성 진샤가 초록 머리를 한 20대 여자(이주영)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부산국제영화제가 거장 감독의 신작을 소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판빙빙은 남편을 비롯한 폭력적인 남성들에게 둘러싸여 수동적으로 살아가다가 '초록 머리'를 만난 뒤 비로소 주체성을 찾아가는 진샤 역을 맡았다. 그간 해온 역할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캐릭터인 데다 내용상 다소 파격적인 면도 있다.

판빙빙은 "감독님께서 진샤 역을 제안했을 때 굉장히 놀랐다"며 "조금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주제와 시나리오가 너무나 감동적이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 영화의 주제는 '두려워하지 말라 여성들이여'"라면서 "어려움에 맞닥뜨렸을 때 이를 대면하고 다른 여성과 함께 해결하고 극복해나가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이주영이 연기한 초록 머리는 마약 운반을 하다 진샤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그를 위협에서 구해주고 점차 애정을 느끼는 인물이다.

한 감독은 "이주영은 '야구소녀'에서 웃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좋았다"면서도 "귀엽고 잘 웃는 여자아이에게서 다른 면을 꺼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를 '녹야'에 참여하도록 이끈 건 판빙빙이었다. 판빙빙은 한 감독이 이주영에게 캐스팅을 제안했다는 소식을 듣고서 꼭 함께 연기하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를 써 그에게 보냈다.

"마치 연애편지를 쓰는 기분이었다"는 판빙빙은 "편지를 쓰던 밤에 우리가 정말로 그녀를 좋아한다는 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굉장히 고민했다"며 웃었다.

이어 "이주영은 귀여운 이미지이지만 내면에 진정성 있어서 영화에 불꽃을 일으키는 중요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꼭 데려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주영은 "그 편지를 보고 마음이 동했다"며 "'연기 활동을 하면서 이런 편지를, 그것도 빙빙 언니한테 받게 된다니' 하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두 배우가 투톱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데다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작품이다 보니 호흡이 중요했다. 두 사람은 국적과 언어, 문화, 성격 등 모든 게 다른 상황에서도 빠르게 가까워졌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주영은 "판빙빙 언니가 초록 머리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는 원동력이었다"며 "배우들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통하는 것들이 있을 때 가까워진다. (판빙빙과) 유대감 같은 게 형성됐다"고 돌아봤다.

그는 "보통 촬영이 다 끝나면 (상대 배우와) 약속을 잡을 수 있는데 언니가 중국으로 가서 만날 수가 없더라"며 "진샤와 초록 머리처럼 만날 수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주영에게 "사랑해", "워 아이 니"라고 말하던 판빙빙은 "거의 매일 주영에게 중국에 오면 연락하라고 말하곤 했다"며 웃었다.

이 영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던 지난해 초 서울과 인천 등지에서 촬영됐다. 판빙빙은 극 중 이주영과 대화할 때는 대부분 한국어를 사용한다. 영화 촬영 스태프들도 한국인과 중국인이 절반씩 구성됐다.

중국 산둥성 출신으로 평소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이 친숙하다는 판빙빙은 "최근 한국 영화가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좋은 영화가 세계 무대에 소개돼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기쁘고 흥분된다"라고도 말했다.

'녹야'는 이날 오후를 시작으로 오는 8일까지 영화제에서 상영된다. 추후 국내에서도 개봉할 예정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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