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초보자 마음으로…사람들 얘기 듣는 게 작업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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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극 '리어' 정재일 작곡가 [LMTH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기생충'·'오징어게임' 음악 만든 정재일, 두 번째 창극 도전
국립창극단 '리어' 작곡…"전자 음향으로 물의 이미지 형상화"
"항상 초보자 마음으로…사람들 얘기 듣는 게 작업의 시작"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그에게는 항상 '천재'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영화, 창극, 뮤지컬, 연극, 무용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예술가로,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과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음악이 그에게서 나왔다. 바로 정재일(40)이다.
정재일이 이번엔 국립창극단 신작 '리어'의 작곡을 맡았다.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극적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음악으로 전 세계를 주목시킨 그가 과연 어떤 음악을 들려줄까.
창극 '리어'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을 우리 고유의 언어와 소리로 풀어낸 작품이다. 배삼식 작가는 원작 속 삶의 비극과 인간에 대한 통찰을 '물(水)의 철학'으로 일컬어지는 노자 사상과 엮어내 보여줄 예정이다.
정재일은 11일 화상으로 한 인터뷰에서 "'리어'는 텍스트와 드라마가 중요하기 때문에 (극의 중심을 이루는) 물의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전자 음향으로 공간 전체를 감싸는 것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어 "물이 흐르거나 물방울이 흩어지는 이미지를 소리로 나타내기 위해 인도네시아의 가멜란(합주음악)이나 아악의 편경·편종 소리를 찾아봤다"면서 "이런 고대로부터 내려온 듯한 음향들이 (무대에서) 퇴적되는 질감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것이 극장을 꽉 채워 무대의 미장센이 음악처럼 보이고 들리도록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배삼식 작가가 물의 이미지를 이용해 서쪽 끝 셰익스피어의 텍스트를 생생하게 극동의 이야기로 만들어낸 것에 감탄했다"며 "거기에 한승석 음악감독이 판소리 다섯 바탕인 양 선율을 짜내는 것을 보고 텍스트와 선율이 더 잘 들리게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20년 전 국악퓨전그룹 '퓨리'에서 활동하며 전통음악과 무속, 판소리를 공부했다는 그는 특히 한 사람이 엄청난 드라마를 만드는 판소리의 매력에 매료됐다고 한다. 이후 퓨리의 소리꾼 한승석('리어' 음악감독)과 적벽가의 대목을 피아노와 판소리만으로 들려주는 협업 앨범을 내기도 했다.
정재일에게 '리어'는 국립창극단 '트로이의 여인들' 이후 두 번째 창극이다. 그는 지난번 작업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다면서 "당시에는 음악감독이었는데 이번에는 아니다. 뒤에서 바라보면서 전체적인 것을 보고, 빈 부분을 채우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이어 창극의 매력에 대해 "판소리를 너무 좋아한다. 창극은 위대한 성악가가 새로운 이야기를 피를 토하면서 본인의 내밀한 이야기로 소화해 표현하는 것을 관객으로서 보는 즐거움이 있다"고 했다.
대중음악에서 출발한 정재일은 영화, 창극, 뮤지컬, 연극, 무용 등 거의 모든 예술영역을 넘나드는 전방위 예술가다. 손대는 작품마다 해석력이 뛰어난 음악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렇게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뭔지 물었다. 그는 "음악은 모든 예술 장르에서 필요로 하는 가장 친한 친구지만 주인공은 아니다"라면서 "장르마다 임해야 할 자세가 다르기 때문에 항상 초보자의 마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귀를 기울인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작업의 시작이다"라고 강조했다.
새롭게 시도하고 싶은 음악이 있냐고 묻자 그는 "음악은 생계 수단이자 노동의 하나다. 거기에서 의미와 철학을 찾으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며 "음악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지점에 다 가본 것 같아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 숙제다"라고 말했다.
창극 '리어'는 오는 17∼27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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