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규 "한지에 매료…유럽에 한지작업 본격 소개"

강종훈 / 2022-03-21 18:3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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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덴마크·미국·독일 등지서 전방위 전시
▲ 덴마크국립미술관 '양혜규: 이중 영혼' 전시 전경 [국제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올해 상반기 주요 활동 소개하는 양혜규 작가

양혜규 "한지에 매료…유럽에 한지작업 본격 소개"

올해 상반기 덴마크·미국·독일 등지서 전방위 전시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1990년대 중반부터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며 작업해온 양혜규는 국제무대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동시대 한국 미술가 중 한 명이다.

올해에도 세계 곳곳에서 그의 작품이 전시된다. 덴마크 국립미술관(SMK)에서 지난 5일(현지시간) 개인전 '양혜규: 이중 영혼'이 개막했다. 다음 달 개막하는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단체전 '종잡을 수 없는 침묵', 독일 슈투트가르트 주립 미술관 3인전 '슐레머에게 동하다 - 100년 만의 삼부작 발레'에도 참여한다. 봄과 가을에 베를린, 파리 갤러리 개인전도 예정돼 있다.

양혜규는 21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올해 주요 활동 계획을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에는 한지라는 어마어마한 재료가 있다. 블라인드에 매료돼 오래 작업했듯이 한지에 매료됐다"며 "유럽에 본격적으로 한지 작업을 보여주고픈 욕심이 있다"고 했다.

다음 달 개막하는 베를린의 바바라 빈 갤러리 개인전, 하반기 파리 샹탈 크루젤 갤러리 개인전을 통해 그는 최근 시도한 한지 콜라주 작업 '황홀망'(恍惚網)을 유럽에 본격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굿을 할 때 종이를 접어 오린 후 다시 펼쳐 만드는 '설위설경'(設位設經)이 황홀망 작업의 바탕이 됐다. 작가는 종이라는 미미한 물질에 정신을 불어넣는 영적인 행위에 관심을 뒀다.

양혜규는 "서구에서 활동하면서 그곳의 주류인 기독교적 전통에 반하는 이교도적 전통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그것이 우리나라의 무속, 샤머니즘과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공예에 관심이 있어 무속 안에서도 한지를 이용해 무구(巫具)를 만드는 전통에 주목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작가의 덴마크 첫 개인전에는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50여 점이 나온다. 신작 조각은 그린란드계 덴마크 작가인 피아 아르케(1958∼2007)와 프랑스에서 생의 대부분을 보낸 덴마크 조각가 소냐 펠로브 만코바(1911∼1984)의 삶을 기린다.

아르케는 흔히 에스키모로 불렸던 북극해 연안 원주민 이누이트족을 소재로 그린란드를 향한 덴마크의 식민주의적 정책에 비판적인 작업을 했다. 만코바 역시 단일한 문화와 국가적인 틀에 갇히기를 거부한 작가다.

양혜규는 "두 작가 모두 비주류적이고 소외된 생애를 살았지만 끝까지 타협하지 않고 훌륭한 작품을 남겼다"며 "덴마크 전시에서 내게 정박할 수 있는 항구가 된 인물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덴마크에 비판적인 두 작가를 다루기까지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결국 국립미술관이 두 작가를 기리는 전시실을 별도로 설치하고 그들의 작품도 소장하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 2년여간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 사태는 그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작가는 "내 삶이 한 발은 여기, 다른 발은 저기에 찢어져 있는 형태인데, 그런 삶의 형태가 의미 있고 지속할 수 있냐는 회의가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코로나로 국경이 닫히고 폐쇄적인 상황에서 나 같은 작가가 더 열심히 세계를 오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했다"고 덧붙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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