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탐하게 된 천재 과학자, 영웅과 악당의 갈림길에 서다

오보람 / 2022-03-30 0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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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안티 히어로 영화 '모비우스'…스파이더맨과 대결 암시
▲ 영화 '모비우스' 속 한 장면 [소니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모비우스' 포스터 [소니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모비우스' 속 한 장면 [소니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모비우스' 속 한 장면 [소니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피를 탐하게 된 천재 과학자, 영웅과 악당의 갈림길에 서다

마블 안티 히어로 영화 '모비우스'…스파이더맨과 대결 암시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구원인가 저주인가.

희귀 혈액병으로 죽어가던 천재 생화학자 모비우스(자레드 레토 분)는 자신이 직접 개발한 치료제를 맞은 뒤 초인적인 힘이 생긴다. 날아오는 총알을 가뿐히 피할 만큼 민첩해진 것은 물론 음파를 탐지해 원하는 소리를 골라 듣고, 날개가 없는데도 바람을 타고 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피에 대한 강한 갈증이 생기면서 건강해진 몸에 기뻐할 틈도 없이 내내 괴로워한다. 통제력을 잃을 때면 살아 있는 사람의 피를 탐하는 바람에 원치 않는 살인도 저지른다.

모비우스가 이토록 변한 이유는 그가 맞은 치료제가 바로 흡혈박쥐의 DNA를 이용해 만든 혈청이기 때문이다. 흡혈박쥐의 능력과 본능을 그대로 흡수한 모비우스는 점점 더 자기 몸을 제어하기 힘들어진다.

영화 '모비우스'는 세상을 구할 힘과 세상을 파괴할 욕망을 한꺼번에 지니게 된 모비우스가 선악의 갈림길에서 갈등하며 겪게 되는 이야기다. SF 영화 '라이프'(2017) 등을 선보인 대니얼 에스피노사 감독이 연출했다.

마블 코믹스에서 스파이더맨의 적수로 등장하는 마이클 모비우스 박사를 주인공으로 한 첫 실사 영화로, 전통적인 영웅의 면모가 결여된 '안티 히어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모비우스는 괴수로 변하면 평범한 인간이었던 마이클 박사로서의 모습은 희미해진다. 그러나 그는 진짜 피 대신 인공 혈액을 마시며 살인에 대한 갈망을 가까스로 억누른다. 모비우스와 같은 병을 앓아온 오랜 친구 마일로(맷 스미스)는 정반대다. 모비우스의 경고를 무시하고 몰래 치료제를 맞은 뒤 스스로 괴물이 된다.

마일로는 흡혈 욕구를 참지 않는다. 초능력을 활용해 사람들을 마구 죽이고 피를 빨아 먹는 일을 즐긴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을 모비우스에 뒤집어씌우기까지 한다. 희생자가 점점 늘어나고, 자신의 약혼자인 마틴(에이드리아 애리조나)까지 희생되자 모비우스는 마일로를 막기 위해 그와 생사를 건 대결을 펼친다.

마블의 또 다른 안티 히어로 영화 '베놈'과 닮은 듯한 '모비우스'는 그다지 신선한 스토리를 갖추고 있지는 않다. 대부분의 히어로물처럼 개연성도 떨어지고 주인공들의 급격한 감정 변화를 쉽사리 헤아리기도 어렵다.

그러나 박쥐의 능력을 체화한 두 괴수가 액션을 선보일 때만큼은 이런 약점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수트나 무기 없이 맨몸으로 치고받는 액션이 이어지는데, 이들의 모습을 따라가기가 어렵게 속도감 넘치게 그려졌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고층 빌딩 사이를 날아다니는 모비우스를 보면 배트맨의 멋들어진 수트도 잠시 잊을 수 있을 듯하다.

파괴자로의 본능이 나올 때면 순식간에 바뀌는 기괴한 얼굴 형태는 분장이 아니라 시각특수효과(VFX) 기술을 이용해 완성했다. 배우들에게 헬멧 카메라를 착용하게 한 뒤, 미묘한 표정이나 얼굴의 특징을 잡아내 괴물의 얼굴에 덧씌우는 방식이다. 길고 날카로운 이빨과 푹 꺼진 뺨, 이글거리는 눈동자가 자연스레 흡혈박쥐를 연상시킨다.

무엇보다 스파이더맨과 대결을 암시하는 대목이 마블과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의 팬들을 가장 설레게 할 것 같다.

톰 홀랜드 주연의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에서 스파이더맨과 대적했던 악당 벌처(마이클 키튼)가 등장해 모비우스와 스파이더맨, 벌처의 만남을 예고한다.

30일 개봉. 상영시간 104분. 15세 관람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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