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오케스트라 사운드 생동감↑…'기억의 습작'으로 故 서동욱 추모도
"내리막길만 남았다는 생각으로 절실히 음악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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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률 콘서트 '산책' [촬영 이태수] tsl@yna.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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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률 콘서트 '산책' [뮤직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김동률, 소리에 담은 정성…"천편일률적 공연은 하고 싶지 않아"
2년만 콘서트 '산책'으로 7일간 7만석 매진…'깜짝' 댄스도 선보여
밴드·오케스트라 사운드 생동감↑…'기억의 습작'으로 故 서동욱 추모도
"내리막길만 남았다는 생각으로 절실히 음악했는데, 이리 성대하게 오래 할 줄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아는 노래의 힘을 잘 알지만, 히트곡만 모아서 천편일률적인 공연을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싱어송라이터 김동률은 지난 9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년여 만의 단독 콘서트 '산책'에서 무대와 소리에 담은 자신의 진심을 이같이 설명했다.
잘 차려진 정찬 같은 이번 공연에서는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나 '취중진담' 같은 히트곡도 당연히 만날 수 있었지만, "불친절한 세트리스트라도 이해해 달라"는 그의 말처럼 '새'·'하소연'이나 후배 가수 보아에게 준 '옆 사람'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반가운 노래도 포함됐다.
김동률은 익숙한 노래라도 오랜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편곡해 팬들 앞에 내놨다. 시시각각 변화하며 무대 위로 쏟아지는 빛은 그가 목소리가 전하는 감정의 진폭을 더욱 넓혔다.
그는 라이브 밴드와 오케스트라가 현장에서 빚어내는 생생한 사운드에 그윽한 자신의 목소리를 1만명의 관객 앞에 정성스레 얹어냈다.
김동률은 "이처럼 풍성하고 좋은 어쿠스틱 사운드를 국내·외 팝 공연에서 찾아보기란 어렵다"며 "디지털 음악에 밀리고 있지만, 어쿠스틱 사운드의 따뜻함이 주는 힘이 분명히 있기에, 어쿠스틱 지킴이가 되겠다"고 자부심도 밝혔다.
김동률은 회당 1만명 규모의 KSPO돔에서 열린 총 7회 공연을 순식간에 매진키며 7만 관객과 교감했다. 30년 넘게 음악 외길을 걸어 온 솔로 싱어송라이터로는 국내 최정상급 동원력이다.
공연이 열린 KSPO돔에는 일(一)자형 커다란 무대가 들어섰고, 옥색 커튼이 드리워져 신비감을 더했다. 막이 열리고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등장한 김동률은 '사랑한다는 말'과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고급스러운 간접 조명, 밴드와 오케스트라가 빚어내는 균형 잡힌 사운드, 가을날 모닝커피 같은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 고음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쏟아진 스포트라이트 등이 정교한 톱니바퀴처럼 맞물렸다. 두 곡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힘찬 박수가 터져 나왔다.
김동률은 "2년 전 이 자리에서 '멜로디'(Melody) 공연을 열었는데, 2년 더 기다릴 줄 알았는데 2년 만에 공연한다고 해서 놀라지 않았느냐"며 "4년 주기 가수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렇게 하다가는 곧 환갑이 넘어갈 것 같았다"고 너스레도 떨었다.
그는 노래와 노래 사이마다 편곡의 포인트나 곡에 얽힌 사연도 소개했다.
김동률은 '내 사람'을 부르고서는 "음악적 힘을 빼고 좋은 멜로디와 좋은 가사를 갖춘 대중가요 같은 곡을 내려고 했다"며 "기대하고 앨범을 냈는데 그때 '김동률 노래는 다 똑같다'라는 평에 상처도 받았다. 어릴 때는 멋있는 음악이 좋았는데, 나이가 드니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가 좋아지더라"고 했다.
이어 '하소연', '망각', '산책' 등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덜 알려진 곡이나 최신곡 무대가 이어졌다. 곡 진행에 따라 미묘하게 그라데이션으로 변화하는 빛과 방탄소년단(BTS) 뮤직비디오로 유명한 룸펜스 감독이 만든 감각적인 영상은 몰입도를 더했다.
김동률은 2부 초입에서는 유럽의 어느 오래된 극장처럼 꾸민 무대에서 그림자극도 선보였고, '황금가면' 무대에서는 수줍은 표정으로 안무도 선보여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마치 히어로처럼 두 손을 허리에 '착' 앉은 포즈로 곡을 마무리하자 관객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즐거워했다.
김동률은 "공연 준비를 위한 미팅을 할 때 '나는 춤을 추지 않겠다'고 했지만, 받아본 시안 동영상에는 뭐가 많이 들어있더라"며 "사람이라면 연습하면 될 수 있는 정도였기에 못한다고 했다가 조금씩 조금씩 연습해서 여기까지 왔다. 여러분이 행복했다면 저도 행복하다"고 말하며 웃었다.
김동률은 히트곡 '취중진담'에서는 마이크를 객석으로 돌리며 1만 관객의 떼창을 유도했고, 앙코르곡 '첫사랑'에서는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전람회 멤버 서동욱을 기려 '사랑하는 나의 벗 동욱이를 보내며'라는 메시지를 띄워 관객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마지막 곡 '기억의 습작'이 끝나고서는 오랜 시간 박수가 이어졌다. 그만큼 관객 한 명 한 명의 마음속 여운이 길었기 때문인 듯했다.
김동률은 "제가 올해로 음악을 한 지 32년이 됐다. 대학가요제 통해 남들보다 수월하게 음악을 시작했고, 첫 앨범도 히트했다"며 "정상에서 시작했기에 앞으로 내리막길만 남았다는 생각으로 절실하게 해 왔는데, 솔직히 이렇게 오랜 기간 음악을 성대하게 할 수 있을지는 몰랐다"고 말하며 감격스러워했다.
또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거창한 것을 하기보다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오래오래 건강하게 하고 싶다"며 "그 여정에 여러분도 오래도록 건강하게 동참해 달라. 각자의 일상을 치열하게 살다가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와 짧고도 강렬한 만남을 가지듯 여러분의 삶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구에서 온 오랜 팬 설모(40)씨는 "김동률의 노래는 멜로디도 그렇지만 가사가 좋아 곱씹게 된다. 전람회 시절의 곡이든 최신곡이든 들을 때마다 새롭다"며 "1993년 대학가요제로 등장한 가수인데 마치 오늘이 32년 전인 것처럼 목소리가 '짱짱'해 CD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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