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전문가 정강환 "대학로를 브로드웨이처럼 밤 공연 특구로"

임순현 / 2025-10-0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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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세계축제협회 명예의전당 등재…"신야간경제 도입" 제안
"밤에도 즐길 수 있는 도시로…치안·교통·먹거리 연동"
▲ 정강환 배재대 관광축제한류대학원장 [배재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세계축제협회 명예의 전당 등재식에서 소감 밝히는 정강환 원장 [정강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세계축제협회 명예의 전당 등재 후 기념촬영하는 정강환 원장 [정강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축제전문가 정강환 "대학로를 브로드웨이처럼 밤 공연 특구로"

지난달 세계축제협회 명예의전당 등재…"신야간경제 도입" 제안

"밤에도 즐길 수 있는 도시로…치안·교통·먹거리 연동"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야간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달 22일 아시아인 최초로 '세계축제협회(IFEA World) 명예의 전당'에 등재된 정강환(60) 배재대 관광축제한류대학원 원장은 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작심한 듯 이른바 '신야간경제'로 불리는 관광·축제 정책을 정부에 제안했다.

신야간경제는 낮 시간대에 주로 이뤄졌던 관광과 축제를 밤 시간대로 옮겨 도시를 24시간 내내 활용한다는 새로운 개념의 관광·축제 전략이다. 2021년 영국이 가장 먼저 도입했고, 유럽의 다른 국가들과 호주, 중국이 이를 이어받아 추진 중이다.

2014년 서울 중구에 '정동야행'을 제안해 야간 문화재 기행 트렌드의 시작을 이끌었던 정 원장은 한국도 더 늦기 전에 신야간경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런던에는 금요일 밤에 문을 여는 박물관이 15개 있는데, 서울에선 퇴근하고 밤에 즐길 문화 공간이 없다"면서 "내수 경제를 살리고, 도시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신야간경제 도입을 고민해볼 시기"라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특히 신야간경제를 축제와 공연 등에 접목할 경우 지금보다 3배 이상 경제적 효과가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신야간경제를 바탕으로 축제를 개최하면 최대 3배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서 "유럽에서는 밤 11시에 콘서트를 시작해 새벽까지 이어지다 보니 야간에 맞춘 다양한 창의적인 사업 아이디어가 뒤따라 나오는 등 긍정적인 경제효과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신야간경제에 적합한 도시나 공간은 어딜까? 정 원장은 우선 서울 대학로를 주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내 공연계의 '메카' 역할을 하는 서울 대학로를 영국 런던의 웨스트엔드나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처럼 밤늦게까지 다양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특별구역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정 원장은 "런던에서 웨스트엔드에 신야간경제를 적용해서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 체계적으로 구역을 관리했더니 고용 창출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서울 대학로는 신야간경제를 적용하기에 아주 훌륭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서울 대학로 외에 경남 진주 유등축제와 인천 개항장 등도 신야간경제를 적용하기에 적합하다고 추천했다. 정 원장은 "신야간경제의 핵심은 도시 전체를 구역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내 특정 구역을 선택하고 집중하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진주성 일대에서 열리는 진주 유등축제와 인천 차이나타운 옆에 있는 개항장 등이 신야간경제에 아주 적합한 곳"이라고 꼽았다.

정 원장은 다만 신야간경제 도입을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뿐만 아니라 전 부처의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단순히 밤늦게 축제와 공연을 진행한다고 신야간경제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야간 교통과 치안, 먹거리 등 다양한 인프라가 함께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 원장은 "신야간경제가 성공하기 위해선 양질의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밤늦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과 참가자들이 안전하게 축제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환경도 매우 중요하다"며 "런던에선 늦은 밤까지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나이트 튜브'라는 24시간 지하철을 개통하고, 치안도 강화해 많은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이 부담 없이 야간 축제나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국내 유일의 축제경영대학원인 배재대 관광축제한류대학원을 이끄는 정 원장은 50여 개 국가로 구성된 세계축제협회의 아시아·한국지부 회장으로 활동하며 '한국 축제의 개척자'로 불리고 있다. 세계적 축제와의 교류를 확대해 K-축제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세계축제협회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첫 아시아인으로 기록됐다. 정원장은 "세계축제협회가 창립하고 70년 동안 명예의전당은 백인들의 전유물이었는데, 아시아인 최초로 등재돼 감회가 새롭다"면서 "K-축제를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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