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 장면 최대한 자제…"이면에 숨겨진 결핍과 연민에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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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킬롤로지' 포스터 [연극열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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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변하는 박선희 연출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연극 '킬롤로지'의 박선희 연출이 2일 서울 대학로 TOM 2관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10.02 hyun@yna.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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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란' 역의 이상홍과 '폴' 역의 이동하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배우 이상홍(왼쪽)과 이동하가 2일 서울 대학로 TOM 2관에서 열린 연극 '킬롤로지' 프레스콜에서 공연하고 있다. 2024.10.02 hyun@yna.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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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역의 김경남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배우 김경남이 2일 서울 대학로 TOM 2관에서 열린 연극 '킬롤로지' 프레스콜에서 공연하고 있다. 2024.10.02 hyun@yna.co.kr |
폭력 탐구하는 연극 '킬롤로지'…"5년 전보다 더 와닿는 주제"
2019년 재연 이후 5년 만에 삼연 돌입…"작품 메시지 더 강력해져"
폭력적 장면 최대한 자제…"이면에 숨겨진 결핍과 연민에도 관심"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5년 전보다 지금이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관객들 가슴이 더 와닿을 것 같아요."
2019년 재연 이후 5년 만에 연극 '킬롤로지'를 무대에 올린 박선희 연출은 2일 서울 대학로 TOM 2관에서 열린 '킬롤로지' 프레스콜에서 갈수록 심각해지는 우리 사회의 폭력적 성향을 우려하며 이렇게 화두를 꺼냈다.
박 연출은 "현재 우리 사회의 학교폭력은 물론 우리 아이들이 자라나는 환경을 생각하면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더욱 강력해진 것 같다"며 "더 많은 설득력을 가질 수 있도록 고민하며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영국 극작가 게리 오웬이 쓴 '킬롤로지'는 사람을 잔인하게 죽일수록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가상의 온라인 게임 '킬롤로지'를 소재로 폭력의 근원과 책임을 묻는 작품이다. 게임과 똑같은 방식으로 현실에서 살해된 소년 '데이비'와 소년의 아버지 '알란', 게임의 개발자 '폴'의 독백을 통해 폭력으로 찌든 사회를 적나라하게 다룬다.
폭력의 폐해를 다룬 작품이지만, 역설적으로 폭력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관객은 2시간이 넘는 공연 내내 불편한 감정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이 때문에 '폭력의 문제를 폭력적으로 다룬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제작진도 이 같은 지적을 고려해 이번 공연에서는 폭력적인 장면을 최대한 자제하는 방식으로 연출했다. 박 연출은 "원작에 비해 폭력의 수위를 의도적으로 많이 낮췄다"면서 "작품 속에서 유일한 폭력 장면도 자연스러운 대사 속에서 간접적으로 이뤄지게 연출했고, 때리기 직전에 장면을 전환해 실질적인 폭력은 보여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체적인 폭력 장면을 없앤 대신 작품의 리얼리즘을 위해 언어적 폭력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박 연출은 "지금 청소년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살리고 싶어서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욕설을 좀 사용했다"며 "언어적인 폭력이 지금 우리 사회와 더 맞닿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킬롤로지'는 3명의 등장인물이 상대방과 마주치는 잠깐의 순간을 통해 인물들의 관계와 상황을 드러내는 특이한 구성을 갖고 있다. 3명의 배우가 등장하는 3인극 형태를 보이지만, 실상은 3개의 1인극이 중첩돼 진행되는 것이다.
박 연출은 "'킬롤로지'의 무대는 각자의 기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3명이 행성처럼 각자의 궤도를 유지하면서 움직이는 공간"이라며 "각 캐릭터가 공간의 주인이 돼 자기 이야기를 끌어가고, 이어서 바통을 터치하듯 다른 캐릭터가 끼어 들어와 1인극 연극을 선보이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등장인물 3명이 중구난방 각자의 이야기를 연기하기 때문에 자칫 관객이 작품의 전반적인 흐름을 놓치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세 인물 중 폭력의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이기도 한 '폴' 역할의 배우가 관객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극의 중심을 이끌어야 한다.
폴을 연기하는 배우 김경남은 "폴은 관객과 가장 스킨십이 많은 역할이어서 다수의 관객과 호흡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연기하고 있다"며 "관객과 직접 눈을 맞추며 연기하는 것은 배우에게 매우 특별하고 좋은 경험"이라고 말했다.
김경남은 폭력의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결핍과 그에 대한 연민을 찾는 것도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폭력이라는 사회문제를 다루는 연극이면서, 동시에 세 인물의 결핍을 다룬 작품"이라며 "관객들이 각 인물에 대해 연민의 감정도 느낄 수 있도록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란' 역의 배우 이상홍도 "처음 대본만 봤을 때는 거부감이 들었는데 대본 리딩을 하다 보니 작품 속에 숨은 따뜻함과 인물들이 보였다"며 "폭력성 때문에 공연을 보기 힘들다는 관객들에게 작품의 본모습을 전달하고 싶어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개막한 '킬롤로지'는 오는 12월 1일까지 서울 대학로 TOM 2관에서 상연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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