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현대사', 한국 대중음악 태동부터 BTS·뉴진스·베이비몬스터까지 망라
"K팝 지속 가능성 성찰해야…이제는 어떤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느냐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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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팝 현대사 : 한국 대중음악의 탄생에서 Z세대까지 [마르코폴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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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왕' 조용필 [K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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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룹 방탄소년단(BTS) [빅히트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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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그룹 베이비몬스터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日 연구자 눈에비친 K팝史…"영향력 있는 글로벌 문화현상 됐다"
'K-팝 현대사', 한국 대중음악 태동부터 BTS·뉴진스·베이비몬스터까지 망라
"K팝 지속 가능성 성찰해야…이제는 어떤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느냐가 중요"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K팝은 더 이상 단순한 음악 장르나 서브컬처가 아니라, 국제 정치·경제의 변동과 밀접하게 연동된 영향력 있는 글로벌 문화현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에 이어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전 세계에서 K팝 열풍이 이는 요즘 일본인 연구자의 눈으로 K팝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는 책이 출간됐다.
일본 리츠메이칸(立命館)대학 강사로 재직하며 한국학, 한국근현대사, 한국대중문화를 연구하는 저자 야마모토 조호는 신간 'K-팝 현대사 : 한국 대중음악의 탄생에서 Z세대까지'(마르코폴로)를 통해 한국 대중음악의 태동부터 제로베이스원, 아일릿, 베이비몬스터에 이르는 차세대 K팝 스타까지 촘촘하게 들여다봤다.
저자는 개화기 이후 음반의 수입과 '낙화유수'·'황성의 적'(황성옛터) 등 1920년대 일제강점기 한국 대중음악의 태동부터 훑어 내려간다.
1960년대 남진 대 나훈아의 라이벌 구도, 1970년대 포크 음악 붐, 1980년대 소방차와 김완선 등 1990년대 이른바 '1세대 아이돌 시대'가 열리기 전 우리 가요사도 세심하게 서술했다.
일본인 연구자의 시각에서 살펴본 한일 양국 대중음악 교류사에도 상당한 부분이 할애된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1980년대 일본에서 일어난 '한국 붐', 조용필·김연자·계은숙의 NHK '홍백가합전' 출연, 2000년대 보아의 일본 활약상 등도 접할 수 있다.
저자는 '가왕'(歌王) 조용필에 대해 "조용필에게는 '오빠 부대'라고 불리는 열성적인 여성 팬이 있을 정도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며 "한국에서 조용필은 컨트리나 록 같은 팝 음악을 다루며,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스타였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히트곡이었지만, 그가 추구했던 음악 장르로는 오히려 예외적인 곡으로, 적어도 한국에서 조용필은 트로트 가수가 아니었다"고 소개했다.
저자는 이후 1990년대 서태지와아이들의 등장과 H.O.T.를 필두로 한 1세대 아이돌 시대, 동방신기·빅뱅·투애니원 등이 전성기를 누린 2세대 아이돌 시대, 전 세계에서 꽃을 피운 방탄소년단의 인기 등을 자세하게 서술했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초래한 한일 관계의 급랭과 그로 인한 일본 내 한류의 침체 같은 주요 사건도 빼놓지 않았다.
저자는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여파는 문화 교류에도 미치게 됐고, 일본 지상파 방송에서는 K팝 아티스트의 출연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으며, 일부 출판 시장에서는 이른바 '혐한' 정서를 자극하는 서적들이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다"며 "2012∼2016년까지 '홍백가합전'에서 K팝 아티스트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고 짚었다.
저자는 아이브, 에스파, 뉴진스, 르세라핌 등 4세대 아이돌 그룹과 보이넥스트도어·베이비몬스터 등 비교적 최근에 데뷔한 팀까지 조명하는 동시에 K팝의 앞날도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아쇠를 당긴 '관세 전쟁'의 시대 보호무역주의 정책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소프트파워 산업인 K팝이 오히려 주목받게 됐다는 것이다.
K팝은 이제 미국과 중국을 넘어 동남아, 중동, 중남미 등 경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다른 지역으로도 진출하는 한편, 세계 각지에서 '현지화된 K팝 시장'이 만들어지는 등 다중심적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저자는 그러나 "K팝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깊은 성찰 역시 요구된다"며 "향후 K팝의 진화 방향은 아이돌이라는 직업의 사회적 위상, 노동 환경, 팬과의 관계, 환경 지속 가능성, 디지털 윤리 등 복합적인 과제들에 대해 산업이 자율적인 규범을 정립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1995년 여름 대학생 시절 한국을 여행하며 서울에서 들은 낯선 음악으로 한국 대중음악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저자는 K팝 산업에 이같이 묻는다.
"K팝은 '어느 나라에서 기원했는가'라는 물음보다 이제는 '어떤 문화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받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2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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