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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워싱턴의 코로나19 사망자 추모 깃발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인류의 역사는 곧 감염병 투쟁의 역사다"
박한선·구형찬 박사의 공저 '감염병 인류'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하지만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전 세계 누적 사망자는 이달 초 300만 명선을 훌쩍 넘어섰다. 최강대국인 미국이 지난 9일 현재 56만여 명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를 기록했다. 세계의 누적 확진자는 12일 현재 1억3천600만여 명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에 따라 사회문화적 갈등도 깊어져간다. 국경 봉쇄와 이동 제안 등으로 인한 불안과 공포, 증오의 감정은 아시아인 등 타자에 대한 혐오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감염병이 단순한 의료의 문제에 머물지 않고 정치, 경제, 종교 등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코로나19 팬데믹은 미증유의 감염병 상황이 아니다. 인류의 진화사는 곧 감염병의 진화사이기도 했다. 신석기 시대에 정착 생활을 하면서 시작된 감염병의 역사는 인구가 증가하고 도시화가 진전되고 생산력이 과도하게 증대하면서 고착되다시피 했다.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 과도한 가축화, 도시화, 세계화, 항생제 남용 등이 불러온 '인재(人災)'다.
코로나19가 아니어도 지구촌에선 매년 150만 명이 결핵으로 사망한다. 그리고 약 40만 명이 말라리아로, 70만 명이 에이즈로 세상을 떠난다. 전체 사망자 중 감염성 질환이 25%가량을 차지하지만, 인류는 그동안 백신과 항생제 등의 의료기술 발전으로 감염병에 승리했다고 믿어왔다. 그 착각의 장막을 지금의 코로나19가 거침없이 젖혀버리고 있다.
신경인류학자 박한선 박사와 인지종교학자 구형찬 박사가 공저 '감염병 인류'를 통해 기나긴 인류 감염병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살폈다. 책에 따르면 인류는 스스로 끊임없이 감염병을 만들고, 그 감염병을 두려워하고, 원인을 애꿎은 데로 전가하며 증오와 혐오, 공포에 시달려왔다.
앞서 언급한 바처럼 정착생활을 시작한 뒤로 인류는 바이러스의 주기적 유행을 감당해야 했다. 신석기 혁명이 일어난 1만 년 전의 지구촌 인구는 약 400만 명. 지금 서울 인구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5천 년이 지난 뒤에도 세계 인구는 고작 500만 명에 그쳤다. 농업 혁명이 일어났음에도 이처럼 인구가 적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감염병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는 만성적이고 치명적인 전염병 확산의 중심이 됐다. 파멸을 지속하며 역병이 끝없이 이어졌던 것. 토기 없는 신석기 시대를 끝장낸 주역도 전염병이었다. 저자들은 "사람간 전염병은 기원전 3천 년 무렵에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전염병은 주기적으로 절멸에 가까운 재앙을 가져왔지만, 인구는 조금씩 증가했다"고 들려준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병원균은 많은 도시와 국가, 그리고 문명을 원점으로 돌려놓곤 했다. 이는 지금의 미국 상황이 시사하듯, 거대 제국일수록 심각했다. 인구가 집중된 기원전의 아테네는 역병으로 국력이 소모되면서 공포와 불안에 시달렸고, 결국 그 팬데믹으로 스파르타에 패하고 말았다.
로마제국에 이어 등장한 비잔틴제국은 페스트균이 원인인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으로 콘스탄티노플에서만 하루 5천 명이 죽어나가며 당시 유럽 인구의 절반인 최대 1억 명이 사망했고, 유라시아 대륙을 덮친 14세기경의 흑사병으로는 유럽인 3명 중 1 명꼴로 목숨을 잃었다. 19세기에는 콜레라 대유행으로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남미 할 것 없이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는데, 당시 조선의 수도 한양에서만 13만 명의 희생자를 낳았다.
감염병은 20세기 들어서도 기승을 부렸다. 1900년대 초반, 스페인 독감이 최대 2억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1960년대 초에는 콜레라 대유행으로 인도네시아, 인도, 소련, 일본, 북아프리카, 이탈리아 등이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어 1968년 홍콩 독감, 2009년 신종 플루를 거쳐 지금의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횡행하며 미증유의 불안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번 책은 코로나19를 둘러싼 상황을 감염균의 입장에서 역사적으로 조명하며 감염균과 인체의 면역체계가 어떻게 공진화해왔는지 다룬다. 이 가운데 불과 옷의 발명이 부른 뜻밖의 감염병 재앙과 기생충 박멸이 초래한 알레르기 역습에 대한 내용이 더욱 흥미롭다.
또한 인류가 두뇌로 빚어낸 독특한 면역체계, 즉 감염균과의 싸움 과정에서 빚어진 혐오, 회피 등의 행동면역체계를 설명해주고, 감염병 전쟁에서 인류가 거둔 작은 승리와 '위드 코로나(with corona)'가 될 미래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책은 '감염병과 우리 안의 원시인', '면역의 진화', '전통에 반영된 전염병 회피 전략', '전쟁 혹은 공생', '오래된 미래' 등 모두 10장으로 구성됐다.
저자들은 ""코로나19는 향후 뉴노멀의 시대를 불러올 것"이라며 "지금의 인류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제국'을 건설했다. 지구 전체가 하나의 도시나 다름없다. 생태계 파괴와 세계화, 도시화 등을 통한 경제적 이득이 향후 지속해서 발생할 신종 팬데믹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겠는가?"라고 묻는다.
이어 "감염병이 없었던 수렵채집의 구석기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지긋지긋한 감염병 연대기의 마지막 장을 끝내려면 최후 빙하기 이전의 인류사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권장한다. 또한 감염과 관련된 불안과 두려움, 공포, 강박의 심리적 반응, 혐오와 배제, 차별의 사회적 반응에 관심을 기울이자고 덧붙인다.
창비. 360쪽. 2만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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