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지기 기타로 완성한 모험…'참 잘했다' 칭찬해주고 싶어"
"음악은 생계 아닌 생활…첫 공연처럼 무대는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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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앨범 '글로리 데이즈' 발매한 가수 이광조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새 앨범 '글로리 데이즈'를 발매한 가수 이광조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12.7 ryousanta@yna.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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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즈 취하는 이광조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새 앨범 '글로리 데이즈'를 발매한 가수 이광조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12.7 ryousanta@yna.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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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앨범 '글로리 데이즈' 발매한 가수 이광조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새 앨범 '글로리 데이즈'를 발매한 가수 이광조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12.7 ryousanta@yna.co.kr |
50주년 이광조 "외로움보다 사무치는 그리움…죽기 살기로 노래"
기타리스트 함춘호와 새앨범 '글로리 데이즈'…신곡부터 일제강점기 노래 망라
"46년 지기 기타로 완성한 모험…'참 잘했다' 칭찬해주고 싶어"
"음악은 생계 아닌 생활…첫 공연처럼 무대는 여전히 떨려"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외로움과 얼핏 비슷해 보이면서도, 더욱 사무치는 감정인 그리움을 노래로 풀어내고 싶었어요."
가수 이광조(73)는 최근 46년 지기 기타리스트 함춘호와 손잡고 새 앨범 '글로리 데이즈'(Glory Days)를 발표했다. 두 사람이 음악으로 호흡을 맞춘 것은 지난 2022년 7월 협업 음반 '미학적인 어쿠스틱의 향연(饗宴)'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전작에서는 '사랑을 잃어버린 나', '우리 이제 잊기로 해요', '서글픈 사랑' 등에 이광조 특유의 쓸쓸한 감정이 짙게 배어있다면, 신보에서는 함춘호의 따뜻한 기타 선율과 어울리는 포근한 감성이 잘 묻어났다.
'글로리 데이즈'에는 신곡 '그리워, 그리워, 그리워'와 '사랑이란 말이야', 자신의 대표곡 '즐거운 인생',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등 10곡이 담겼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에서 만난 이광조는 타이틀곡 '그리워 그리워 그리워'에 대해 "나이가 들어보니 외로움보다는 그리움이 커진다"며 "외로움과 달리 그리움이란 감정은 해소가 안 된다. 경치가 아름다운 김포에 살고 있는데, 조용할 때 밖을 내다보면 사람들이 너무나 그립더라"고 말했다.
그는 "노래에서 담아낸 그리움의 대상은 사람이다. 저는 사람을 가장 싫어하면서도 좋아한다"며 "상대방이 내게 잘해주지 못해도 내가 그 사람에게 마음을 줌으로써 행복해질 수 있다"고 평소 생각을 밝혔다.
'그리워 그리워 그리워'를 작사한 이광조는 목소리가 차갑다는 반응을 자주 들었다며 이번에는 따뜻하게 부르려 노력했다고 한다. 그는 "나이가 드니 따뜻한 감성이 쉽게 나오지는 않더라"고 웃음 지었다.
이광조는 앨범에서 일제강점기인 1939년 발표된 이난영의 '다방의 푸른 꿈'을 재즈풍으로, 남궁옥분의 히트곡 '재회'를 차분하게 노래했다. 앨범 끝자락에 담긴 '즐거운 인생'과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에서는 축제처럼 한껏 흥을 돋웠다.
그는 1∼3번 트랙인 '참 좋다', '그리워 그리워 그리워', '사랑이란 말이야'를 제외한 나머지 7곡을 오롯이 자기 목소리와 함춘호의 기타만으로 채웠다.
이광조는 "앨범을 만들고 보니 스스로 '너 참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칭찬해주고 싶다"며 "꽉 찬 앨범을 내기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열심히 했기 때문"이라고 뿌듯해했다.
"녹음 스튜디오에 들어가 죽기 살기로 노래했어요. 함춘호와 40년 이상 음악을 해 왔지만, 기타 하나로 다른 악기가 다 있는 것처럼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니 부담이 큰 모험이었죠."
그는 함춘호와의 호흡에 대해 "그의 기타는 느낌이 따뜻한 것이 특징"이라며 "제가 굳이 이렇게 연주하라고 말하지 않아도 이미 제가 원하는 것을 알 정도"라고 했다.
앨범에선 두 사람의 음악적 역량과 호흡이 돋보인다. 일제강점기 곡 '다방의 푸른 꿈'·'나는 60살이에요'(원곡 박단마 '나는 열일곱살이에요')부터 신곡에 이르기까지 약 100년에 걸친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보컬과 기타만으로 거뜬히 소화했다.
이광조는 "노래를 시작할 때부터 사람들이 '다방의 푸른 꿈'을 불러보라고 권했지만, 그 당시에는 하지 않았다. 그 노래를 부를 자신이 없었다"며 "'나는 열일곱살이에요'는 차마 제 나이에 맞춰 일흔살이라고 하지 못하겠더라. 그래서 60살로 했다"고 웃음 지었다.
"유명한 노래를 다시 부르게 돼 행복했어요. 처음 부를 때는 원곡자에게 실례되는 게 아닐지 걱정됐어요. 하지만 가수는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느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주 어두운 배경에서 기타 하나로만 재즈풍으로 부르는 장면을 상상하며 녹음했어요."
지난 1976년 '나들이로' 데뷔한 이광조는 내년 데뷔 50주년을 앞뒀다.
세련된 미성을 앞세워 반세기에 걸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사랑을 잃어버린 나', '연인이여' 등 다수 히트곡을 냈지만, 여느 스타들과 달리 연기에 도전하지 않았고, 그 흔한 사업에도 손대지 않았다.
오로지 '음악 외길'만 걸은 비결을 묻자 "게을러서 음악만 했다. 희한하게도 음반을 내자고 하면 언제든지 오케이(OK)를 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광조는 "음악은 제게 생계가 아닌 생활이었다. 제 옆을 항상 따라다니는 생활 그 자체였다"며 "음악으로 엄청난 무언가를 해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거창한 목표는 없다지만 무대에 오르는 마음가짐만큼은 50년 전과 비교해 변하지 않았다.
이광조는 "스튜디오에 들어가거나 무대에 오르면 여전히 떨리고 부족함이 느껴진다. 사람들이 제가 떠는 모습을 보고 놀랄 정도"라고 했다.
그는 데뷔 8년만이던 1984년 샘터 극장에서 처음으로 연 단독 공연을 떠올리며 "사람이 무대 바로 앞까지 가득 들어찼는데, 엄청나게 떨었던 기억이 난다. 첫 공연의 떨리고 설레는 느낌을 지금까지 잊지 않고 있다"고 회상했다.
음악을 향한 욕심의 크기도 줄어들지 않았다. 그는 흥겨운 빅밴드와 함께 음악을 하는 꿈이 있다고 했다.
"흥겨움을 넘어 선정적으로까지 들리는 빅밴드와 함께 디스코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오케스트라와 열 곡 정도 녹음하고 싶기도 하고, 욕심 같아서는 할 게 많아요. 하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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