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땐 꽉꽉 올 땐 텅텅…제주, 무사증 없인 전세기도 못 띄워"

변지철 / 2022-04-30 09: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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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관광 수요 증가에 5월부터 '관광 일번지' 입지도 흔들릴 듯
▲ 제주 온 관광객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제주국제공항에서 대기 중인 항공기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제주 온 관광객들 (제주=연합뉴스)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관광객. [연합뉴스 자료사진]

"갈 땐 꽉꽉 올 땐 텅텅…제주, 무사증 없인 전세기도 못 띄워"

해외관광 수요 증가에 5월부터 '관광 일번지' 입지도 흔들릴 듯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지금으로서는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국제선 하늘길이 다시 열리는 5월을 앞둔 지난 29일 제주의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가 올 연말까지 국제선 운항 규모를 코로나19 이전의 50% 수준까지 회복하는 내용을 담은 '국제선 단계적 일상 회복 방안'을 발표하고 오는 5월부터 제주공항 국제선 운항이 재개되지만, 정작 제주에서 전세기를 띄우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A씨는 "제주는 다른 지역과 달리 한국 손님만으로는 전세기를 띄울 수 없어요. 수요가 한정적이어서 한국 손님을 싣고 다른 나라로 가면 그 비행기에 해당 지역의 해외 관광객을 새로 싣고 제주로 돌아오는 양방향 전세기를 띄워야만 경쟁력 있는 가격에 여행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데, 무사증(무비자) 입국 제도 재개가 안 돼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현재 동남아 지역에 180∼200석 규모의 왕복 전세기를 띄우는 요금은 8천만∼1억원이다. 동남아로 가는 제주지역 여행사와 제주로 오는 해외 여행사가 절반씩을 내야만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데 무사증 입국이 안 되기 때문에 해외 현지 여행사들이 제주 여행상품을 내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6월 준비했던 베트남 다낭으로의 답사 여행(팸투어) 계획을 취소했고,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오는 7월 계획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사증 제도가 2년 넘게 중단되면서 제주 여행업계는 해외 입국객(인바운드)이 전무해 내국인 출국객(아웃바운드) 수요만으로 수익성을 갖추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여행 업계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하는 제주의 시내면세점과 카지노 업계 등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유례없는 임시 휴업과 줄어든 해외 고객으로 위기를 겪은 면세업계는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과 샤넬 등의 철수로 매장 운영이 중단됐다.

이뿐만 아니라 코로나19 기간 내국인 관광객 방문으로 호황을 누렸던 제주의 입지도 5월부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일상 회복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면 그만큼 제주 여행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인터파크투어에 따르면 정부가 해외입국자의 격리 의무를 면제한 3월 21일부터 4월 17일까지 해외 항공권 예약 건수가 직전 동기간보다 133% 증가했다. 이 기간 노선별 예약 증가율은 대양주(오세아니아, 193%), 동남아(178%), 유럽(129%), 미주(115%) 등의 순으로 컸다.

여행사인 참좋은여행도 이달 1∼17일 해외여행 예약 건수가 1만5천456건으로 집계돼 작년 동기(2천672명) 대비 약 6배 증가했다고 전했다.

제주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증가하면 그 빈 자리를 해외 관광객이 채워줘야 하지만, 무사증 입국 재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부동석 제주관광협회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관광업계의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며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크고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라도 무사증 입국 재개를 비롯한 방역 완화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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