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70년, 피란수도 부산] (25) 지역 최초 미술 그룹 '토벽회'

차근호 / 2023-09-16 09: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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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전쟁 중 향토 화가 6명 결성…"현실적인 삶 추구 부산 미술사 영향"
▲ 김종식 제비 2017년 부산미술관 전시 작품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정전 70년, 피란수도 부산] (25) 지역 최초 미술 그룹 '토벽회'

1953년 전쟁 중 향토 화가 6명 결성…"현실적인 삶 추구 부산 미술사 영향"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6·25전쟁이 발발하자 전국의 화가들은 '피란수도'인 부산에 모여들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16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당시 중앙화단 소속 화가들의 영향력이 커지자 이에 반발해 지역에서는 부산의 미술을 지키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1953년 구성된 지역 최초의 미술 그룹인 '토벽회'가 바로 그것이다.

'토벽'은 '토박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토벽회는 명태 그림으로 알려진 '김경'과 들판·염소 등을 그리는 '임호' 등이 초창기 주축이 돼 만들어졌다.

여기에 농촌 풍경을 그리는 김윤민과 산을 그리는 김영교, 서성찬, 김종식 등 4명이 참여해 6명으로 토벽동인이 결성됐다.

이들은 1953년 3월 22일 부산 시내 '르네상스 다방'에서 첫 창립전시전을 열었다.

당시 다방은 예술인들을 위한 공간이었는데, 특히 르네상스 다방들은 토벽 동인들의 아지트와 같은 공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토벽 동인들은 추상화를 주로 그렸던 중앙화단 중심의 화가들과 달리 주로 사실적인 그림을 많이 그렸다.

중앙화단 중심의 신사실파는 당시 국립박물관 임시사무소나 백화점 등에서 전시회를 진행했지만, 토벽 동인들은 주로 다방 등에서 전시를 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토벽 동인들은 전쟁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는 창작에 대한 열망을 나타냈다.

이들의 창립 선언문을 보면 "(작품) 제작은 우리에게 부가된 지상의 명령"이라면서 "붓이 문질러지면 손가락으로 문대기도 하고, 판자 조각을 주워서 화포를 대용해 가면서도 우리는 제작에 의의를 느낀다"고 했다.

토벽 동인들은 민족적 성향을 예술에 담으려고도 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우리들은 우리 민족의 생리적 체취에서 우러나는 허식 없고 민족 미술의 원형을 생각한다"며 모임의 취지를 밝혔다.

토벽회는 1954년까지 모두 3차례의 전시전을 열었다.

전쟁 중에 열린 1회 전시와 달리 제2회 전시는 정전 이후인 1953년 10월 3일에 '휘가로' 다방에서 열렸다.

2회에는 서성찬을 제외한 5명만 전시에 참여했다.

제3회 전시회는 1954년 6월 7일 중구 창선동 실로암 다방에서 열렸다.

부산시 관계자는 "토벽 동인들의 현실적인 삶의 감각과 정서를 추구한 그림들로 부산 미술사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부산에 애정을 가지고 지역의 현실을 보여주는 리얼리즘을 추구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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