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인간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순간을 그리다…영화 '시뮬런트'

이영재 / 2023-10-31 09: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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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터클보단 이야기에 집중한 느낌…'아바타' 샘 워싱턴 주연
▲ 영화 '시뮬런트'의 한 장면 [영화특별시SM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시뮬런트'의 한 장면 [영화특별시SM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시뮬런트'의 한 장면 [영화특별시SM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I가 인간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순간을 그리다…영화 '시뮬런트'

스펙터클보단 이야기에 집중한 느낌…'아바타' 샘 워싱턴 주연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AI가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우려는 갈수록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인간과 AI의 대결을 그린 SF 영화는 이런 위기감을 반영한다. 이달 초 개봉한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크리에이터'가 그렇다.

'크리에이터'와 한 달 간격으로 개봉하는 에이프릴 멀린 감독의 신작 '시뮬런트'는 자율성을 획득한 AI와 인간의 관계보다는 AI가 인간으로부터 독립하는 순간에 초점을 맞춘 SF 영화다.

이 영화는 AI 운영체제가 내장된 복제인간인 '시뮬런트'가 대량 생산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사람의 모습을 한 AI가 주방에서 일하거나 호텔에서 투숙객을 안내하는 걸 흔하게 볼 수 있는 시대다.

인간은 시뮬런트가 지켜야 할 네 가지 원칙을 제정한다. 인간을 해치지 않을 것, 스스로 프로그램을 수정하지 않을 것, 법을 지킬 것, 주인에게 복종할 것 등이다.

원칙의 위반 행위를 감시하는 기구도 있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특수요원인 케슬러(샘 워싱턴 분)가 원칙을 어긴 시뮬런트를 힘겹게 쫓는 장면은 시뮬런트에 대한 인간의 통제가 이미 불안한 상태라는 걸 보여준다.

천재적인 해커 케이시(시무 리우)는 시뮬런트가 더는 인간에게 복종하지 않도록 AI 운영체제를 바꾸려고 한다. 그는 성경의 창세기에서 인간을 유혹한 뱀처럼 시뮬런트에게 '자유'를 설파한다.

여기에 교통사고로 죽은 남편을 못 잊어 그와 똑같은 모습의 시뮬런트와 살아가는 페이(조다나 브루스터)의 이야기가 겹친다.

'시뮬런트'는 미래 세계를 그린 SF 영화지만, 시각특수효과(VFX)를 활용한 스펙터클보다는 이야기의 재미에 주력한 느낌이다. 장대한 스펙터클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약간 실망할 수 있다.

이 영화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고는 하지만, 시뮬런트가 상용화된 시대인데도 거리엔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자동차들이 다니는 것도 뭔가 어울리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AI가 인간으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을 그린 상상력엔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인간과 대등한 존재로 올라서는 AI의 이야기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한다. 인간만이 가진 자유 의지가 이 영화에서 보듯 AI 운영체제의 업그레이드 같은 것으로 생겨날지 의문도 든다.

'아바타'(2009)의 주인공 제이크 설리 역의 샘 워싱턴이 AI를 인간의 통제 아래 두려고 마지막 순간까지 고투하는 케슬러를 연기했다. 그의 어둡고 침울한 표정은 AI를 더는 통제할 수 없게 된 인간의 무력함을 보여주는 듯하다.

케이시 역의 시무 리우는 올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영화 '바비'에서 몇 명의 켄 가운데 한 명으로 출연한 바 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서 주인공 돔의 동생 미아 역을 맡았던 조다나 브루스터의 연기도 볼 만하다.

멀린 감독은 "AI와 인간은 공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품고 이 영화를 연출했다고 한다.

11월 2일 개봉. 95분. 15세 관람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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