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은 승천의 징표일까…나주 정촌고분 금동신발 문양 의미는

박상현 / 2022-03-23 10: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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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도록 발간…"주인 여성은 실질적 세력가"
▲ 나주 정촌고분 금동신발 용머리 장식 [문화재청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나주 정촌고분 금동신발 '일신양두' 문양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나주 정촌고분 금동신발 도록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용은 승천의 징표일까…나주 정촌고분 금동신발 문양 의미는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도록 발간…"주인 여성은 실질적 세력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삼국시대 신발 유물 가운데 처음으로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이 된 전남 나주 정촌고분 금동신발은 앞쪽에 달린 용머리 장식이 백미로 평가된다. 2014년 출토된 신발은 길이 31∼32㎝, 폭 9.3㎝ 내외다.

발등 중앙에 부착한 장식은 삼각형 눈, 상서로운 기운을 토해내는 듯한 입, 돌기가 있는 뿔, 타원형 귀로 용을 표현했다. 이 장식은 왼쪽 신발에서만 완전한 형태로 발견됐다. 오른쪽 신발 장식은 파편 일부만 나왔다.

용 문양은 신발 몸체 곳곳에서도 확인된다. 머리에 뿔이 있고 귀는 타원형이며 입은 벌리거나 다물고 있다. 상상에만 존재하는 용은 왕이나 선인(仙人)이 하늘을 왕래할 때 이용하는 수단으로 알려졌다.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가 23일 발간 사실을 알린 나주 정촌고분 금동신발 보물 지정 기념 도록 '신선되어 하늘 나라샤'를 보면 신발에서 강조된 용은 사후에 하늘로 올라간다는 승천(昇天)의 상징이다.

성윤길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원은 논고에서 "금동신발 발등 용머리 장식은 다수의 용 중 우두머리에 해당한다"며 "용머리 장식의 용은 측면에 있는 부마(副馬·예비로 끌고 다니는 말) 역할의 용을 이끌고 승천하는 수장급 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동신발 안쪽에서 발견된 뼛조각에 대해 "피장자가 신발을 신고 있었고 신발이 승천과 관계가 있다는 증거"라며 "금동신발은 용머리 장식이 하늘을 향한 상태로 놓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성 연구원은 용과 승천이 도교 사상의 산물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 뒤 금동신발에 불교적 성격이 강한 연꽃무늬가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그는 "5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짐작되는 정촌고분 금동신발은 도교와 불교가 공존하던 시기의 유물"이라며 "승천과 내세 불멸을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불교적 내세관을 투영해 제작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정촌고분 금동신발의 또 다른 특징은 몸 하나에 얼굴이 두 개인 '일신양두'(一身兩頭) 문양이다. 현존 금동신발 중에서는 유일하게 정촌고분 유물에서만 확인됐다.

성 연구원은 "일신양두는 지상의 중심이자 신성한 장소를 뜻한다"며 "양쪽 신발에서 용과 일신양두가 인접해 배치됐는데, 두 문양이 금동신발에서 중심이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용과 일신양두 문양을 근거로 금동신발을 지상의 중심에 묻힌 이가 하늘로 오르는 승천의 의례를 보여주는 유물로 평가했다. 또 "금동신발을 신은 40대 여성은 지역의 실질적 세력가였고, 신발로 그의 지위를 알 수 있다"고 짚었다.

국문과 영문을 실은 도록에는 정촌고분 특성과 금동신발 출토 과정에 대한 설명이 담겼다. 신발에 새겨진 육각형, 불꽃, 봉황, 새, 짐승, 괴수, 인면조신(人面鳥神·사람 얼굴에 새 몸인 신) 문양의 숨은 의미도 상세하게 논했다.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는 31일까지 선착순 신청자 100명에게 도록을 무료로 배송한다. 전자책 파일은 연구소 누리집에서 내려받아 볼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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