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인간에게 주는 기이한 공포…영화 '올드'

강애란 / 2021-08-18 11: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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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센스', '23 아이덴티티' M.나이트 시아말란 감독 연출
▲ 영화 '올드'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올드'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올드'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올드'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간이 인간에게 주는 기이한 공포…영화 '올드'

'식스센스', '23 아이덴티티' M.나이트 시아말란 감독 연출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아름다운 카리브 해변에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단숨에 어른이 되고, 어른들은 죽음을 앞둔 노인이 된다.

18일 개봉한 M.나이트 시아말란 감독의 '올드'는 해변에 휴가를 즐기러 간 사람들이 자신들의 시간이 급속도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시아말란 감독은 20대 때 연출한 '식스 센스'(1999)를 비롯해 '싸인'(2002), '23 아이덴티티'(2016) 등에서 독창적인 세계관으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서스펜스를 안겨 왔다. 스릴러 장르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 그가 이번에 꺼내든 소재는 시간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는 게 시간이라고 하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아니다. 30분에 1년씩, 해변에 남겨진 사람들은 급속도로 흐르는 시간 속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기도 하고,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기도 한다.

여름휴가를 맞아 가이와 프리스카는 딸 매덕스, 아들 트렌트와 함께 한적한 휴양지의 리조트를 찾는다. 하지만, 반나절 만에 어른으로 성장한 아이들의 모습에 혼란에 빠지게 되고, 이곳의 기이한 시간 흐름을 눈치챈다.

해변에는 간질을 앓는 아내와 함께 휴가를 온 간호사 재린과 불안 증세를 보이는 찰스의 가족, 파도에 떠밀려 온 시체와 관련돼 보이는 세단이 함께 있다. 그리고 해변을 둘러싼 암석 저편에는 이들을 지켜보는 누군가가 있다.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가슴 철렁한 사건들이 순식간에 잇따라 발생하면서 영화는 속도감 있게 내달린다. 시아말란 감독은 원작인 단편 그래픽 노블(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 '샌드 캐슬'에 죽음의 위협을 강화하고 싶었다고 했다. 해변 좌우와 암석, 바다를 오가며 고립된 장소에서 역동성을 끌어내는 카메라 앵글도 몰입감을 높인다.

여기에 더해 위기 속 인물들의 심리변화는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공포감을 더한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찰스는 이기적인 내면을 드러내며 갈등을 유발하고, 두려움과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무모한 선택을 하는 인물들 역시 죽음을 맞이하면서 극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급격하게 나이 들어가는 배우들의 모습과 이들이 느끼는 감정들을 고스란히 들여다보면서 인생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하게 된다. 젊은 시절 집착하던 얼굴과 몸매는 보기 싫게 변하고, 노화로 눈, 귀 등 신체기능이 점점 떨어진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내 옆에 앉아있는 이는 누구인지, 그동안 탈출을 위해 발버둥 치며 놓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주인공들은 예리한 여운을 남긴다.

다만 이들이 해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애가 타던 마음은 영화 후반부에 번뜩이는 아이디어처럼 나타난 탈출 방법으로 맥이 풀리는 면이 있다. 사건의 배후는 영화 중간중간 흘린 단서들로 추론해가는 재미가 있지만, 밝혀지고 난 뒤에는 다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영화는 지난달에 먼저 개봉한 북미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며, 제작비 대비 4배에 가까운 흥행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상영시간 108분. 12세 이상 관람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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