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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가 한강 [창비 제공] |

한강 '채식주의자' 15년 만에 개정판 출간
"여전히 생생한 고통과 질문으로 가득 찬 책"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소설가 한강(52)의 '채식주의자'가 출간 15년 만에 새로운 장정의 개정판으로 나왔다.
2007년 출간된 이 소설은 2016년 세계적인 권위의 인터내셔널 부커상, 2018년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받는 등 한국 문학의 입지를 한 단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출판사 창비는 '채식주의자'가 현재까지 100만 부 가까이 판매됐으며 40개가 넘는 국가에 판권이 수출됐다고 전했다.
책은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등 소설 3편을 하나로 연결한 연작 소설집이다.
어린 시절 폭력의 트라우마로 육식을 거부하게 된 여자가 극단적인 채식을 하면서 나무가 되기를 꿈꾸며 죽음에 다가가는 이야기이다.
평소 갈비를 굽고 칼로 닭고기 손질도 하던 영혜는 어느 날 꿈에 나타난 끔찍한 장면에 사로잡혀 육식을 거부한다. 그에겐 유년 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아버지가 오토바이에 매달아 잔인하게 죽이던 장면이 트라우마처럼 남아있다. '거품 섞인 피를 토하며 나를 보던 두 눈을 기억해.' 육식에 대한 강한 거부감은 폭력에 대한 저항과 같다.
세 편의 소설은 영혜를 둘러싼 인물인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에서 각각 서술된다.
남편은 강제로 입에 고기를 넣으려는 장인 앞에서 손목을 긋고 결국 병원 신세를 진 아내를 떠난다. 비디오 아티스트인 형부는 몽고반점이 남아있는 영혜의 몸을 갈망하고 끝내 선을 넘는다.
작가가 집필 당시 '고통 3부작'이란 파일명을 붙인 마지막 소설은 이 사건으로 가정이 파탄 나고 가족이 등을 돌린 영혜의 병시중을 드는 언니의 시선을 따라간다. 나무가 되고 싶은 영혜는 폭력의 악순환을 끊고 다른 생명에게 무해한 존재를 꿈꾸는 듯 보인다.
이 작품은 상처받은 영혼의 고통과 환상적이면서도 괴이한 상상력이 결합해 섬뜩한 아름다움의 미학을 보여준다.
2010년부터 일본, 중국,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꾸준히 번역 출간됐고, 2015년 영국 포르토벨로 출판사, 2016년 미국 호가드 출판사가 펴내며 해외 유력 매체의 호평을 받았다.
영국 가디언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산문과 믿을 수 없을 만큼 폭력적인 내용의 조합이 충격적"이라고 평했다.
인간 본질과 이면의 '고통'에 천착해온 한강은 다시 쓴 작가의 말에서 "출간 후 15년의 시간이 세찬 물살처럼 흐르는 동안, 고백하자면 이 책에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며 "세간의 관심도 오해도 뜨겁고 날카로워, 혼자서 이 소설을 써가던 순간들의 진실과 동떨어진 것이 되어버린 듯 느낀 때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귀밑머리가 희어지고 어느 때보다 머리가 맑은 지금, 나에게는 이 소설을 껴안을 힘이 있다. 여전히 생생한 고통과 질문으로 가득 찬 이 책을"이라고 말했다.
'채식주의자'는 오는 9월 연극으로 제작돼 국립극단 무대에 오른 뒤 12월 벨기에 리에주극장에서 해외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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