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서빙로봇·롤러코스터 레일…코로나시대 이동의 의미는

강종훈 / 2022-02-23 13:45:45
  • facebookfacebook
  • twittertwitter
  • kakaokakao
  • pinterestpinterest
  • navernaver
  • bandband
  • -
  • +
  • print
아르코미술관 기획전 '투 유:당신의 방향'
▲ 정유진 '돌고 돌고 돌아' [아르코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송주원 '마후라' [아르코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술관에 서빙로봇·롤러코스터 레일…코로나시대 이동의 의미는

아르코미술관 기획전 '투 유:당신의 방향'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자율주행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이 개발되면서 인류의 이동이 전에 없던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모빌리티는 미래 산업의 핵심 중 하나로 주목받는다.

그러나 인류의 이동이 다른 의미로 이전과 달라지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롭지 않게 되고, 국내에서도 "불필요한 이동을 자제해달라"는 당부를 수없이 들었다.

SF영화에서 보던 이동 수단이 현실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완벽한 일상으로의 복귀가 쉽지 않은 시대, 이동의 의미를 고찰하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24일 개막하는 기획전 '투 유:당신의 방향'은 작가 8팀의 이동을 주제로 한 작품을 소개한다.

김익현, 김재민이, 닷페이스, 송예환, 송주원, 오주영, 유아연, 정유진 등 젊은 작가들이 영상, 사진, 설치 등 2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이동과 관련된 첨단 기술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팬데믹으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나타난 변화가 사회 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작가들은 물리적 이동부터 정보의 이동까지 이동의 다양한 층위를 포착한다. 물건을 언제든지 받을 수 있는 배송 시스템, 면세품 소비 촉진을 위한 무착륙 비행, 광케이블 사이를 오가는 수많은 사진 정보, 사회적 소수자들의 이동 제약, 외곽으로 밀려나는 공장과 농장 등 이동과 관련된 여러 사회 현상이 전시에 등장한다.

송주원의 '마후라'는 아시아 최대 중고차 시장이었지만 재개발을 앞둔 서울 장한평과 그곳에서 해체를 기다리는 구형 중고차들의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첨단 모빌리티가 주목받는 시대에 밀려나는 존재를 조명한다.

전시장에는 서빙 로봇 두 대가 돌아다닌다. 유아연의 '공손한 님들'은 입구에서 받은 진동벨이 울리면 관람객이 전시장의 로봇에게 반납하도록 했다. 작가는 이를 통해 노동의 주체는 삭제되고 결과만을 소비하는 구조를 은유한다.

정유진은 롤러코스터 레일 모양의 조각 '돌고 돌고 돌아'를 제작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항공사와 면세업계가 내놓은 무착륙비행 상품을 정착 없이 돌아오는 롤러코스터에 비유했다.

전시는 이동이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지는 자유가 아닐 수 있는 시대임을 상기시키며 이동이 가진 다각적인 의미와 작동의 형태를 들여다본다. 4월 24일까지.

(끝)

(C) Yonhap News Agenc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