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경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동시대 미술로 광주정신 조명"

강종훈 / 2022-02-28 15: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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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은 광주정신의 시작 아니라 분출"
▲ 이숙경 예술감독 [광주비엔날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이숙경 예술감독(왼쪽)과 박양우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 [광주비엔날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숙경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동시대 미술로 광주정신 조명"

"5.18 민주화운동은 광주정신의 시작 아니라 분출"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민주화운동 등 광주에서 벌어진 일들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광주정신을 중심으로 동시대 미술을 연결하고자 합니다."

내년 4월 개막하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을 맡은 이숙경(53) 영국 테이트모던 국제미술 수석 큐레이터가 선임 이후 한국을 처음 방문해 전시 방향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이숙경 예술감독은 28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비엔날레의 정체성, 광주의 지역성과 국제성의 연결, 동시대 미술의 역할에 대해 고민했다"며 "그 중심에 둔 것이 광주정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광주정신이 무엇인지는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고 새로운 재해석의 여지도 많다"며 "무궁무진하게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5.18광주민주화운동은 광주정신의 시작이 아니라 광주정신이 분출된 것"이라며 "광주정신을 탈국가적, 탈시대적인 방식으로 새롭게 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 예술감독은 내년 광주비엔날레를 세계 작가들이 광주의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가 아니라 각자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광주정신을 재조명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마야족 후예인 멕시코 원주민 작가가 진정성 있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광주 사태보다는 자신의 이야기이며, 광주와는 억압과 저항, 정의와 같은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 예술감독은 코로나19 팬데믹, 인종 차별, 기후 위기, 원주민 주권운동 등을 거론하며 "인류는 지금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며 "이 모든 위기를 하나로 보고 예술로 미래의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예술감독은 홍익대에서 예술학과를 졸업했고, 영국 런던시티대 석사와 에식스대 박사과정을 마쳤다.

영국에서 20년 넘게 활동한 '이주민 큐레이터'인 그는 개인 경험에 기반한 비서구권 시각을 담은 '탈국가적 큐레이팅' 방법론을 추구해오면서 한국과 아시아 미술을 유럽의 동시대 미술 현장으로 유입시키는 데 힘써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그 연장선상에서 광주정신에 대한 탈국가적인 재조명과 재해석을 담아낸다는 계획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박양우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는 "광주비엔날레가 아시아 최고 비엔날레로 평가받지만, 비엔날레는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 내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며 "크든 작든 세계사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광주비엔날레가 비엔날레 역사와 세계 문화사에 한 획을 긋고 비엔날레의 존재 이유를 재확인하는 장이 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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