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있는 피아노 독주회 '페르드'…"독창적인 언어의 탄생"

임동근 / 2022-03-21 15:3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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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안종도 연출…파격적인 프랑스 고전, 음악극으로 재탄생
25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 포즈 취하는 피아니스트 안종도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한불 합작 음악극 '페드르' 연출을 맡은 피아니스트 안종도가 21일 서울 서대문구 대신동 스튜디오 리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3.21 ryousanta@yna.co.kr

▲ '페드르' 연출 맡은 피아니스트 안종도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한불 합작 음악극 '페드르' 연출을 맡은 피아니스트 안종도가 21일 서울 서대문구 대신동 스튜디오 리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3.21 ryousanta@yna.co.kr

▲ 한불 합작 음악극 '페드르' 공연 앞둔 피아니스트 안종도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한불 합작 음악극 '페드르' 연출을 맡은 피아니스트 안종도가 21일 서울 서대문구 대신동 스튜디오 리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3.21 ryousanta@yna.co.kr

연극이 있는 피아노 독주회 '페르드'…"독창적인 언어의 탄생"

피아니스트 안종도 연출…파격적인 프랑스 고전, 음악극으로 재탄생

25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아테네의 왕 테제의 두 번째 부인 페드르는 의붓아들 이폴리트를 사랑한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던 중 전쟁에 나간 남편의 부고가 전해지고, 페드르는 이폴리트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하지만 이폴리트에겐 이미 다른 사람이 있고, 죽은 줄 알았던 남편이 살아 돌아온다.

17세기 프랑스 작가 장 라신(1639∼1699)의 고전 비극 '페드르'(Phèdre)가 피아노 독주와 연극이 결합한 음악극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원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여기에 프랑스 작곡가 장 필립 라모(1683∼1764)의 음악을 더해 재탄생시킨 작품으로, 지난 7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 엘브필하모니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 작품의 연출은 피아니스트이자 하프시코드 연주자인 안종도(35)가 맡았다. 그는 21일 서울 서대문구 스튜디오 리움에서 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페드르'는 아테네 왕비가 의붓아들을 사랑하며 펼쳐지는 비극을 다룬 파격적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안종도는 지난해 초 '페드르'를 처음 읽으면서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17세기는 음악사적으로 엄격하고 종교적인 바로크 시대다. 그런데 그런 시대에 이런 '막장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소재가 공공연하게 얘기될 수 있었다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작가와 동시대를 살았던 작곡가 장 필립 라모의 음악을 떠올렸다고 한다. 페드르가 양아들을 사랑하며 느끼는 사랑과 질투, 분노 등 인간의 온갖 희로애락이 라모의 음악에도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라모는 50세 때 '페드르'를 소재로 한 오페라 '이폴리트와 아리시'를 선보이기도 했다.

공연은 배우 한 명이 연극을 펼치고, 안종도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독특한 형식이다.

그는 "음악과 연극이 만나 또 다른 독창적인 언어가 탄생하고, 인간의 다양한 감정이 또 다른 형태로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배우의 연기와 음악의 교차를 통해 기쁨, 절망, 탄식, 유머, 아이러니 등 복합적인 인간의 감정을 여러 각도로 조명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음악과 연극의 적합한 밸런스를 찾아내는 것이었다며 "시각과 청각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상호 보완하며 감정을 더욱 극대화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무대에선 프랑스의 연극·TV 드라마·영화에서 활약하는 실력파 배우 라파엘 부샤르가 모노드라마를 펼친다. 부샤르는 2020년 파리시립극장 무대에 오른 연극 '페드르'에서 주인공으로 열연을 펼쳐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부샤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안종도는 "라모의 음악과 프랑스어의 운율이 잘 맞을 것 같아 프랑스 배우를 찾았다"면서 "부샤르가 여성스러우면서도 드라마틱하고 카리스마가 있는 목소리를 갖고 있어 여러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안종도는 2012년 프랑스 롱티보 크레스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 및 최고 독주상, 최고 현대작품 해석상을 받으며 유럽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런던 심포니,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등과 협연하며 유럽 무대를 중심으로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쳐왔다.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는 그는 2019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공연 전문 프로덕션인 '스튜디오 필립 안'(Studio Philip An)을 설립하기도 했다.

그는 프로덕션 설립에 대해 "베토벤이나 모차르트는 기성세대가 쌓아온 것들을 타파하고 새로운 언어로 한 걸음씩 내디디며 음악을 발전시키고 사회에 목소리를 냈다"면서 "예술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주제와 인간의 의식 등을 질문하고 싶었다"고 했다.

음악극 '페드르'는 스튜디오 필립 안의 창의적 문화융합 프로덕션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다. 내년에는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와 단테의 '신곡' 중 연옥 편, 팬데믹 시대를 주제로 현대무용과 현대음악이 융합된 공연을 선보이고, 이후에는 슈만의 작품과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작품을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최근 연세대학교 기악과 교수로 임용된 그는 "지식 전달자를 넘어 학생들이 음악을 통해 삶을 깊이 바라볼 수 있게 돕고 싶다"고 했다.

"공연을 보면 페드르란 인물을 통해 개인으로 또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런 감정들이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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