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케이블카] ② 유네스코 세계유산 '보전과 개발' 조화 이룬 성공모델

이재현 / 2025-09-01 06: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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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수단으로 케이블카 인프라 급성장…53년 자치분권 노하우 성공 뒷받침
'백두대간·국립공원' 정서와 여건 달라 vs 남티롤 사례와 단적 비교 무리
▲ 돌로미티 자이저 알름 풍경의 상징인 '몬테 실리아르' [촬영 이재현]

▲ 유럽 최대 고산 초원 자이저 알름 [촬영 이재현]

▲ 1938년 첫 스키 리프트 도입 당시 모습 [남티롤주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강원도 관광 케이블카 [강원도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고성 울산바위 케이블카 위치도 [강원 고성군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강릉∼평창 대관령 케이블카 노선도·위치도 [강릉시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대관령 케이블카 평창 노선도 [평창군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글로벌 케이블카 기업과 업무협약 [강원도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초록 케이블카] ② 유네스코 세계유산 '보전과 개발' 조화 이룬 성공모델

교통수단으로 케이블카 인프라 급성장…53년 자치분권 노하우 성공 뒷받침

'백두대간·국립공원' 정서와 여건 달라 vs 남티롤 사례와 단적 비교 무리

(볼차노·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남티롤 산악관광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돌로미티의 대자연, 354개 노선의 케이블카 인프라, 사계절 체류형 관광 모델 구축, 53년 노하우의 자치분권 등 네박자를 모두 갖췄다는 평가다.

이를 통해 연간 수백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며 지역경제와 일자리를 동시에 견인하는 성공모델을 만들어냈다.

탐방객 분산과 차량 접근 제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남티롤의 친환경 케이블카가 자연환경을 보호하면서도 관광 수요를 유도할 수 있는 전략적 인프라라는 점에 강원도는 주목했다.

◇ 고산 초원의 마을 연결망 기반 급성장…"친환경 케이블카 가능성 확인"

고원 마을을 서로 연결하는 교통수단으로서의 케이블카 개발을 기반으로 남티롤의 산악관광은 급성장했다.

지금은 천혜의 자연경관이지만 과거에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고원 마을을 잇는 주민들의 교통 인프라가 축적돼 지금의 354개 노선에 달하는 그물망 케이블카가 형성됐다.

여기다 1972년 특별자치분권으로 얻어낸 강력한 자치 입법권과 재정 자율성의 토대 위에 꽃피운 선진 자치분권의 53년 노하우가 지금의 산악관광을 완성했다.

남티롤에서 징수되는 세금의 90% 이상을 지역의 서비스와 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데, 이는 지방정부가 케이블카 설치와 운영 인가, 인력 자격 요건, 재정 지원 기준 등을 자체 조례로 규정해 독자적으로 관리하는 구조다.

연간 약 2천만 유로(약 300억원)의 공공기금으로 케이블카 신규 설치와 전면 개보수를 지원하고, 케이블카 수익 일부도 자연정화, 탐방로 유지, 환경 교육 등에 재투자된다.

이는 재정자립도가 29.4%에 불과한 강원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강원특별법 시행으로 부여받은 산림·농지·환경·국방 등 4대 분야의 특례 권한으로 해법을 모색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남티롤과 강원도 모두 산악을 자산으로 환경과 경제를 동시에 충족하는 관광모델을 추구하더라도 정서와 제반 여건 자체가 다른 만큼 354개의 노선을 갖춘 남티롤의 사례를 우리나라 백두대간과 국립공원에 적용하기는 무리가 따른다고 조언한다.

◇ 케이블카 7곳 중 이용자 '50만명' 이상은 단 3곳뿐…4곳은 20만명 미만

그렇다면 강원도 관광 케이블카의 현주소는 어떨까.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현재 설치·운영 중인 전국 관광용 케이블카는 총 42개 노선으로, 지난해 이용객 수는 1천827만3천325명이다.

이 중 도내 6곳의 관광용 케이블카 이용객 수는 지난해 171만3천563명으로 집계됐다.

시설별로는 속초 설악 권금성 68만명, 춘천 삼악산 56만9천768명, 정선 가리왕산 20만5천804명, 삼척 장호항 20만1천758명, 태백 365세이프타운 3만3천721명, 화천 백암산 2만2천512명 등이다.

이는 지난해 전국 관광용 케이블카 42곳 이용객의 11.3%를 차지하는 수치다.

올해 2월 개통 후 7개월 만에 50만5천964명(8월 25일 기준)이 탑승한 원주 소금산 그랜드 밸리 케이블카 이용객 수를 합하면 221만9천527명에 달한다.

50만명을 넘긴 것은 1971년 조성된 속초 설악산 권금성과 준공 5년 차를 맞는 춘천 삼악산, 운영 첫해인 원주 소금산 등 단 3곳뿐이다.

◇ "7개로는 부족해"…강원, 6개 노선 신규 추진

2023년 11월 착공해 내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절차가 진행 중인 설악산 케이블카 외에도 강원도는 6개 노선의 신규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 중이다.

도내 산악·해양 관광의 매력을 극대화하고 지방 재정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중 강원 고성군과 강릉시, 평창군 등 3개 지자체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우선 고성군은 700억원을 투입해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토성면 원암리∼신평리까지 2.3㎞ 잇는 '울산바위 케이블카'를 추진 중이다.

국가 명승인 울산바위와 동해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친환경 케이블카 설치가 목표다. 다만 명칭처럼 설악산 국립공원 내 울산바위를 직접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맞은편의 신선대로 노선을 그어 자체 인허가 문턱을 낮춘다는 전략이다.

강릉시와 평창군이 재정사업으로 추진하는 '대관령 케이블카'는 현재 지방재정투자심사 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강릉시 어흘리∼평창군 대관령면 선자령까지 5㎞를 연결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 716억원이 투입된다. 국내 최장의 케이블카를 조성해 동해(바다)와 백두대간의 자연환경을 만끽할 수 있는 새로운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고성 울산바위 케이블카와 대관령 케이블카 모두 자체 조사한 비용 대비 편익(B/C) 지수는 1.09로 높게 나와 전망이 밝다고 분석한다.

민자로 추진되는 '북강릉 케이블카'는 강릉 주문진 등대꼬댕이공원∼영진항까지 약 3.3㎞로 확정됐다. 2028년까지 총사업비 1천억원이 투입된다.

이밖에 중장기 사업으로 분류된 원주 치악산·삼척 덕항산·철원 금학산 등 3곳의 케이블카 역시 여건이 조성되면 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사업성 검토를 밟고 있다.

◇ 도보와 전기버스 연계된 '친환경 케이블카'…'개발과 보존' 해법 모색

케이블카 사업에 뛰어든 각 시군은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면서 도보·케이블카·전기버스가 서로 연계된 산악교통 인프라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보전과 개발의 경계를 넘어서는 친환경 케이블카의 가능성을 남티롤의 사례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강릉시는 대관령케이블카 사업과는 별도로 대관령 어흘리∼남항진 해변까지 18.4㎞를 무가선트랩으로 연결하는 야심 찬 친환경 연계사업을 검토 중이다.

배터리로 움직이는 무가선트램은 별도의 전선이 없어 자연경관을 해칠 우려가 없다. 다만 추정 사업비는 무려 8천832억원에 달한다.

평창군 역시 대관령 케이블카 완공 시 알펜시아·용평리조트까지 케이블카와 셔틀버스, 트램으로 연결하는 추가 사업을 구상 중이다.

이렇게 되면 강릉에서 대관령을 거쳐 평창 발왕산 정상까지 케이블카와 트램으로 여행할 수 있는 획기적인 관광 인프라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강원연구원 관계자는 "도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산지 비율을 보유하고 있지만 케이블카는 제한적으로 설치돼 있다"며 "보존과 개발의 찬반 논쟁이나 단순 이동 수단으로서의 케이블카가 아닌 지역 분산 관광, 교통수단, 경제순환의 핵심 요소로 만들어가는 정책 설계와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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