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케이블카] ③ "과잉 개발의 길 걷지 않길"…伊 남티롤의 조언(끝)

이재현 / 2025-09-01 06: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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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시설 관리와 축소가 더 큰 문제로 남아…과잉이 준 교훈도 새겨야
지역 환원형 산악관광 구조설계가 핵심…정권마다 '출렁' 난항 겪을 수도
▲ "TOO MUCH" [남티롤주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남티롤 측 관계자의 설명 듣는 도 유럽방문단 [촬영 이재현]

▲ 멈춰 선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촬영 류호준]

▲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조감도 [강원도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평창군이 추진하는 케이블카 사업 노선도 [평창군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글로벌 케이블카 기업으로부터 설명 듣는 도 유럽방문단 [강원도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초록 케이블카] ③ "과잉 개발의 길 걷지 않길"…伊 남티롤의 조언(끝)

기존 시설 관리와 축소가 더 큰 문제로 남아…과잉이 준 교훈도 새겨야

지역 환원형 산악관광 구조설계가 핵심…정권마다 '출렁' 난항 겪을 수도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이탈리아 남티롤 산악관광에는 성공 스토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은 과잉 개발로 인해 기존 시설의 관리와 축소가 더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다.

남티롤이 알려준 성공과 교훈을 거울삼아 우리나라 백두대간에 적용해 나가기 위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 '과잉 개발' 남티롤의 경고…"최소한의 개입이 현명한 선택"

환경 및 문화유산 보존 단체인 남티롤유산협회 아그네스 안데르가센(Agnes Andergassen) 이사는 강원도 유럽방문단에게 케이블카 개발과 보전을 둘러싼 숱한 갈등 사례도 소개했다.

남티롤에서도 친환경 교통수단과 연계한 저탄소·친환경 개발 목표를 세웠지만 어느 정도의 환경파괴는 막을 수 없었다.

케이블카 설치 후에도 지속적인 유지보수를 위해 도로 개설이나 벌목 등의 추가 자연 훼손이 불가피했다.

케이블카 1개 노선을 추가로 연결할 때마다 많게는 수년간 협의를 거쳤다. 이를 통해 친환경 케이블카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그네스 이사는 "한국은 아직 남티롤처럼 과잉 개발되지 않았지만, 유사한 길을 걷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최소한의 개입도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인프라 확충만이 능사가 아닌 자연경관 그 자체가 관광의 핵심 자산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이용률 정점 찍고 감소 추세·상당수가 적자 운영"

케이블카 사업의 경제성을 좌우하는 이용률이 감소 추세라는 연구 결과는 신규 추진 중이거나 검토 중인 전국 지자체들이 되짚어봐야 할 점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정책정보센터가 2022년 연구·발표한 '전국 케이블카 현황 분석' 자료를 보면 케이블카 이용률의 경우 2015년 26.33%로 정점을 기록한 후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같은 평균 탑승자 수와 이용률 감소 현상이 공급 과잉이나 트랜드 변화 등 구조적인지는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연구원은 덧붙였다.

여기다 전국 42개 관광용 케이블카 가운데 상당수가 적자 운영이라는 환경단체의 주장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2007년 개통해 성공 신화를 썼던 통영케이블카는 2023년 이용자 수가 42만5천753명을 기록했음에도 39억3천400여만원의 적자를 냈다.

공급 과잉은 케이블카 관광객을 뺏고 뺏기는 제로섬 상황에 몰아넣을 수 있고, 적자 운영이 악화하는 쪽은 관리 부실로 인한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7월 20일 속초 설악산 권금성 상·하행선 케이블카 총 2대가 갑자기 멈춰 탑승객 86명이 70m 상공에서 2시간 넘게 공포에 떤 사고는 장밋빛 청사진만 생각한 각 지자체에 경각심을 일깨웠다.

◇ 정권마다 '출렁이는 케이블카'…"치악산은 추진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정권 교체 때마다 180도 급선회했던 케이블카 사업 등 국내 상황도 신규 케이블카 조성 사업을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게 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면서 신규 추진 중인 도내 6곳 중 한 곳인 원주 치악산 국립공원 케이블카는 추진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현재 국립공원 케이블카 정책은 국립공원위원회가 2010년 10월 결정한 '국립공원 삭도(케이블카) 시범사업 추진 방침'에 따른다. 한려해상에 해상형, 설악산과 지리산에 내륙형 케이블카 시범사업을 벌이고 그 결과를 본다는 것이 골자다.

이전 정부는 시범사업 방침을 폐기해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건설할 길을 열어주려 했지만, 새 정부의 기류는 다르다는 게 환경단체의 진단이다.

가뜩이나 10년 전인 2015년 8월 28일 조건부 사업 승인이 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조차 사실상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고, 지리산 케이블카는 첫 단계에도 진입하지 못한 상황에서 또 다른 국립공원에 설치 논의가 이뤄질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강릉에서 선자령을 잇는 대관령 케이블카 조성 후 이와 연계해 대관령양떼목장 등으로 추가 연결하는 2차 사업을 구상 중인 평창군의 중장기 계획 역시 장담할 수 없다.

케이블카 정책 기조의 변화가 감지되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이어서 백두대간 보호법의 벽을 넘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정인철 상황실장은 1일 "전국 수많은 지자체가 케이블카 설치 '친환경 케이블카'로 포장하고 있지만 생물 다양성 최후의 보루인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 자체가 반환경적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출렁이다가 10년 전 시범사업으로 조건부 결정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진척이 없는 것은 역설적으로 대부분의 케이블카 사업이 아주 철저한 준비 없이 정치적으로 밀어붙인 산물이라는 방증과도 같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많은 지자체가 고산 초원에 케이블카가 설치된 유럽의 산악관광 사례를 답안으로 꼽지만, 자연환경 자체와 여건이 우리나라 백두대간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문제는 이런 사실이 쉽게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남티롤 산악관광의 성공 사례와 조언을 동시에 받아 든 강원도와 시군에 남은 핵심 과제는 개발과 보존의 조화 속에 지역주민과 생태계가 공동의 수혜자가 되는 '지역 환원형 친환경 산악관광'의 구조 설계를 어떻게 만들어가느냐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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