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교류 '새 역사' 돕는 日 도예명가 "작은 일도 힘 보태야죠"

김예나 / 2023-11-30 13:57:54
  • facebookfacebook
  • twittertwitter
  • kakaokakao
  • pinterestpinterest
  • navernaver
  • bandband
  • -
  • +
  • print
425년 전통 이어온 15대 심수관, 국립중앙박물관 초청으로 방한
"내게 한국은 父, 일본은 母…문화 교류에 정치 개입 좋지 않아"
▲ 인터뷰하는 심수관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일본 도자기 명가 '심수관 가'의 제15대 도예 명인 심수관(오사코 가즈데루)가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1.30 mjkang@yna.co.kr

▲ 질문 듣는 심수관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일본 도자기 명가 '심수관 가'의 제15대 도예 명인 심수관(오사코 가즈데루)가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1.30 mjkang@yna.co.kr

▲ 도자기 명가 '심수관 가' 명인 심수관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일본 도자기 명가 '심수관 가'의 제15대 도예 명인 심수관(오사코 가즈데루)가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1.30 mjkang@yna.co.kr

▲ 도자기 명가 '심수관 가'의 명인 심수관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일본 도자기 명가 '심수관 가'의 제15대 도예 명인 심수관(오사코 가즈데루)가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1.30 mjkang@yna.co.kr

▲ 인터뷰하는 심수관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일본 도자기 명가 '심수관 가'의 제15대 도예 명인 심수관(오사코 가즈데루)가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1.30 mjkang@yna.co.kr

한일 교류 '새 역사' 돕는 日 도예명가 "작은 일도 힘 보태야죠"

425년 전통 이어온 15대 심수관, 국립중앙박물관 초청으로 방한

"내게 한국은 父, 일본은 母…문화 교류에 정치 개입 좋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은 사람으로 치면 환갑에 해당합니다. 어느 하나가 끝나고 새로 '리셋'(reset)할 수 있는 시기지요."

일본 도자기 명가 '심수관'(沈壽官) 가의 15대 심수관(본명 오사코 가즈데루·大迫一輝)은 30일 "한일 교류를 위한 작은 일이라도 협력하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초청으로 최근 방한한 15대 심수관은 기자들과 만나 오랜 기간 두 나라가 쌓아 온 관계를 언급하며 "한국인과 일본인은 감정적인 밀도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어떤 형태를 가졌더라도 일본으로 넘어가면 다른 모양이 된다. 새로운 환경에 순응하면서 새로운 게 만들어지는데 그것이 문화 교류의 재밌는 점"이라고 짚었다.

사실 한일 교류의 상징적인 존재가 바로 '심수관' 이름 석 자다.

심수관 가는 1598년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 심당길과 그 후손들이 일군 가문이다.

대대로 도예 명맥을 이으며 유명 도자기인 '사쓰마야키'(薩摩燒)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이들은 전대의 이름을 따르는 관습에 따라 '심수관'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1999년 이름을 이어받은 그는 선조의 고향인 전북 남원의 명예시민, 본관인 경북 청송의 명예 군민으로 활동했으며 2021년 일본 주 가고시마 명예총영사에 임명되기도 했다.

15대 심수관은 "내게 한국은 아버지의 나라, 일본은 어머니의 나라"라고 강조했다.

그는 두 나라 간 민간 교류를 잇는 '가교' 역할과 관련해 "(한반도에서 비롯돼) 일본에서 425년간 살며 멋진 공예를 이룬 우리 선조를 위한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과 일본, 그 경계에서 늘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어릴 때 조선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듣고 우리 집안이 400년 넘게 일본에서 사는데 왜 그런 말을 들어야 하나 싶었다. 국경이 무엇인지 고민도 했었다"고 털어놨다.

한국에서 공부하기 위해 준비하던 시절, 한 대학 교수로부터 '400년 쌓인 일본의 때를 벗고 한국의 혼을 집어넣어라'는 말을 들은 경험도 그를 혼란스럽게 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방향을 제시해 준 이는 작가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였다.

시바 료타로는 그의 부친인 14대 심수관(본명 오사코 게이키치·大迫惠吉)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고향을 어이 잊으리까'로 그의 가문과 연을 맺은 바 있다.

"옹기 공장에서 일할 때 고민 끝에 편지를 써서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때 말씀하시더라고요. 민족은 피나 혈연이 아니라 문화 즉, 생활 방식이나 양식을 공유하는 단위라고요." (웃음)

15대 심수관은 시바 료타로의 가르침을 설명하며 "타국을 이해하고 사랑할 때 진정한 애국이 시작한다고 보셨다. 그 이후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에 집중하며 '민족' 문제를 해결했다"고 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두 나라 간 교류가 활발하지 못했던 점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특히 "문화 교류에 정치가 개입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정치적으로) '일본에 가지 마라', '한국에 가지 마라' 등의 말을 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15대 심수관은 앞으로 국립중앙박물관과 함께 문화 교류 저변을 넓힐 방안을 고민할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한일 양국의 교류 흐름을 역사적 유물로 보여주는 전시를 비롯해 학술 행사, 문화 행사 등 다양한 내용을 검토 중이다.

"2025년을 맞아 한국과 일본이 서로 오간다면 모두의 시야가 넓어질 수 있습니다. 저는 하나의 색, 물감인데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릴지 함께 고민해야겠죠?" (웃음)

(끝)

(C) Yonhap News Agenc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