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통해 모든 걸 하고 싶다"…천생 배우 안성기가 남긴 말

박원희 / 2026-01-05 09: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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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부터 69년 '영화 외길'…"영화는 새로움의 연속"
'국민 배우' 호칭에 "국민이 팬…부담이지만 제게 좋은 영향"
"배우 정년 늘리는 게 제 역할…즐거움 주는 배우로 남으면 만족"
▲ 2016년 영화 '사냥' 개봉 당시 언론시사회 참석한 배우 안성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 배우 안성기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배우 안성기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한국영화의 페르소나, 안성기展' 데뷔 60주년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17.4.13 mjkang@yna.co.kr

▲ 2002년 개봉한 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에서 대통령 역을 맡은 배우 안성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 2016년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에서 배우 안성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 2017년 제15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개막식에서 인사말 하는 안성기 집행위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 배우 안성기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4·19 민주평화상 4회 수상자인 배우 안성기 씨가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출연한 작품을 보고 있다. 2023.4.19 mon@yna.co.kr

▲ 2019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배우 안성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영화 통해 모든 걸 하고 싶다"…천생 배우 안성기가 남긴 말

아역부터 69년 '영화 외길'…"영화는 새로움의 연속"

'국민 배우' 호칭에 "국민이 팬…부담이지만 제게 좋은 영향"

"배우 정년 늘리는 게 제 역할…즐거움 주는 배우로 남으면 만족"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난 그냥 영화를 통해 모든 걸 하고 싶어요. 정치도 사랑도 영화 속에서만 하고 싶지, 실제로는 아니에요. 현실에서는 소시민적인 느낌으로 살고 싶은 생각입니다."

배우 안성기가 2012년 1월 영화 '부러진 화살'과 '페이스메이커' 개봉을 앞두고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고인은 1957년 아역배우로 시작해 5일 별세할 때까지 70년 가까이 영화인으로서 외길을 걸어왔다.

그는 평소 인터뷰나 간담회 등의 자리에서 새로움을 영화의 매력으로 꼽으며 영화를 향한 애정과 갈망을 드러냈다.

"배고픔은 변함이 없어요. 늘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고 싶고, 영화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싶고, 스태프를 비롯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고, 또 그렇게 찍은 영화로 관객을 만나고 싶어요. 영화는 늘 새로움의 연속이라 설레고 기대됩니다."(2016년 6월 영화 '사냥' 개봉 인터뷰)

2021년 5월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개봉 당시 기자들과 만나서도 "영화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고, 해본 적도 없다"며 "그냥 운명적으로 해오고 있는데, 매번 영화를 할 때마다 새로운 여행을 떠나는 느낌을 받는다. 그게 가장 큰 매력이고, 그래서 계속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80∼1990년대 주인공으로서 전성기를 구가한 뒤 조연으로 내려온 다음에도 연기를 향한 열정은 여전했다. 그는 좋은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이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고인은 2002년 11월 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 개봉을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 주·조연에 관해 고민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조연이) 오히려 속 편하게 됐죠. 한 3~4년 전쯤 힘든 적이 있었어요. '왜 이런 시나리오에 이런 배역을 내게 가져오지?, 난 아닌데…' 이런 생각했던 적도 있죠. 이제는 내 몫이 이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후배들에게 도움 되고 나 자신도 플러스가 되면 됐죠. 비중보다는 좋은 작품인지 감동 있는 작품인지를 먼저 따져봅니다."

고인은 아역으로 70여편, 성인 배우로서 100여편 출연했고 대표 '국민 배우'로 자리 잡았다. 아역으로서 1959년 출연한 김기영 감독의 작품 '10대의 반항'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영화제에서 특별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국내외 영화제에서 수십차례 상을 받으며 연기력을 입증했다.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 바른 품행도 국민 배우로서의 입지를 더했다.

고인은 "국민 배우란 말이 이에 걸맞은 (품격 있는) 연기만을 요구하는 것 같아 연기 폭을 제한하는 느낌이 있다"며 부담감을 나타내면서도 그것이 본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그는 2023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국민 배우) 거기에 맞는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그런데 결국 '국민 배우'라는 호칭은 저를 좋은 쪽(방향)으로 안내해줬다"고 말했다.

2017년 4월 데뷔 60주년을 기념해 열린 인터뷰에서는 "영화인들과 영화가 좀 더 존중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성인 연기자로서의 삶을 출발하면서 저 자신을 굉장히 다그치고 많은 자제를 하면서 살았다"며 책임감을 느낀 삶이었다고 돌아봤다.

"저는 팬클럽도 없는데 국민이 팬이라고 생각하면 국민 배우가 맞는 것 같다. (웃음) 국민 배우라고 불러주시는 것은 국민 배우로서 잘살았으면 하는 애정의 표시가 아닌가 싶다."

고인은 그렇게 영화 한 우물을 파 온 데 대한 자부심을 가졌다. 모범적인 이미지로 정치권 등의 러브콜이 있었지만, 그는 영화 연기를 가장 우선에 뒀다.

고인은 2009년 7월 '안성기 특별회고전'이 열리는 중국 베이징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행정 비즈니스 쪽의 능력이 부족한 데다 잘할 수 있는 게 연기"라며 "한 가지 일을 계속해서, 한 우물을 파는 것을 인정해 주는 것도 성숙하고 깊이 있는 사회에서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스크린쿼터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등 한국 영화계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면 앞장섰다.

2017년 4월 인터뷰에서 유니세프 친선대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장,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위원회 집행위원장 등을 수행하는 데 대해 "한국 영화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젊은이를 지원한다는 데에 의미를 갖고 하는 일들이며, 나 자신에게도 큰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2019년부터 혈액암 투병으로 작품 출연이 뜸해지는 가운데에서도 그는 스크린 복귀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고인은 2022년 제58회 대종상 공로상을 받은 뒤 전한 영상에서 "오래오래 영화배우로 살면서 늙지 않을 줄 알았고, 또 나이를 잊어버리고 살았는데, 최근 들어 시간과 나이는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털어놓으면서도 "새로운 영화로 여러분들 뵙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023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영화 현장이) 많이 생각난다"며 "요즘 집에서 TV로 그동안 못 봤던 것(영화)들 쭉 보고 그러다 보니 더 하고 싶다"고 그리운 마음을 전했다.

후배들을 위해 "배우의 정년을 늘리는 일을 하겠다"던 고인은 그 꿈을 이어가지 못하고 세상과 작별했다. 그는 연기자의 길을 닦은 모범이자,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전한 천생 배우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배우의 길을 계속 가는 것이다. 후배들에게 '야, 내가 나이 들어 여기까지 갈 수 있었으니 너희도 여기까지는 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배우의 정년을 늘리는 일을 한다고 할까."(2006년 10월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에서)

"(배우는)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아픔을 대변해 보여주고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는 직업이다. 뭐로 남을지에 대한 생각은 특별히 없다. 다 지나면 그만이고 현재 열심히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즐거움을 주는 배우 정도면 만족한다."(2003년 8월 제3회 광주국제영화제 안성기 특별전에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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