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하는 예술가 아이웨이웨이가 그리는 인간다운 세상(종합)

강종훈 / 2021-12-10 17: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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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서 11일 개막
▲ 아이웨이웨이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 아이웨이웨이 개인전에 전시된 '원근법 연구' 연작

▲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 아이웨이웨이 개인전에 전시된 '빨래방'

저항하는 예술가 아이웨이웨이가 그리는 인간다운 세상(종합)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서 11일 개막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중국 수도 베이징의 상징인 톈안먼(天安門)을 배경으로 가운뎃손가락을 든 사진이 그가 누군지 말해준다.

톈안먼 외에도 백악관, 에펠탑, 콜로세움 등을 가리키는 '손가락 욕'으로 권력을 향한 조롱과 저항을 드러내는 사진 40점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나란히 걸렸다.

'중국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64)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원근법 연구 1995-2011'(2014) 연작이다.

'인간미래'라는 제목으로 11일 개막하는 이번 전시는 아이웨이웨이가 국내 미술관에서 대규모로 여는 첫 개인전이다.

아이웨이웨이는 표현의 자유와 난민의 삶 등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발표해온 세계적인 미술가이자 영화감독, 건축가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 주 경기장 설계에도 참여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중국 당국의 정치범 구금과 감시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하는 등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2008년 쓰촨(四川) 대지진에 대한 인재 의혹을 제기했으며 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와 검열에 반기를 들었다.

그러다 2011년 81일간 탈세 혐의로 비밀리에 구금돼 정치 탄압 논란이 일었다. 여권까지 빼앗겼던 그는 2015년 3월 국제앰네스티 인권상을 받은 뒤 압수당한 여권을 돌려받고 독일로 이주했으며, 지금은 포르투갈에 머물고 있다.

이번 전시 제목 '인간미래'는 아이웨이웨이 예술세계의 화두인 '인간'과 예술 활동의 지향점인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결합한 것이다.

전시는 '원근법 연구'를 비롯한 대표작과 최신작까지 120여 점을 소개한다. 그동안 반체제 인사로 뉴스에서 접하던 아이웨이웨이의 예술 세계는 어떤 모습인지 들여다볼 기회다.

설치, 영상, 사진, 오브제 등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활용한 전방위 예술가의 면모가 나타난다.

유리공예로 유명한 베네치아 무라노섬의 베렌고 공방과 협업한 '유리를 이용한 원근법 연구'(2018)와 '검은 샹들리에'(2017~2021), 중국 도자기 생산지인 징더전(景德鎭)의 도자기로 제작된 '여의'(2012)와 '난민 모티프의 도자기 기둥'(2017) 등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넘나든다.

작품 주제도 폭넓다. 표현의 자유, 인권, 난민, 역사와 전통, 삶과 죽음 등을 성찰하며 인간, 인간다움,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향한 예술적 실천을 보여준다.

도자기로 만든 작품 '민물 게'(2011)는 당국이 2010년 자신의 상하이 스튜디오를 철거했을 때 마을 주민들에게 상하이 명물인 민물 게 요리를 대접한 연회를 기념한다. 민물 게(河蟹)와 중국 정부 슬로건인 화해(和諧)의 발음이 같다는 점에 착안해 정부를 풍자한다.

'빨래방'(2016)은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국경의 이도메니 난민캠프에서 수집한 옷 579벌과 신발 32 켤레를 깨끗하게 세탁해 진열한 작품이다. 손바닥만 한 신생아용 옷부터 어른 옷까지 알록달록 시선을 끌지만, 그 옷을 입었던 사람들을 떠올리면 전혀 다른 감각으로 작품을 느끼게 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예술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미학적 성취와 함께 이뤄낸 거장의 작품세계를 한 자리에 선보이는 전시"라며 "과연 예술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내년 4월 17일까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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