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관광포커스] ① 호텔 유치 나선 충주, 체류 관광 승부수

천경환

2026-10-28 07:03:00

10여년간 충주 숙박지구 개발 번번이 무산…사업성 확보 관건
'브랜드 호텔 수요 뚜렷'vs'지방 중소도시 집객력은 물음표'
호텔 안에만 머무는 관광객…"주변 관광지로 발길 유도해야"
야외 스파 [연합뉴스 자료사진]
27일 촬영한 탄금공원 일대 호텔 유치 부지 [촬영 천경환 기자]
월악산 악어봉서 바라본 충주호 [충주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야외 스파 [연합뉴스 자료사진]
만산홍엽 단양 보발재 [연합뉴스 자료사진]

[※ 편집자 주 = 관광객 유치를 위한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관광객이 지역에 머물 수 있도록 숙박시설을 늘리고, 교통망을 구축하거나 원도심을 활성화하는 등 여러 정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광역 관광권 조성과 관광공사 설립도 지자체들이 내놓는 대표적인 방안입니다. 연합뉴스는 주요 관광 정책의 효과와 한계를 짚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향후 과제를 모색하는 기획 기사를 10월 28일부터 매주 수요일 총 5회에 걸쳐 송고합니다.]

(충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충북 충주시가 2027년을 '체류형 관광'의 원년으로 삼고 당일치기 관광 정책을 숙박과 체험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그 첫 단추가 숙박 인프라 확충이다.

이동석 충주시장은 임기 안에 객실 400∼500실 규모의 4성급 이상 호텔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칠금 관광지와 호암지, 목행산업단지 일대에 상급 호텔이나 리조트를 조성해 관광객뿐 아니라 기업 방문객도 지역에 머물게 한다는 구상이다.

28일 시에 따르면 칠금 관광지 내 숙박지구는 12만㎡ 규모다.

시는 이 가운데 3만2천㎡ 부지에 객실 300실 안팎의 4성급 이상 호텔을 유치하기 위해 해외 호텔 브랜드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급 호텔이 들어선다면 반가운 일이지만 성사 여부를 낙관하기는 이르다.

해당 부지는 2011년 6월 관광지 조성계획이 고시된 후 10여년이 흘렀지만, 사업성을 확보하지 못해 호텔 조성이 여러 차례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관광객을 안정적으로 끌어들일 관광 자원이 부족한 데다 부지를 확보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수익성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충주시 관광과 관계자는 "동해안 등 해안 관광지보다 관광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데다 부지 비용도 높은 편이라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안다"며 "일부 호텔 관계자는 공실률 관리를 위해 평일 객실 40% 이상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시에서 받아들이지 않아 협상이 결렬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 고급 호텔 들어서면 관광객 몰려들까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충주를 찾는 연간 방문객 수는 2023년 2천592만명, 2024년 3천만명, 지난해 3천100만명 수준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체류 비율은 2023년 14.3%에서 이듬해 11.6%로 떨어진 뒤 지난해 11.7%에 그쳤다.

방문객이 늘어도 지역에 머무는 비율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점이 충주시가 숙박 시설 확충에 나선 배경이다.

인근 관광도시 단양군의 체류 비율은 같은 기간 17.2%, 15.8%, 15.7%로 충주보다 높다.

충주의 숙박시설이 양적으로 부족한 것일까.

지난달 기준, 여관 등을 포함한 충주의 전체 숙박업소 수는 160여곳으로, 단양 560여곳보다 적다.

반면 호텔, 호스텔, 콘도미니엄 등 관광진흥법상 숙박시설은 38곳으로 단양(13곳)보다 3배 가까이 많다.

충주시는 업소 수만으로 두 지역의 숙박 수요를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만큼 차별화된 브랜드 호텔을 유치해 새로운 관광 수요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브랜드 호텔의 집객 효과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안희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정책연구실장은 "브랜드의 힘은 분명히 있다"며 "포인트 적립과 회원 전용 할인 혜택 등 멤버십 프로그램을 이용하려고 같은 계열 호텔을 찾아다니는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시설과 서비스가 갖춰진 곳이라면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이용하려는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며 "브랜드 호텔을 보유한 지방 도시가 많지 않은 만큼 웰니스 등 차별화된 주제를 갖춘 호텔을 유치하면 집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호텔 유치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길기연 전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 고급 호텔이 널려 있는데, 호화로운 여행을 위해 지방 중소도시까지 찾아갈 수요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며 "호텔 외에도 지역 관광 자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 호텔 안에 갇힌 관광 수요…관광자원 육성이 관건

호텔이나 리조트를 유치하는 것만으로 관광객이 지역 곳곳을 둘러보며 지갑을 여는 것은 아니다.

숙박시설이 관광 거점이 되려면 주변 관광지와 지역 상권을 찾을만한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제천시 백운면 주론산 자락에 있는 리솜포레스트는 객실 450여실을 갖춘 리조트다.

숙박과 휴양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데다 회원제로 운영돼 성수기에는 3∼4개월 전에 예약해야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방문객 발길이 이어진다.

하지만 식사, 온천, 휴식을 리조트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 보니 방문객을 제천의 다른 관광지로 유도하기는 쉽지 않다.

이 리조트를 지난 여름 이용했던 직장인 권모(33) 씨는 "가끔 밖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기는 했지만, 비싼 돈을 내고 리조트에 온 만큼 안에서 최대한 즐기려 했다"며 "제천에 어떤 관광지가 있는지 잘 몰라 리조트 밖으로 나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천시는 특정 시설에 집중된 관광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지난달 '시티패스'를 도입했다.

관내 주요 관광지 두 곳 이상을 방문해 인증하면 지역화폐를 주는 정책이다.

시는 리조트 측 동의를 얻어 시티패스 여권을 리조트 안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리조트 온천 시설도 관광지에 포함하는 등 숙박객이 리조트 밖으로 나와 지역 관광을 이어가도록 동선을 짰다.

제천시 관광과 관계자는 "숙박객이 시내로 나가지 않는 것이 늘 고민이었는데 시티패스를 도입한 지 한 달 만에 숙박객 약 1천명이 이용했다"며 "아직 초기 단계라 성과를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외부 관광을 유도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숙박시설 확충과 함께 지역 고유의 관광 자원을 키우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최근에는 숙박시설을 거점으로 주변 지역을 둘러보는 방식의 여행이 늘고 있어 최고급 호텔이 아니더라도 숙박시설은 체류형 관광의 기반이 될 수 있다"며 "다만 관광객을 꾸준히 유인하려면 그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즐길 거리를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호시노 리조트의 오모 브랜드는 지역 관광이나 인근 음식점 이용을 유도하는 등 숙박객이 주변을 찾도록 여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며 "호텔이 관광의 출발점이 되려면 지역 특화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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