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코리안] "독일 집집마다 김치, 그게 제 목표입니다"
정아란
2026-10-27 08:00:05
"김밥 팔았더니 김치 따로 달란 손님들"…김치 요리책,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선봬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독일 함부르크 시내 마트에 진열된 '댓츠김치 오리지널'(THATsKiMCHi Original) 유리병에는 '한국에서 온 엄마의 레시피'란 문구가 적혀 있다. 이 김치를 만드는 이는 식품업체 '고 한류'(Go Hallyu) 대표인 기도 슈미트(43) 씨다.
그가 만드는 김치의 출발점은 한국인 어머니 이영남 씨의 레시피다. 충남 공주 출신인 어머니 이씨는 1974년 파독 간호사로 서독에 왔다. 1982년 독일인 의사와 결혼해 가정을 꾸린 뒤에도 한국 음식을 응용한 요리를 식탁에 자주 올렸다. 독일식 감자 샐러드에 간장·고춧가루를 넣고 소시지와 김치를 곁들인 요리는 아들 슈미트 씨가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어머니 음식 중 하나다.
에어버스에서 12년간 엔지니어로 일한 슈미트 씨가 디자이너인 아내 안나-마리아 씨와 함께 창업을 결심했을 때 택한 아이템은 한국 음식이었다. 부산에서 4년간 파견 근무하며 한국 음식에 더 친숙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슈미트 씨는 2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음식은 어머니의 뿌리와 연결되는 분명한 매개체 중 하나였다"며 "한국 음식과 관련된 사업을 한다는 건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2년 함부르크에서 김밥을 비롯한 한식 테이크아웃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김밥과 함께 제공된 김치를 맛본 손님들이 김치만 따로 살 수 있는지 물었다. 일반 식당들도 김치 구매 문의를 해왔다.
슈미트 씨는 "어느 순간 반찬이야말로 사업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유통기한이 짧고 수작업이 많이 필요한 김밥보다 김치가 생산 규모를 키우고 소매점 등에 납품하기에 유리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슈미트 씨 부부는 2024년 중반부터 김치 사업에 전적으로 집중했다.
부부는 김치 흉내만 낸 배추절임이 아닌, '진짜 한국 김치'를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대량 생산 규모를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사업을 시작한 이후 매년 전년 대비 실적을 두 배로 늘리는 성과를 거뒀다.
사업에는 슈미트 씨의 엔지니어 경력도 큰 도움이 됐다. 그는 공급업체 조율부터 생산 문제 해결, 품질 관리에 힘쏟았던 엔지니어 시절 경험을 식품 제조에 활용하고 있다.
슈미트 씨에 따르면 '댓츠김치'는 방부제나 향미증진제를 사용하지 않고 매운맛의 강도를 달리한 제품을 선보인다. 김치 자체를 중심에 두고 김치 마요네즈와 김치 소금 등으로 제품군도 확장했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오리지널 생김치이며, 김치 마요네즈가 그 뒤를 잇는다.
독일 소비자에게 김치를 알리는 방법으로는 직접 맛보는 경험을 강조했다. 슈미트 씨는 "김치를 소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맛보게 하는 것"이라며 "조금만 맛보면 풍미를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의 발효식품 문화도 김치에 대한 친숙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았다.
"독일에는 사우어크라우트, 사워도우 빵, 피클 등 오랜 발효식품 문화가 있습니다. 그 덕분에 독일인들이 (김치의) 발효식품 개념을 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최근 장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요."
슈미트 씨는 "이미 김치를 매우 잘 아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종종 놀란다"며 "김치를 무척 좋아하고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고까지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제품처럼 품질 좋은 김치에 대한 수요도 계속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슈미트 씨가 가장 추천하는 요리는 '김치 봉골레'다. 김치가 크리미한 파스타와 잘 어울린다는 이유에서다. 슈미트 씨는 "김치를 먹기 위해 반드시 한국 요리를 할 필요는 없다"며 "김치를 모든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쓰는 기본 식재료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 제 목표"라고 말했다.
김치를 일상적인 식재료로 소개하려는 시도는 요리책 출간으로도 이어졌다. 출판사 DK를 통해 펴낸 '댓츠김치'에는 김치찌개 등 한국 전통 요리부터 김치 타코, 김치 슈니첼 등 이색적인 조합까지 80개 레시피를 실었다. 책은 지난 7∼11일 제78회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도 출품됐다.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아들 걱정이 컸던 어머니는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슈미트 씨는 "어머니는 자신의 레시피가 이렇게 인기를 얻고 오늘날 한국 음식이 얼마나 유행하는지 아직도 믿기 어려워하시는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그는 재외동포 2·3세에게 자신의 가족 역사에 호기심을 가져보길 권했다. "가족의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많으며, 동시에 그 유산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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