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고향에 오신 걸 환영"…예술의전당 무대서 관객과 만난 장한나

조윤희

2026-11-02 09:43:34

골드회원 30명 초청 '백스토리 투어'…무대 위 포디움 체험·대화
사장 취임 6개월…"예술의전당이란 거대한 악기, 국민과 조율하는 시간"
"기관 뒤에 숨기보다 친근하게 소통하고 싶어…앞마당?
예술의전당 '장한나 사장과 함께하는 백스토리 투어' [예술의전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예술의전당 '장한나 사장과 함께하는 백스토리 투어' [예술의전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예술의전당 '장한나 사장과 함께하는 백스토리 투어' [예술의전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예술의전당 '장한나 사장과 함께하는 백스토리 투어' [예술의전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윤희 기자 = "제 고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장한나 예술의전당 사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서 환한 미소와 함께 회원들을 맞이하자 장내는 환호로 가득 찼다.

장 사장이 투어 가이드와 이야기꾼으로 나서 예술의전당 골드회원과 소통하는 '장한나 사장과 함께하는 백스토리 투어'에서다. 100여 명의 신청자 중 사연을 통해 선정된 30명의 회원이 함께했다. 이 행사는 단순히 무대 뒤를 둘러보는 것을 넘어 공간과 예술가, 관객이 유대감을 나누는 '스토리'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투어의 시작은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앞이었다. 참가자들은 출입증을 목에 걸고 평소 관객의 발길이 닿지 않는 제한구역으로 향했다.

음악당 출연자 출입구를 통해 입장한 참가자들은 같은 날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공연하는 소프라노 서선영, 홍석원 지휘자 등의 이름이 적힌 분장실과 출연자 휴게실을 지나, 악기 조율이 이뤄지는 피아노 보관실 등을 둘러봤다.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콘서트홀 무대 위였다. 마치 연주자처럼 입장을 기다린 참가자들이 한 명씩 무대로 들어서자 장 사장이 깜짝 등장해 이들을 반갑게 맞았다. 평소 관객석에서 바라보던 무대 위에 앉은 참가자들은 낯설면서도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무대 위에는 첼리스트이자 지휘자인 장 사장의 아이디어로 첼로 포디움과 지휘자 단상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장 사장은 1992년 9살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한 일화를 시작으로 첼리스트로서 세계 무대를 누비다가 오케스트라 악보(총보)의 매력에 빠져 지휘자의 길로 들어선 과정, 예술의전당 사장직을 제안받았을 때의 소회를 털어놓았다.

장 사장은 "전화를 받고 사장직을 제안받았을 때 처음엔 '왜 나지?' 싶어 놀랐지만, 해외에서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통해 예술의전당이 한 단계 도약하는 데 역할을 해달라는 말씀이 깊은 여운으로 남았다"며 "32년의 연주자 생활을 잠시 내려놓고 3년 임기 동안 무대 뒤에서 공연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도 너무 큰 영광이자 감사한 일이라 생각해 연주 일정을 정리하고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장으로) 오기 전에 기타공공기관으로서 공개된 수천 장에 달하는 자료를 직접 출력해 재정 상태나 유료 객석 점유율, 회원 추이 등을 공부했다"며 "음악을 할 때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행복하지만, 지금은 무대 뒤에서 든든한 전당인들과 함께 무대를 만들어가는 이 과정이 너무나 재미있고 배울 것이 많다"고 했다.

장 사장은 현장에서 회원들을 위해 첼로 포디움과 지휘자 단상을 직접 체험해보는 순서를 마련했다.

가장 먼저 손을 들고 첼로 포디움에 직접 앉아본 참가자 최보은(40) 씨는 벅차오르는 감정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참가자들의 사전 질문과 현장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사장 취임 전과 후의 차이를 묻는 말에 장 사장은 "연주자로서 바쁘게 살 때는 출연자 출입구와 콘서트홀만 알았는데, 사장으로 와보니 한가람미술관, 비타민 스테이션, 음악분수, 광장을 채우는 수많은 직원과 시민들의 노력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답했다.

그는 예술의전당의 비전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장 사장은 "유튜브와 디지털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지만 오직 이 순간, 이 공간에 모인 사람들과 예술가가 숨결을 나누며 만들어내는 '살아있는 교감'은 공연장만이 줄 수 있는 가치"라며 "티켓이 없어도 누구나 찾아와 편안하게 머물고, '오늘은 예술의전당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해보자'는 마음으로 기쁘게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기가 끝나면 다시 무대로 돌아가겠지만, 지금 이 순간은 예술의전당이란 거대한 악기를 전 국민과 함께 아름답게 조율해 나가는 기적 같은 시간"이라며 "많은 국민들께서 예술의전당을 내 집 앞마당처럼 찾아주셔서 삶 속의 진짜 감동을 만끽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후 CJ 토월극장으로 이동해 연극 '유리동물원' 무대를 직접 걸어보는 체험을 하고 장 사장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며 투어를 마무리했다.

투어를 마친 뒤 연합뉴스와 만난 장 사장은 지난 4월 취임 이후 6개월간의 소회를 밝혔다.

장 사장은 "돌아보면 너무 감사하고 전당으로 이렇게 왔다는 것 자체가 운명적인 재회가 아닐까 싶다"며 "사랑하는 무대를 넘어 이 무대를 품은 예술의전당이란 소중하고 위대한 공간에서 국민 여러분께 기쁨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게 큰 영광이자 보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첼리스트에서 지휘자로 넘어갔을 때도 용기를 갖고 선택했고, 사장으로 온 것 역시 용기를 갖고 선택한 결과"라며 첼리스트와 지휘자 활동이 경영에 "큰 밑거름이 된다"고 설명했다.

"청중에 대한 이해와 신뢰, 사랑이 바탕에 있고, 전 국민을 품는 예술의전당에서 어떤 마음으로 다가갈지 아티스트의 마음으로 고민할 수 있어요. 단순한 행정과 운영을 넘어 진정으로 예술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됩니다."

장 사장은 만 39세 이하 청년 연주자들로 구성된 '예술의전당 오케스트라'를 구상 중이다. 그는 "청년 오케스트라 창단은 제가 지휘를 시작할 때부터 고민해왔다"며 "청년 예술인들이 예술의전당이란 꿈의 무대에서 실전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이와 연계해 전당만의 기획과 제작 능력도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당의 자체 기획·제작 역량과 시너지를 내도록 12월 초 정부안이 확정되는 시점에 맞춰 구체적인 청사진을 공개할 계획이다.

장 사장은 앞으로도 이날 진행된 투어와 같이 관객들이 예술의전당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그는 "기관이라는 딱딱한 이름 뒤에 숨기보다 기관을 대표하는 얼굴로서 관객 여러분과 더 친근하고 인간적으로 소통하고 싶다"고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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