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 대신 일상 웃음"…안방극장 돌아온 '시트콤의 진화'
고가혜
2026-11-07 10:17:02
방송사·OTT 제작 도전 활기…"숏폼 유행·장르물 피로감 반영"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한동안 방송가에서 자취를 감췄던 시트콤이 안방극장에 속속 돌아오고 있다.
2000년대 전성기를 누린 레전드 지식재산권(IP)의 스핀오프(파생작)부터 오피스·병원 등을 배경으로 한 생활밀착형 코미디물까지 가벼운 웃음과 위로를 앞세운 시트콤들이 최근 잇달아 등장했다.
웨이브는 인간으로 위장한 뱀파이어를 소재로 큰 인기를 끌었던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2005)의 세계관을 고등학교 배경으로 확장한 오리지널 시리즈 '옆자리, 프란체스카'를 6일 공개했다.
올블랙 의상에 웃음기 없는 얼굴로 읊조리는 B급 유머 등 원작 특유의 맛을 살린 이 작품에는 배우 심혜진, 박슬기, 박희진 등 원작의 주역들이 특별출연해 힘을 보탰다.
다음 달에는 과거 MBC 예능 '무한도전'의 인기 콩트 코너였던 '무한상사'를 원년 멤버 박명수·정준하 주연의 오피스 소동극으로 재구성한 오리지널 시리즈 '무한상사-하와수 네버다이'를 선보인다.
다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의 자체 시트콤 제작도 활발하다. 쿠팡플레이의 간판작 '직장인들'은 지난해 2월 첫 공개 이후 최근 종영한 시즌3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대표적인 오피스 시트콤이다. 김원훈, 백현진, 지예은 등 코미디에 특화된 출연진의 뚜렷한 캐릭터와 애드리브 중심의 연기로 큰 인기를 끌었다.
쿠팡플레이는 이어 'SNL 코리아' 인기 코너를 독립시킨 메디컬 시트콤 '스마일 클리닉'을 다음 달 3일 선보이며 라인업을 확장한다. 코미디언 이수지를 비롯해 강남 피부과 직원들의 기싸움을 특유의 말맛과 슬랩스틱(몸개그)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티빙 역시 첫 오리지널 시트콤 '궁전랜드'를 내년 라인업으로 올리며 시트콤 열풍에 가세한다. 환상의 세계 뒤편에서 고군분투하는 놀이공원 아르바이트생들의 짠내 나는 생존기를 그린 작품으로, 피겨스케이트 국가대표 차준환과 배우 우다비, 코미디언 김규원 등 신예들이 합류해 기대를 모은다.
방송가에서도 코미디물에 다시 발을 다시 내딛기 시작했다. tvN은 강훈·조현철·김정진 주연의 드라마 '뜨거운 안녕'을 11일 첫 방송 한다. 무명 개그맨 3인방의 성장기를 다룬 이 작품은 정통 드라마 틀 안에서도 소동극과 슬랩스틱 코미디의 호흡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러한 시트콤 부활 배경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모바일 중심의 콘텐츠 소비 환경 변화, 장르물에 대한 시청자들의 피로감 등이 맞물려 있다.
과거엔 제작 효율과 시청 패턴 변화 등을 이유로 시트콤 제작이 한동안 위축됐지만, 최근 유튜브 등 뉴미디어에서 '순풍산부인과', '거침없이 하이킥' 등 과거 명작 클립이 숏폼 밈(Meme·유행 콘텐츠)으로 끊임없이 소비되며 일상 코미디를 향한 잠재 수요가 확인됐다는 분석이다.
한 방송업계 관계자는 "최근 숏폼이나 스케치 코미디처럼 직관적인 웃음과 생활밀착형 서사를 원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시트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며 "회당 30분 안팎의 짧은 러닝타임에 회차별 완결성을 갖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회차가 거듭될수록 인물 간 관계성이 깊어져 재미가 누적된다는 점에서 현재의 시청 환경에 최적화된 포맷"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중심의 시청 습관과 함께 자극적인 장르물에 지친 시청자들의 피로감도 시트콤 귀환을 앞당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시트콤은 TV 앞에서 작정하고 보기엔 무게감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받았지만, 이동 중이나 자투리 시간에 가볍게 콘텐츠를 보는 모바일 중심 소비 환경에 맞춰 다시 경쟁력을 얻게 됐다"며 "무겁고 어두운 장르물에 피로감을 느낀 시청자들의 수요까지 겹치면서 향후 묵직한 장르물과 일상 시트콤이 공존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끝)
[Copyright ⓒ K-VIBE. All rights reserved. Unauthorized reproduction and redistribution are prohibited.]